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왜건과 언더도그, 그 갈림길에서

[이택수의 이심전심(以心傳心)]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 입력 : 2020.03.02 11:07
‘밴드왜건(Band Wagon)’은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다. ‘밴드왜건 효과’는 편승효과라고도 하는데, 악대차가 연주하면서 지나가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몰려가는 사람을 바라본 많은 사람이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뒤따르면서 군중이 불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론조사에서 A후보와 B후보가 경쟁하는데, A후보가 50%, B후보가 30%라고 보도되면, 부동층으로 있던 20%가 조사결과 발표 이후 당선 가능성이 있는 A후보 지지로 상당수 돌아선다는 얘기다. 굳이 예를 들자면, 2007년 대선 당시 A후보에 해당되는 후보는 이명박 후보였고, B후보는 정동영 후보였다.

반면에 언더도그 효과(Underdog Effect)는 사람들이 약자(弱者)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 또는 약자로 연출된 주체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애착을 의미한다.

여론조사에서 A후보와 B후보가 경쟁하는데, 여러 번 낙선 경험이 있는 A후보가 30%, B후보가 50%라고 보도되면, 부동층으로 있던 20% 중 A후보에게 동정론을 갖고 그를 지지하게 된다는 얘기다. 굳이 예를 들자면, 2002년 대선 당시 A후보는 노무현 후보였고, B후보는 이회창 후보였다.

미국에서도 1944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 후보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꾸준한 열세였다. 즉, 트루먼은 언더도그(Underdog)였다. 그런데 투표결과는 정반대로 트루먼이 톱 도그(Top dog)인 상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약자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며 동정표를 던진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트루먼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잇따른 여론조사로 인해 대중에게 각인된 약자 이미지가 오히려 동정표 결집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의 심리 저변에 약자에 대한 동정심, 관대함, 일체감이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밴드왜건 효과와 언더도그 효과의 사례는 앞서 소개한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외에도 자주 발견된다. 가령 흉탄에 부모님을 잃은 박근혜 대통령은 언더도그 효과로, 이른바 ‘재클린 케네디(Jacqueline Kennedy)’ 효과, 우리나라의 속된 말로는 ‘까방권(까임방지권)’을 갖고 당내 경선과 본선을 잇따라 통과하며 대통령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에는 2017년 대선 당시 꾸준한 리드를 통해 밴드왜건 효과를 유지하고자 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드루킹 사건, 즉 인터넷 댓글을 통해 높은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고자 했던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종로구 지역을 예로 들어 상기 두 가지 효과에 대해서 살펴보자.

서울 종로구는 차기 대선 후보 1, 2위가 출마해서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곳으로, 최근 여론조사가 여러 곳 발표되고 있는데, 다음 페이지 그래프는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들의 종로구 조사결과 비교표로서,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의 격차가 작은 순대로 정렬한 것이다.

상기 조사결과를 보면 1) 조사방법에 있어 자동응답방식(ARS)을 사용한 조사결과가 전화면접(CATI)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보다 더 격차가 적게 나타나고 있고, 2) 시간적으로 나중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상대적으로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3) 유선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조사결과가 격차가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후보간 격차가 가장 적은 조사결과는 뉴시스-리얼미터 결과였고, 격차가 컸던 조사결과는 SBS-입소스 결과였다. 조사 시점이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뉴시스-리얼미터가 나중에 실시되었고 SBS-입소스는 보다 앞서 실시됐기 때문이다. 

조사 방법에 있어 자동응답방식(ARS)을 사용한 조사결과가 전화면접(CATI)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보다 야당 표심, 즉 미래통합당 표심이 더 많이 잡히고 부동층이 적기 때문에, 뉴시스-리얼미터 결과가 가장 격차가 적게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몇몇 보수매체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한 응답자들이 과대표집이 되어 믿을 수 없는 것처럼 보도했다. 다른 조사기관들은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물어보는 문항이 아예 없었는데, 만일 이 문항이 있었다면 이낙연-황교안 격차가 리얼미터보다 더 컸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이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리얼미터 조사보다 격차가 큰 조사 결과, 즉 KBS-한국리서치, SBS-입소스, JTBC-리얼미터, 쿠키뉴스-조원C&I, 뉴스토마토-KSOI의 결과들은 신뢰도가 더 낮고, 여론조작일까?

현직 대통령 과대표집 문제는 여론조사 역사에 있어 늘 발생하는 문제이고,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당시에도 동일한 현상이었으며,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마치 이번 조사에서만 그런 것처럼 보도해,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낮다고 보도한 것이다.

보수 성향의 일부 언론과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격차가 가장 적은 리얼미터를 비판하면서, 최근 발표된 모든 여론조사 결과, 즉 이낙연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모든 조사결과를 부정해, 실제로는 황교안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보수 성향 지지층을 결집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의 이러한 전략은 지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썼던 방식, 즉 모든 여론조사 결과는 왜곡되었고, 실제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한국당 후보들이 더 앞서고 있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인데, 이러한 전략은 두 가지 면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들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등 다른 경쟁 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을 결집시켜, 투표장으로 더 가도록 독려하는 효과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경쟁 정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되었고 믿을 수 없다고 하면, 여론조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투표장에 더욱 가게 된다는 가설이다.

두 번째는 미래통합당과 보수언론이 여론조사 결과를 계속 부정하게 되면,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은 모든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진다. 불신하는 매체, 불신하는 여론조사 기관에 응답하고자 하는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집중적으로 공격한 G사의 경우 마지막 발표된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 후보가 실제 2위를 했는데, D-6 이전 마지막 결과에서 한국당 후보가 3위로 발표된 바 있다. 홍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에 의해서 G사를 없애겠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한국당 지지자들이 G사 여론조사에 덜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고, 결국 투표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 후보들로부터 이러한 회고적 후회를 직접 많이 들었는데, 만일 당시에 언더도그 효과를 노리고, 읍소전략, 동정표 만회 전략으로 나섰더라면 자유한국당이 꽤 선전했을 수도 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이제는 이름이 미래통합당으로 바뀐 정당 얘기를 해보자. 미래통합당은 여전히 민주당에 지지율이 뒤처져 있다. 리얼미터뿐만 아니라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렇다. 그러면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언더도그 효과를 기대하며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일부 의원들은 보수 언론과 호흡을 맞추며, 열세 후보임에도 우세 후보가 쓰는 전략, 즉 “미래통합당 후보가 이기고 있고, 현재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틀리며, 선거 결과 미래통합당의 압승으로 귀결될 것이다”라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하며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이러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심판을 하려고 하는 욕구가 있고, 오만한 후보는 떨어뜨리려고 하는 심리가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정당은 천막을 치려 하고, 후보들은 ‘굽신’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역구 후보들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언더도그 효과를 기대하며 선거 운동을 하건만, 중앙당 차원에서의 선거 전략이 여전히 2017년, 2018년 선거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모처럼 찾아온 제1야당의 원내 1당의 기회, 원내 과반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선거 때까지 1개월여 남은 기간, 앞으로 톱 도그도 아니면서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하는 정당이 될지, 아니면 언더도그인 걸 알고 읍소전략으로 갈지 관전자, 아니 주권자로서 지켜볼 일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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