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남북경제공동체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바로 이런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 힘입어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현실적인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의 이행과 실천을 위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니,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신베를린 선언’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임을 강조했으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할 필요 없이 평화”임을 천명했는데, 이 구상은 2017년 대선과정에서 환동해 경제벨트와 환황해경제벨트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한 환경·관광벨트를 추가한 ‘H-프로젝트’로 더욱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구상은 2018년 4월 27 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의 하나”로서 판문점선언에 반영되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한 모두의 공생공영의 장(場)을 만들기 위한 거시적, 장기적 차원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가지고 있는 청사진의 내용을 살펴보고, 이의 현실적 중간목표라 할수 있는 ‘남북한경제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과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하여 그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보기로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배경과 주요 내용 추진배경 및 필요성
2000년 6월 분단 사상 최초의 남북정상 회담을 통해 공표된 ‘6.15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으로 인해 활발하게 추진되던 남북한 간 교류협력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습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에 이은 대북 경제제재 조치(5.24 조치 등),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 치로서의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인해 전면 중단되고 남북관계는 극도로 경색되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 신뢰구축의한 방법으로서의 남북교류협력의 중요성은 교류협력의 전제조건과 교류협력의 결과로서 나타났으며, 남북교류협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한 간 정치, 군사적인 충돌과 긴장을 완화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이루고 통일의 과정에 접어들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7년 5월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대북정책이 지난 9년 동안 실질적으로 폐기됨으로써, 2 차례 정상회담 등으로 구축되었던 북한과의 평화공존 추진동력이 상실되었다는 입장에서 접근했다. 즉 지난 정권기간에 추진된 북핵문제의 해결방식이 실질적 효과는 커녕 오히려 북한의 핵 고도화를 더욱 가속화시킴으로써, 한반도의 안보불안이 심각하게 구조화되었다고 진단했으며, 특히 이전 정부에서 북한 급변사태와 북한정권 붕괴를 전제로 공세적 대북·통일정책을 전개한 것이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은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인식했던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지속적인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으로 인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남북한간 경제교류, 협력과 접촉은 거의 중단된 상황에 처했으며,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긴장은 극도로 고조되어 미국의 ‘군사적 옵션’ 검토와 같은 매우 불안정한 기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출범 시부터 표방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북정책도 고장난명(孤掌難鳴) 과 같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했으나, 모두(冒頭)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북한 측의 전격적인 입장변화로 인해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의 대제전’으로 치러지고, 연이어 남북 간, 북중 간, 북미 간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게 됨으로써 한반도의 정세는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느끼게 할 정도로 급변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의 반전 (反轉)은 “10.4선언에서 기합의된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정상화, 동서해 철도 및 도로 연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줄곧 역설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비로소 돛을 달고 순항(順航)을 예고하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즉 이런 한반도 정세의 급변과 이해관련국들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경제의 신(新)경제성장동력 확보의 필요성 북방경제권으로의 경제영토 확장, 북핵문제 해결과 북한 변화 유도를 위한 실질적 접근 필요성, 새로운 차원과 방식의 남북경협 모색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내용
문 대통령이 제시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은 남북한 관계의 개선과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우리의 경제영토를 동북 아시아와 유라시아로 향하게 하는 그랜드 플랜(Grand Plan)으로, 그 주요 목표는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의 확충과 일자리 창출, 북한의 변화와 남북한 경제의 통합 촉진, 그리고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중심으로 신북방정책, 신남방정책을 추진하여 남북한을 넘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 하려는 것으로, 남북경제통일의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그 반경을 동북아시아 차원의 협력까지 확대하여 역내의 갈등과 긴장을 완화하여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해나가려는 것이다.

이런 ‘한반도의 신경제지도 구상’은 ‘하나의 시장’ 형성과 ‘3대 경제협력벨트’ 구축이라는 양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하나의 시장’이란 남과 북이 각자 시장 영역과 기능을 활용하여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의 시장을 하나로 통합해나가려는 것으로, 이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의 목표이자 과정이며 핵심수단 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7년 7월 19일 발표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서는 중장기적으로 남북을 환동해권·환서해권·중부권 등 3개 권역으로 묶어, 동해권에는 금강산, 원산·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개발한 뒤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자원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나진-하산 복합물류사업, 단천자원 개발협력, 남북러 3각 에너지 협력사업이 포괄되어 있다. 이 경우 금강산관광은 남북이 합의한다면, 바로 재개가 가능한 사업이고 단천자원개발도 협력이 용이한 상황이다.

나진-하산복합물류사업은 남북 공동으로 시행하다가 북한 핵실험으로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동해 벨트사업은 빠른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환서해권은 수도권과 개성공단·평양·신의주 등을 연결하는 서해안 경협벨트 건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구상은 남북간 경제협력 재개를 위한 동기부여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으며, 그동안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던 ‘남북경협을 통한 역내 경제권 형성’을 실질적 정책비전을 통해 구체화시켰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전 정부 정책과의 단절보다는 효율성과 합리성의 측면에서 중단 또는 합의되었던 프로젝트 중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을 재추진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구상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평화와 번영이냐 아니면 고립과 암흑이냐’의 선택을 촉구하는 4분 가량의 비디오를 만들어 보여준 것으로, 이 역시 ‘완전한 비핵화’가 가져올 수 있는 북한의 미래상을 담은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북한의 미래상은 국제사회와 교류협력하고 세계와 소통하면서 번영하는 모습으로, 문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북한에 긍정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만나 악수하고 새로운 관계설정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북한의 미래와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현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인 2018년 8월 15일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으며, 남북관계 발전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특히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광복이라며 ‘경제’에 큰 비중을 뒀다. 이어 ‘통일경제특구’ 설치, 연내 남북 연결 철도·도로 착공 등 남북경협을 본격화할 뜻도 밝혔는데, 이는 대선공약인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구체화해 ‘평화’와 ‘경제’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으로 볼 수 있다.

고려사항
남북한의 경제통일 구현을 위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한과 동북아의 경제 구도를 크게 바꿔놓을 만한 원대한 계획이기 때문에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 추진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고려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반도의 정세를 고려한 유연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은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및 정치적 남북관계와 무관할 수 없으며,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는 이 구상은 더욱더 정치적 조건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즉 한편으로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추진을 통해 남북 관계를 더욱 개선하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 필요한 것이며,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 정세를 신중하게 고려해가면서 사업별 추진순서와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어 남북한 간의 실질적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이루어진 남북경협 과정에서는 대체로 남측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 개발, 경영한 반면 북측은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챙기는 수동적 방식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구상에 따라 이루어질 경협과정에서는 북측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주도성·적극성을 유도하고 사업을 지속하려는 인센티브를 더 많이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북측의 기존 경제개발정책 중 ‘신경제지도 구상’과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남북공동위 원회’를 조직하여 남북이 공동으로 구상을 구체화하고 주요 사업 간 우선순위, 사업내 용, 로드맵 등 주요 사항을 공동으로 결정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개별업의 추진 과정에서도 남북의 사업주체와 인력이 실질적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함께 일을 해나가는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남북한 간 민관(民官) 협력 및 국제협력을 긴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구상은 남북한 간 공공투자와 민간투자가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정부나 공기업, 민간기업 등 여러 사업 주체 간의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외국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협력사업을 통해 이 구상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민관협력 및 국제협력을 전반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효율적 사업 추진체계가 갖추어져야만 이 구상이 예정 하고 있는 목표를 원만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