노래하는 사내

-김금용

이 시는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을 보고쓴 시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거대한 턱을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하는 커다란 크기의 은빛 거인 조각을 보았을 것이다. 밝은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속 몸체를 가진 이 조각은 미국 작가 조너선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 1942~Boston)의 <노래하는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스위스 바젤, 런던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미국 휘트니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 소장돼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노래하는 사람> 외에 국제갤러리의 <지붕 위를 걷는 여자>, 흥국생명 빌딩의 <망치질하는 사람>, 귀뚜라미 홈시스 빌딩의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 등이 있다.
거대한 알루미늄 조각을 조립해 만든 <노래하는 사람>은 그 크기에 비해 위압감이나 무거움, 권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인은 화창한 날에 거대한 알루미늄 조각의 사내를 본다.
거대한 조각의 사내는 두 팔과 두 다리를 어정쩡하게 벌리고 박자도 음정도 없이 노래하고 있다.
그 노랫소리에 늦게 깨어난 들장미 가지 끝에 바람이 멈춰 선다. 된 모음을 내뱉는 노래하는 사내의 신음에 풀잎도 출렁이고, 하늘도 뒤척이고, 새도 날개를 접고 귀를 기울인다.
시인은 땡볕에 홀로 서 있는 그 거인의 신음처럼 내뱉는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아파온다. 그 사내의 가슴 한복판에 티눈처럼 박힌 몽흔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사내인들 꿈이 없었겠는가?
쉰 모음, 된 모음이 아닌 온전한 노래를 부를수 없는 그의 노래를 듣는 매봉산 자락도 눈물겨운지 서늘한 그림자를 길고도 깊게 드리운다.


박미산 교수
서울디지털대학 초빙교수
시인/문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