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제의 본질과 해법

박상철 정치클리닉

경기대학교 박상철 교수 입력 : 2019.08.01 09:38

금의 일본문제는 단기적이기보다는 장기적, 국지전보다는 전면전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기에 대응과 해법 또한 다양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노리고 있는 최종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일본 콤플렉스를 벗어날 기회라는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여•야와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것이 일본문제다.


일본 최종 노림수, 신동북아 열강의 지위
“현재의 악화된 한일관계는 한국과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지나치게 정치화시켜버린 탓에 생긴 안타까운 일이다”라는 알 만한 지일(知日) 전문가의 말, 이는 현재 아베 일본정부의 의도를 간과한 수박 겉핥기식의 천진난만한 양비론에 불과하다. 한국 수출입 품목에 대한 무역제재를 핵심으로 한 아베정부의 한국도발은 시작일 뿐이다. 일본의 진짜 노림수는 새로운 동북아 국제질서 변경에서 열강의 지위를 획득하려는 데 있다. 한국경제의 압박에서 소정의 성과를 거둔다면 주요 강대국으로서의 지위 획득과 직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인 셈이다.
한국과 경제마찰 내지 압박을 이용한 동북아 절대강자의 지위획득이 일본의 진짜 노림이라는 것은 일본문제가 장기적이고 전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계산은 간단한다. 한국이 경제굴복의 가시적 범주에 들어섰을 때를 동북아의 절대강자 즉, 열강 지위획득의 시점으로 간주하고, 일본국 헌법 제9조 즉, 비무장 평화헌법 조항의 개헌을 한국압박의 결실내지 종점으로 본다.


한국정부의 대응과 해법은 일본보다 더 심플할 수 있다. ‘경제왜란’이라고 칭하는 일본의 경제전쟁을 무력화시킬 때 일본의 도발은 무장해제된 셈이다. 한국으로서는 정치•경제적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중간 정도의 애매한 지위로부터 벗어나 강력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정치와 경제의 국내적•국제적 힘을 한곳으로 모을 때 즉, 한국정치권의 여•야가 초당적 대처를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적 구조개편을 할 때 그 위력은 가공할 만할 것이다. 여기에 남북한이 일본대응을 같이 할 경우 대일본 한반도 총력전이라는 신일본정책을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여•야, 남북이 함께 풀어야 할 일본문제
작금의 일본사태에서 한국정치의 여•야를 보노라면 임진왜란 당시 동인과 서인이 데자뷔된다. 조선 조정의 동인과 서인 즉, 요즘으로 치면 여당과 야당이 서로 다른 소리를 하다가 당한 역사적 재앙이었던 임진왜란이 데자뷔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에 발언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팔이하다가 이제는 일본팔이하고 있다”라는 발언은 이유불문하고 일본에 대한 대응궤도를 이탈하고 있어서 유감이다. 국가 없이 야당도 존재할 수 없듯이 야당이든 여당이든 국가가 우선임을 인식할 때다. 대통령 또한 일본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 리더로서 자리매김하는 정치적 숙성도를 보여야 한다.


대립과 대치의 여•야가 함께하는 그 이상으로 경제와 기업구조의 근본적 타협과 변혁이 요구된다. 대•중•소기업 간의 먹이사슬과 하청 및 지배구조가 ‘일본공백’을 메우면서 공생•협력 기조로의 체질변환을 할 기회다.
일본문제는 속성상 경제와 정치문제라 할지라도 민족과 역사문제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북한과 중국의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과 반감은 상당부분 남•북•중이 공유한다. 이번 기회에 북한은 한민족의 핵심일원으로서 대외적 일체감과 통합에네르기를 같이 공감하고 공동생산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일본문제와 한국정치의 한계
만약에 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 일본문제 앞에서 여야가 정치적 목표와 궤도를 달리하고 남북한이 일본의 갈라치기와 이간질에 틈을 보이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신이 여전하여 외제로서 일제(日製) 신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국 미래는 어둡다. 불행하게도 한국정치권과 경제계 그리고 남북한에 있어서 구조적 한계와 근본적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현재 여•야당의 대결•대치 행태는 임진왜란 당시 동인•서인 못지않아서 몹시 우려가 된다.


박근혜 정권 시절, 1948년 8월 15일의 건국절 논쟁과 한일 위안부 합의가 감행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1948년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일로, 그 정통성이 일제식민시대 망명정부였던 상해임시정부에 있음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1948년 대한민국을 새로운 신생국가로 거론하는 건국설은, 일본이 주장하는 일본식민지배의 합법화 논리와 다름없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반공국가의 국부로 추대하려는 이데올로기적 극성은 암암리에 일제식민통치를 불가피한 역사로 수용하는 반민족적 친일을 초래하게 한다.


얼마 전, 한•미•일 국회의원들 간의 일본문제 논쟁에 있어서 일본 측 의원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는 비정상적인 국가와 무슨 협의를 하느냐”는 발언이 있었다. 박근혜 정권 시절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를 불가역적이라고 규정하고 10억 엔의 화해•치유재단 설립은 역사를 파는 것이었다. 최근의 대법원 징용 배상판결에 대하여 1965년 한일협정에서 이미 마무리되었다는 일본 측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사법적 최종판결 즉, 사법주권을 무시하는 행위임은 물론이요 식민찬탈의 역사 자체를 부인하는 후안무치이다.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역사적 탄핵의 대상일 뿐이다.


한국과 일본 간의 정상적인 정치적•경제적•역사적 관계를 정립하는 것 못지않게 한국정치권의 일본관(日本觀)•일본논쟁(日本論爭)•일본정책(日本政策)의 분별력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간에 일본에 대한 생각은 무한정 자유로울 수 있으나, 일본정책으로 연결되는 일본논쟁 영역에서부터는 역사적•민족적 경계를 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금의 일본문제는 현실적으로 부담스럽고 일본의 최종 노림수가 동북아의 신 열강지위 획득에 있기에 여•야, 남•북이 함께 풀 일본문제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정치권은 일본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고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에 대해서, 수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하겠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특임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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