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과 비례한국당 논란, 그리고 민심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입력 : 2020.01.01 09:23

정치는 생물(生物)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 불가능하다. 또한 정치는 물리학(物理學)이기도 하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다. 패스트트랙, 즉 ‘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이 그렇다. 각 당간의 ‘작용’과 ‘반작용’의 물리적 과정을 통해,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최종안이 탄생한 것이다.최종안은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이른바 ‘4+1 협의체’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마련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각 정당들 간의 ‘작용’과 ‘반작용’ ,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정안이 계속 ‘진화’하면서 최종안이 만들어졌다.

지역구 의석수는 225석에서 250석으로 늘어났다가, 최종적으로는 현재 의석인 253석으로 확정되었고, 석패율제는 도입될 뻔하다가 없었던 얘기로 바뀌었다.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연동률을 50%로 정했고, 이를 적용하는 의
석 상한선(cap·캡)은 30석으로 설정하되, 내년 총선에만 한시 적용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 17석은 기존의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나누기로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 명부제’는 백지화되었고, 선거연령은 ‘18세’로 하향했다.

만일 다가오는 21대 총선을 바뀌게 될 선거제도에 의해 시뮬레이션하면 어떻게 될까?
최근 한 신문사가 리얼미터의 최근 정당지지율(12월 16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을 적용, 즉 민주당 39.9%, 한국당 30.9%, 바른미래당 4.8%, 정의당 6.6%, 민주평화당 1.4%, 우리공화당 1.7%라는 정당지지율을 기준으로 하고, 지역구 의석을 현재 의석 분포를 그대로 적용(한국당 소속으로 최근 당선 무효형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5명의 경우엔 그대로 한국당 의석으로 계산)하여 추산해보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① 지역구 의석 분포는 민주당 1 16석, 한국당 96석, 바른미래당 15석, 정의당 2석, 민주평화당 4석, 우리공화당 2석, 민중당 1석, 대안신당 7석, 무소속 10석 등으로 나왔고, ② 50%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 30석은 민주당 13석, 한국당 7석, 바른미래당 1석, 정의당 9석으로 나왔다. ③ 종전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 즉 병립형 비례의석 17석은 민주당 8석, 한국당은 7석, 바른미래당은 1석, 정의당은 1석을 얻게 된다.

상기 ①, ②, ③을 합치면 최종적으로 민주당은 137석, 한국당은 110석, 바른미래당은 17석, 정의당은 12석을 얻을 것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평화당과 우리공화당은 정당득표율이 3% 이상 정당을 대상으로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이른바 봉쇄조항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었지만, 실제 조사결과에서 무당층(13.3%)에서 두 정당에 분산될 비율도 있기 때문에, 실제 선거결과는 3% 이상 득표하여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자.

그러나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4+1 협의체’와 민주당에 의해 이러한 ‘작용’이 도출되자, 선거법 개정에 있어서 외톨이가 된 자유한국당은 ‘반작용’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른바 ‘비례한국당’. 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진 보수 제1당의 ‘후속정당’이 아니라 ‘위성정당’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역구 의원 없이 비례대표만을 위한 정당, 이른바 ‘비례한국당’이 조만간 현실화될 거라는 거다. 상당히 ‘창의적’이다.


아쉽게도(?) 당명을 ‘비례한국당’으로 하는건 이미 다른 정파에 의해 선점당해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뛰는 당 위에 나는 당이 있다고 했던가. 통일한국당 최인식 전 대표가 ‘비례한국당’ 이름으로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등록했는데, 김재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양측이 당명 사용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비례한국당’으로 칭하고 ‘반작용’의 결과물이 또 다른 ‘반작용’을 어떻게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민주당과 ‘4+1 협의체’는 ‘비례한국당’을 두고 ‘꼼수’, ‘변칙’이라고 정치적 비난을 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법적인 문제가 더 중요해 보인다. 즉 ‘비례한국당’ 추진이 ‘공직선거법 위반’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8조로서, ‘후보자·선거연락소장·선거사무원·회계책임자·연설원·대담·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선거구가 같은)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등록을 전면 포기해야 하고, 실제 그렇게 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았다”는 것으로, 선거법 위반 논란 때문에 ‘비례한국당’캠페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자유한국당은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충분히 비례한국당의 지지를 이끌 방법들이 있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인물이 가거나 혹은 ‘친박연대’ 같은 한국당과 관계된 당명을 쓰면 지지자들은 말을 안 해도 비례한국당을 찍을 것이고, 자유한국당이 홍보를 안 해도 다른 정당이 비판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주고 있어서 당명만 제대로 짓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것이 한국당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법적인 ‘반작용’ 외에 정치적 ‘반작용’은 어떨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수혜 정당으로 평가받는 정의당에서는 “공갈 정도로 치부됐던 ‘페이퍼 정당’ 꼼수를 실제로 단행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독선과 아집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반드시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 자기 꾀에 넘어간 여우 마냥 한국당의 우스운 꼴을 꼭 볼 수 있기를”이라며 기대 섞이고 자신감 가득한 논평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례없는 꼼수, 가짜 정당동원’이라고 비난하면서 ‘위성정당 금지법’같은 선거법 재개정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울러 당 일각에서는“제1당 의석수를 지키려면 2030 청년 위주 ‘비례 청년당’을 안 만들 도리가 없다”는 ‘현실론’도 등장했다. 군소정당에 돌아가야 할 연동형 비례 의석이 한국당에 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말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는 ‘비례당 맞불’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 ‘정치개혁’ 명분으로 개정안 합의를 주도한 여당이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례정당 창당 시 여론 악화 때문에 오히려 지역구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민심의 역풍으로, 비례 의석 더 받으려다 지역구 선거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비례당’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성선설(性善說)’적 전망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다.

이제 다음의 정의로, 글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정치(政治)=생물(生物), 정치(政治)=물리학(物理學)에 이어, 정치는… ‘막장 드라마’다. ‘막장’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마지막 장을 뜻하는 말로, 특정한 상황의 마지막 장에 다다른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 인생을 갈때까지 간 사람 또는 그러한 행위를 꾸며주는 말.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도 ‘비례당’을 안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그 가능성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이른바 ‘공수처법’까지 통과되고 나면, 한국당에 이어 민주당마저 ‘비례당’이라는 ‘절대 반지’를 끼고 싶은 유혹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래서는 안 될 것 같고, 설마 그럴까 하는 길’로 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커 보인다.

민주당도 공수처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전까지는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비례당’을 감히 언급하기 어렵겠지만,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나오고 나서가 다른 것은, 일반 국민보다 국회의사당에 계신 분들이 더할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이른바 성악설(性惡說)적 전망이다.

‘정치=막장 드라마’라고 정의한 건, 실제 상당수 정치인에게 죽기 전 마지막 직업이 국회의원이고, 낙천, 낙선이 되어도 다시금 도전하며 정치적 낭인으로 살다가 잊혀져가는 정치인이 많기 때문에 사전적 정의대로 ‘마지막 장, 특정한 상황의 마지막 장에 다다른 사람들’이라는 정의가 어색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는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정치인들이 막장에서 던진 ‘작용’은 자주 민심이라는 ‘반작용’에 의해 교정될 때가 많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진박 감별사’ 논란으로 시작된 새누리당 공천이 ‘옥새들고 나르샤’ 역풍으로 과반 의석에 실패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탄핵 역풍에 의해 열린우리당이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나 SNS(Social Network Service) 시대 한복판에서 치러질 21대 총선은 ‘작용’ ‘반작용’의 시간차(Time Lag)가 크지 않은 5G의 초(超) 시대에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제 개편, 또는 비례당 출현으로 인한 민심의 ‘반작용’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부디 정치가 천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21대 총선이 되길 바랄 뿐인데, 이전 선거에서 봐왔듯, 생산자보다는 소비자에 의해 천심(天心)이 구현될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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