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차동길 교수 입력 : 2019.07.01 10:16

최근 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군(軍)의 해상 및 해안 경계망을 뚫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130km 떨어진 삼척항에 입항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국민 불안을 넘어 분노케 한 것은 표면적으로 군 수뇌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과 거짓 발표였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군의 정치화, 다시 말해 군이 군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따라서 우리 군을 건강한 민군관계라는 관점에서 성찰해볼 필요가 있겠다.


군은 높은 파도에 표류 중인 북한 어선을 우리 어민의 신고로 해경이 예인했다고 발표했으나 북한 어선이 스스로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했고, 우리 주민과 대화까지 나누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군은 대국민 사과도 없이 “조사 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소형 목선은 일부 탐지가 제한되는 점을 확인했다. 향후 보완대책을 강구, 확고한 경계 및 감시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군의 안이한 태도에 국민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019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이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경계 작전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예하 부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비굴함을 보였다. 상황 발생 초기부터 청와대와의 관련성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은 증폭되었고, 급기야 국방부 장관이 허리를 굽혀 대국민 사과를 하였다.

군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심각한 군의 정치화로 인한 국가안보태세 약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대북평화 기조에 순응한 군 수뇌부의 정치화가 기강해이를 불러오고, 이는 군사대비태세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군은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국방백서에서 적(敵) 개념을 삭제했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6월 17일에는 대부분의 독자가 국군장병들인 국방일보가 ‘남북 평화 지키는 것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는 제목의 글을 1면 기사로 실었다. 지휘관들이 병사들의 눈치를 보며 소신을 잃어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는 훈련을 강조하는 군단장을 보직 해임시켜달라는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군의 영(令)이 무너지는 징후들이다. 더 큰 문제는 군 수뇌부의 올바른 상황인식과 그에 따른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 그 원인이 바로 군 수뇌부의 정치화라는 것이다.

건강한 민군관계 회복
민주국가에서 군은 문민우위(文民優位)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군은 국가를 보호할 책임이 있을 뿐이지, 국가를 지배할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민(文民) 지도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무엘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1964)은 자신의 저서 <군인과 국가(The Soldier and the State)>에서 정치인이 군사 전문능력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 군사적 효율성을 고려한 군의 불복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면서 불복종 방식은 사임 또는 재신임 요구라 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사임한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일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사임 편지에서 미국의 강점은 독특하면서 포괄적인 동맹과의 파트너십임을 강조하며 동맹을 존중하지 않고는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말로 사임 이유를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사임은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동맹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대통령의 뜻을 따를 수 없다는 표현이다.

이 외에도 법적·도덕적 원칙과 정치적 판단, 개인적 이해로 인한 몇 가지 군의 불복종 사례가 있다. 첫째는 1 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 이종찬 당시 육군참모총장의 불복종 사례로 군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정치 지도자에 반대하여 정치적 중립을 지킨 대표적 사례이다. 둘째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9월 18일 공비토벌 작전을 지원하던 편대장 김영환 공군 대령이 수백 명의 공비를 소탕하기 위해 팔만대장경판을 잿더미로 만들 수 없다며 해인사 폭격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그의 도덕적 판단에 따른 불복종 사례이다. 사무엘 헌팅턴은 상관으로부터 비도덕적 명령을 받았을 때, “군인으로서는 복종해야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불복종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용기와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불복종 사례이다. 2004년 7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군작전사령부가 북방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무선송신 사실을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군 작전사령관이 경고 사격 전 상급부대에 보고할 경우 사격중지명령이 내려질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이는 고의로 보고하지 않은 심각한 군기 위반 사안이라고 했다.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불복종은 문민통제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위험이 있기에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군에 의한 쿠데타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민군관계는 진보성향의 정권일수록 군에 대한 불신이 기저(基底)를 이루고 있어 문민우위 원칙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을 국정철학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통제와 지배 개념이 강화된 문민우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문민우위 원칙이 훼손되는 것은 군의 정치개입이 아닌, 정치권의 지나친 군사 개입과 그에 순응하는 군 수뇌부의 정치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비정상적 민군관계로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중차대한 문제이기에 군 수뇌부는 국방과 관련하여 정치적 판단이 아닌 군사적 판단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사임과 재신임 요구를 통해 불복종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군은 건강한 민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 정부의 대북평화 기조를 힘으로 뒷받침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차동길 단국대학교 교수
예비역 해병 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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