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오스트리아 총선 전망

[이종희 정치살롱]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입력 : 2019.09.04 08:30
▲선거연수원 교수
오스트리아에 ‘정치적 지진’이 일어났다. 2019년 5월 오스트리아 자유당을 이끄는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Heinz Christian Strache) 부총리의 부적절한 동영상이 공개되어 큰 파문이 일자, 오스트리아 제1당인 국민당이 연정을 파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오스트리아의 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의 연립정부는 붕괴됐다. 이에 따라 2019년 9월 29일 오스트리아 조기 총선(Nationalratswahl)이 실시된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상원에 해당하는 연방의회(Bundesrat)와 하원인 국민의회(Nationalrat)로 구성되어 있다. 연방의회는 9개 주(州)를 대표하는 62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주(州)별로 다르다. 


국민의회는 총선을 통해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된 183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5년이다. 국민의회는 연방의회보다 강한 헌법적 권한을 가진다.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최소 4%를 득표하거나 9개(州) 중 하나의 의회에서 의석을 보유해야 한다. 2017년 총선에서는 총 5개의 정당이 원내에 진출했었다. 

2017년 총선에서 국민당(ÖVP)이 31.5%, 사회민주당(SPÖ)이 26.9%, 자유당(FPÖ)이 26.0%, 새로운 오스트리아(NEOS) 5.3%, 필츠(PILZ)가 4.4%, 녹색당(Grüne) 3.8%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의석 배분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총 183석의 의석 중 중도우파 국민당이 62석, 극우 자유당이 52석,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51석, 중도·중도좌파 새로운 오스트리아가 10석, 좌익 포퓰리즘 정당인 필츠(PILZ)가 8석을 얻었다. 녹색당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해 의석을 얻지 못했다. 국민당과 자유당은 연정을 하였으나 불안했던 연정은 약 1년 반 만에 파기된 것이다. 
▲2017년 국민의회 정당별 의석수

슈트라헤 부총리의 부적절한 거래 내용이 담긴 이 동영상은 독일의 주요 언론 ‘슈피겔(SPIEGEL)’과 ‘쥐드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에 의해 공개되었고 오스트리아에 엄청난 ‘정치적 지진’을 일으켰다. 슈트라헤가 부총리에 오르기 전 불과 몇 달 전에 스페인 휴양지 이비자 섬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에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조카라고 스스로 밝힌 러시아 여성과 부적절한 협상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슈트라헤는 오스트리아인의 약 25%가 보는 타블로이드 ‘크로넨 차이퉁(Kronen-Zeitung)’을 인수해 언론을 장악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이 여성에게 크로넨 인수에 도움을 줄 것을 부탁했다. 이와 함께, 이 러시아 여성이 크로넨 인수를 돕고 선거자금을 낸다면 그 대가로 고속도로 공사 등 공공건설 계약을 수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슈트라헤는 언론인을 성매매 여성들에 비유하기도 하면서 시청료를 없애고 세금으로 공영방송을 운영해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 사건은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고 수천 명의 시민이 총리 공관 앞으로 몰려와 내각 해산을 요구했다. 파문이 커지자 자유당의 슈트라헤 부총리는 동영상이 공개된 다음 날 전격 사퇴했다. 당일 국민당을 이끄는 세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총리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Alexander Van der Bellen) 대통령에게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총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날짜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 다음 날 판 데어 벨렌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국민에게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9월 조기총선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자유당은 나치 전력자들이 참여해 창당한 정당으로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극우 정당에 해당한다. 자유당은 2017년 총선에서 반(反)이민, 반(反)이슬람 구호를 내세워 제3당으로 도약해 극우 정당 최초로 내각에 참여했던 것이다. 자유당이 반(反)이민, 반(反)이슬람뿐만 아니라 반(反)유태주의, 동성애 혐오, 권위주의를 공공연히 표방하면서 집권 국민당과 쿠르츠 총리는 자유당과 연정을 유지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껴왔었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인구 대체는 오스트리아에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하는 등 반(反)이민,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인구 대체는 무슬림들이 유럽으로 이주해 유럽에서 백인과 기독교인을 대체하고 있다고 믿는 극우주의자들의 표현이다. 또한, 극우 단체와의 연계 등으로 자유당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친러시아 정당으로, 러시아 집권여당과 상호 협정을 맺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국민당과 자유당의 연정 과정에서 슈트라헤 부총리는 국방부, 내무부 등의 장관직을 자유당 몫으로 확보하면서 실세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정 기간 동안 나치 옹호, 인종 차별 발언 등 자유당의 극우 행보가 이어지면서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과 쿠르츠 총리는 자유당과 거리를 유지해왔으며 슈트라헤 부총리의 부패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자유당과의 연정은 결국 파국에 이르렀다. 

연정이 파기되고 약 1주일 후에 열린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당은 선전했고 자유당은 참패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당은 34.6%를 득표하였고 사회민주당은 23.9%를 득표하여 현상을 유지했으나 자유당은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 비해 2.5%, 2017년 총선과 비교하면 무려 8.8%나 줄어든 득표율을 보였다.
▲2014년부터 2019년 오스트리아 선거 결과

한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는 과반을 획득한 정당이 나오지 않은 채 대부분의 기간을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이 연정을 이루어오곤 했다. 19세기에 창당된 사회민주당은 사회 민주주의와 사회 조합주의의 이념을 이어오면서 중도좌파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국민당은 기독사회당을 계승하여 1945년 창당하여 기독 민주주의와 보수주의 이념을 계승하면서 중도우파에 해당한다.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의 연정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총선에서 양 정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약 90%에 이르러 오랜 연립정부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29.3%, 국민당이 26%의 득표율을 보여 두 정당은 겨우 55%로 연립정부를 유지하였으며, 2013년에는 사회민주당이 26.8%, 국민당이 24.0%로 총 50.8%의 득표율로 연합정부를 유지하였으나 2017년 총선 후에는 국민당과 자유당이 연합정부를 구성했다. 
▲1945년 이후 오스트리아 국민의회선거 정당별 득표율

2019년 5월에 국민당과 자유당의 연정이 파기된 후에도 자유당은 선거 후 국민당과의 연정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편, 국민당은 총선을 앞두고 반(反)이주민 등 극단주의 단체의 활동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당은 차기 연립 정부는 극단주의 단체의 금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이번 금지 방안에는 반(反)이주민, 반(反)이슬람을 내세워온 극우 단체 ‘정체성 운동(IBO)’도 속해 있다. 이 단체는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 총격을 가해 시민 50여 명을 숨지게 한 브렌턴 태런트에게서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당은 ‘정체성 운동’과의 연관성을 의심받아오고 있다. 국민당이 극단주의 단체 금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유당은 반발하고 있다. 

한편, 오스트리아의 선거권 연령은 만 16세이며, 피선거권 연령은 만 18세이다. 선거를 한 달 앞둔 8월 24일에 여론조사 기관 Unique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당이 약 36%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은 각각 20%, 녹색당 12%, 새로운 오스트리아가 9%, 필츠(PILZ)당인 예츠트(JETZT)는 1%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괄목할 만한 점은 2017년 총선과 마찬가지로 2위는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이 동등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었던 사회민주당이 자유당에 비해 0.9%를 더 득표하는 데 그쳤었다. 
▲정당별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2017년 총선에서 국민당과 자유당이 약진하게 된 배경에는 유럽 전역에서 문제가 된 난민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 여론조사에서 실시한 ‘총리를 직접 선거로 뽑는다고 가정할 경우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에 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32%는 국민당의 세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에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자유당의 노베르트 호프(Norbert Hofer)는 15%, 사회민주당의 파멜라 렌디-바거너(Pamela Rendi-Wagner)는 12%, 새로운 오스트리아의 베아테 마인을 라이징거(Beate Meinl-Reisinger)는 7%, 녹색당의 베어너 코글러(Werner Kogler)는 7%, 예츠트(JETZT)의 마리아 슈테른(Maria Stern)은 1%를 이 여론조사에서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은 치열한 2위 경쟁이 예상된다. 또한, 필츠당(PILZ)인 예츠트(JETZT)와 녹색당이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고자료 •이소영 (2014), “2013년 오스트리아 총선과 전망”,
『선거연구』, 4권 1호, 한국선거학회, 175-188. •https://www.bmi.gv.at/412/Nationalratswahlen/
(검색일: 2019.8.22.) •https://www.profil.at/oesterreich/nationalratswahl
(검색일: 2019.8.25.) •https://europawahlergebnis.eu/nationale-ergebnisse/osterreich/2014-2019/konstituierende-sitzung/
(검색일: 2018.8.23.) •www.profil.at/oesterreich/umfrage-spoe-fpoe-10936105
(검색일: 2018.8.25.) •https://blog.naver.com/jongheesalon/221121312028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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