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政治)와 군(軍)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 입력 : 2019.02.01 09:00

요즘 군(軍) 수뇌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정치(政治)와 군(軍)의 관계가 정상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장관은 공영방송 TV 토론에 출연해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일부 이해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하여 아연실색하게 하더니, 지상작전사령부 창설식 기념사에서는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 대신에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북한은 조선반도라 함)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주장하는 비핵화가 다르다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말에 비추어볼 때 국방부장관은 분명 북한이 주장하는 개념의 비핵화를 언급한 것이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뿐 아니다. 2019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적(敵) 개념을 삭제하더니, 일본의 초계기 위협 비행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하면서 군에 의한 강대강(强對强)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 국민의 대일 적대감을 확산시켜, 대북 적대감을 희석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육군참모총장은 청와대 5급 행정관과 만나 군 장성인사와 관련한 업무를 논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5급 행정관이 장군인사자료를 분실한 것에서 촉발된 ‘청와대 기강해이’ 문제가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청와대의 군 장성 인사개입’ 문제로 전이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해명이 군을 얕잡아본 처사라 하여 현역 군인들에게까지 큰 절망감을 주었다.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은 해당 군에서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 그리고 덕망을 갖춘 장군들로 신뢰와 존경을 받아 최고 위치에 올라선 인물들이다. 그러기에 이들의 언행을 놓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보다는 정치와 군의 관점에서 제기된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본질에 가까울 것이다.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그의 저서 <군인과 국가(The Soldier and the State)>에서 정치인과 군 장교 간 관계를 이렇게 제시했다. “국가정책을 다루는 정치적 영역에서 정치인은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합법적 권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군 장교는 정치적 편의에 따라 자신의 군사적 판단이 왜곡되는 것을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군에 대한 객관적 문민통제(Objective Civilian
Control)만이 유일한 형태의 민주적 통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객관적 문민통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군과 정치를 분리하여 군 전문직업주의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특정 헌법기관의 힘을 극대화하여 군대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사회주의 국가의 주관적 문민통제(Subjective CivilianControl)와 다른 개념이다.

대통령은 헌법 제66조에 따라 국가원수가 되며 행정권을 수행하는 정부의 수반이 된다. 아울러 헌법 제74조와 정부조직법 제96조 및 국군조직법 제74조에 근거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통해 국군에 대한 군정권(軍政權, 군사정책-행정-양병)과 군령권(軍令權, 군사전략-작전-용병)을 행사한다. 국방부 장관은 각 군 총장을 통해 군정(軍政) 기능을 수행하고, 합참의장을 통해 군령(軍令)기능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적 문민통제제도를 갖지만, 남북분단의 현실을 고려해 국방부 장관을 군 장성 출신으로 기용해왔다.

그러면 국가에 대한 군인의 책임은 무엇일까.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전문적인 견해를 제시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군사적 관점에서 국가지도자를 자문해야 하며, 이미 결정된 국가정책에 대해서는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 해도 실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물론 군인의 정치적 중립성 못지않게 군 전문영역에 대한 정치인의 존중도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제기한 국방부 장관의 언행은 그가 정치인으로서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과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국방의 수장이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하여 국민과 국군장병들에게는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고, 절망감과 무기력함을 보여주고 있으면서, 오랫동안 한·미·일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던 일본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력도 발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참모총장과 청와대 5급 행정관 간의 장성 진급 관련 논의는 업무 기능상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정치적 영향력이 존재 하는가가 문제의 본질이다. 현재 우리 군의 장성 진급 절차는 각 군에서 진급 추천 및 선발 심의를 하고, 국방부에서 제청 심의를 하며, 청와대 인사 검증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최종 장성진급자가 선발되게 된다. 청와대 인사 검증은 국방부에서 제청된 진급 대상자의 도덕성 등 장군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군이 정치화되고, 정치군인이 군을 주도하게 되면, 군인들이 국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청와대 인사 검증이 목적을 벗어나면 정치와 군의 관계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군참모 총장과 청와대 5급 행정관 간의 만남은 이미 제기된 바와 같이 대화 상대자의 격(格)(청와대 5급 행정관과 육군참모총장) 문제와 비밀자료의 무단반출(청와대는 임의자료라고 해명했지만 군 장성에 관한 정보는 2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음) 문제 외에 정치적 영향력이 있었는가, 인사 검증의 목적을 벗어난 행위인가가 문제의 본질이다.

우리 군은 쿠데타의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정치권이나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아왔고, 국가의 민주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문민통제력이 강화되었다. 군의 권력을 약화시켜 문민통제력을 강화하려는 비뚤어진 접근으로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는 정치군인을 양산하고, 정치와 군의 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군 장성들이 국가안보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지 못하는 문제나, 참모총장이 청와대 행정관과 어울리지 않는 만남을 갖는 문제의 본질은 바로 정치와 군의 왜곡된 관계 때문이다. 군은 오직 국가안보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며, 그에 따른 문제는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정치는 오직 국가안보만을 위해 군을 사용해야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