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황 타개, 대통령과 야당의 책무다

[박상철의 정치클리닉]

경기대학교 박상철 교수입력 : 2019.05.31 09:17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당과 원내의 대표가 국회 밖에 있다. OECD 가입 국가치고 제1야당 대표가 의회를 버리고, 소속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국회는 정치활동이 일상적으로 침체되는 상태, 즉 정치불황에 직면해 있다. 여당과 야당의 역할이 미미하며, 생산적인 일에 정치가 전혀 기여를 못하고 있어서 많은 정치인들이 투명인간으로 전락되고 있다.


정치불황의 책임추궁에 있어서 대통령과 여·야당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정치불황 타개는 대통령과 야당 쌍방의 책무이다.


무한책임자로서 대통령 

정치불황 타개에 있어서 집권여당의 가장 큰 정치인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1의 책무가 있다. 여당과 야당을 매개로 국민과 대화·타협을 하는 것이 민주적 대통령의 기본적인 정치행태라면, 이의 실천이 불황 타개의 열쇠이다.


한국정치에 있어서 대통령의 실패는 정치적 기본을 망각한 채 ‘권력주변 부의 과잉화’ 현상의 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정책형성 과정에 있어서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권력중심부의 참모들과 숙의하되, 정책설계와 집행은 권력주변부로의 전이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의회와 각 부처 책임자에게서 국민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력의 중심부는 대통령에게 철저히 종속되어야 하며 권력 주변부는 존재하지도 않아야 한다.

현재 청와대의 권한과 권능이 권력주변부로의 전이현상까지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의회·행정부처·국민에게로 전달되는 경로에는 경고등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다. 의회가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을 웅변한다면, 행정부는 집행기관으로서 전문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어떠한 훼손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국민들은 대표성과 전문성을 모두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들은 자신의 의지나 정치소신을 대통령을 통하여 펼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국민과 함께 하는 연결고리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뿐만 아니라 등을 돌린 사람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하는 장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권력중심부가 할 일이다.

공동책임자로서 야당
한국정치 불황에는 야당도 책임이 있다. 정당이 존재하는 한 의회와 행정부 간의 ‘형식적 대립상태’는 큰 의미가 없다. 여당과 야당 간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본질적 대립’이 더욱 현실적이고 실제상황이기 때문인 것이다.

야당의 정치영역은 정부비판과 정책입안 기능은 물론 정권교체라는 근본적인 대안 제시까지 포함한다. 이를 위하여 야당은 끊임없이 정치엘리트 계층의 확대와 다원화를 꾀하여 광범위한 정당성 기반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선진민주국가일수록 좋은 야당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미국 민주주의가 부러운 것은 파워풀한 미국정부 못지않게 민주당·공화당이라는 좋은 수권야당을 항상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분명 민주국가의 본질적인 구성요소이다. 어쩌면 국민의 대안적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정치적 기본권의 근거이기도 한 것이 야당의 존재이다.

제1야당의 무책임성
자유한국당은 최근 탄핵과 대선실패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제1야당이라는 점에서 존재감은 매우 크다. 그러나 그 다수의석이 지역주의·카르텔적 야합에서 비롯된 측면 또한 크기 때문에 의석수에 매몰되지 않은 자유한국당의 자기변신이 절실하다. 더욱이 탄핵과 대선을 거친 전투정당이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재선택을 받기 위한 새로운 변화와 정치단장을 해야 할 때이다. 또한 총선 전 야권 전체의 질적개편과 재구성이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 입지를 분명히 확보할 때이기도 하다.

제1야당으로서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함에 있어서 현재까지의 황교안 대표의 행보는 매우 무책임·불합리·퇴행적이다. 좌파경제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얘기한 것까지는 좋으나 수권야당으로서 대안이 없다. 선거구제개편·공수처설치·검경수사권조정의 패스트트랙 철회를 국회복귀의 조건으로 거는 것은, 현재 국회선진화법의 작동시스템과 여·야 4정당의 합의를 무시한 것으로서 매우 비현실적인 배타적 제안이다. 특히 최근에 강효상 의원의 외교참사에 대한 해명은 과거 집권당의 역사와 영광들을 송두리째 폐기시키고 있다.

유신체제 때 체제를 부정했던 야당과 재야의 투쟁은 민주주의라는 세계 보편적 가치를 위한 도전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외교참사와 5·18 언행은 반국가적·반민주적일 뿐이다. 황교안 당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제1야당으로서 수권·대안정당의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위험하고 황당한 정치행보에 대한 성찰과 함께, 호흡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숫자상 제1야당의 지위가 변화무쌍한 한국정치사에서 그대로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강한 충고를 한다. 지금 자유한국당에서는 반대의 소리가 잠재워진 채 매우 중요한 얘기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한국정치에서 민주주의가 망가질 때면 예외 없이 여·야는 상대를 부정하였다. 서로를 음해하고 죽이는 야만의 정치가 부활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길흉대사가 유권자의 선택에 좌지우지되는 국민고권(國民高權)시대에 이런 고민은 정치적으로 공황상태와 다름없다. 정치불황 타개, 대통령과 야당의 책무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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