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리 변호사, “소년법 개정, 피해자에 포커스”

[인물포커스]김계리 변호사, "피해자 고통부터 고민… 가해자도 교화 가능성 봐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7.10.17 09:57

▲김계리 변호사/사진=더리더
모든 사람은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는다. 예외는 있다. 바로 ‘나이’다.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 14세 이상 ~ 만 19세 미만에 대해서 최대 20년으로 형을 제한하고 있다.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반성’할 여지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부산•강릉 중학생 폭행사건, 인천에서 한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성년 범죄 처벌’ 소년법에 대한 국민여론은 개정을 통한 ‘처벌 강화’ 찬성이 64.8%를, 소년법 폐지 찬성이 25.2%를 기록했다. 개정 혹은 폐지에 대한 찬성이 무려 90%에 육박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소통 광장 ‘국민 청원과 제안’에 소년법 폐지를 청원한 사람이 26만 명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실제로 소년법 폐지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소년법 개정일 텐데, 개정이 필요한 것인지, 어떤 내용이 개정되어야 하는 것인지, 또는 소년들의 형사책임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는지, 낮춘다면 몇 살로 낮추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또는 일률적으로 낮추지 않고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 형사책임 연령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차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한다고 해도 충분히 사회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개정안 발의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형법상 미성년자의 최저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개정안을, 표창원 의원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한 형량 완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법안을,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소년법 적용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 등이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계리 법무법인 케이파트너스 변호사는 소년법 폐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년법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강력범죄의 경우 드물게 발생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년법 폐지나 개정을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게 소년법에 대해 묻기 위해 21일 서초에 위치한 케이파트너스 사무실을 찾았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등 범죄를 어떻게 지켜봤나
▶어느 세대나 강력범죄 이슈가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사람 인육을 먹는다는 지존파 사건이 있었다. 그런 충격적인 범죄는 늘 발생한다. 인천에서 고등학생이 살인을 저지른 사건은 분명 충격적인 잔혹 범죄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같은 경우 가해자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 말한 게 SNS를 통해 확산됐다.


그런데 이게 소년법의 문제 때문일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강력범죄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그것과 결부돼서 폐지 이슈가 일어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분명 소년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존재 이유에 대해서 도외시하는 부분이 있다. 조금은 감정에 휩쓸리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소년법이 존재해야 하는 취지를 설명해준다면
▶소년법은 일단 청소년이 일반 성인과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 성인은 형법에 의해서 규제를 받는다. 범죄를 저지른 만큼 책임을 진다. 그러나 청소년은 다르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감형된다. 교화시켜서 사회로 다시 내보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아니니까 사회적으로 보호해줘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교화될 여지가 있고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게 취지다.


-청소년 범죄가 최근 많이 증가됐나
▶실제 청소년 범죄의 대다수는 절도나 폭력이다. 살인이나 성폭력, 방화 범죄는 일반적인 절도나 단순 범죄에 비해 현저히 낮다. 사회적으로 강력범죄만 다뤄지니 이슈가 된다. 그러니 증가하는 추세로 보인다. 통계마다 다르긴 하지만 청소년 범죄는 줄어들고 있다. 살인처럼 강력범죄는 몇 년에 한 번 일어나는 범죄다.


-정치권에서도 소년법 개정안 발의에 나섰다. 개정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령도 개정안에 대해 토론하자고 이야기할 정도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이슈라고 생각한다. 소년법을 개정하려면 형사 책임 연령을 몇 살까지 낮추는지에 대해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점차적으로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되면 안 된다. 지금은 가해자에 비해 피해자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듯하다. 그런데 가해자를 엄히 처벌한다고 피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피해자에 대해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다. 피해자가 받은 고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피해자를 위한 제도 개선은 어떤 게 있을까
▶소년법이 제25조의3제2항에 ‘화해권고’가 있다. 소년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시행하는 제도인데 심리상담조사, 청소년참여법정 등의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합의나 피해 변제가 필요한 사건에서 갈등 해결 전문가의 주도로 가해 소년과 피해자의 실질적인 화해를 이끄는 제도지만 시행이 많이 되고 있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 법이 다른 나라 제도를 차용해 온 게 많다. 그래서 있는 법도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있는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거나 청소년 문제에 대한 대책이 우선이다. 소년법부터 폐지하자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호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벌어졌을 때, 주변 목격자가 많았지만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착한 사마리아인법 도입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가 각박해져 가고 있다는 의미다. 범죄가 다양화되고 있는 것도 개인주의가 팽배해서다. 다들 타인에 대해서 무관심해져 가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을 법으로 어떻게 강제하고 집행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의무가 없는 일을 의무 있게 강요하는 것이다. 법으로 도입된다고 하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선언적인 메시지가 될 수는 있겠다.


-소년법을 이야기할 때 성년 ‘나이’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정치권에서는 투표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투표권은 ‘권리’를 부여하는 의미다. 사실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 예전 청소년과 지금은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때와는 아이들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래서 권리를 주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렇지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다르다. 형벌을 부여할 때 엄벌주의나 처벌 확대는 조심해야 한다. 많은 사회적 논의를 거치고 제도 보완해서 점차적으로 나이를 낮추는 것은 동의한다. 지금은 갑자기 화두가 된 것 같다. 순식간에 나이를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전체적인 형량이 낮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에서 400년을 구형하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가중주의를 도입해 몇 백 년 이상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형량이 낮아 보인다. 인터넷이나 그냥 말로 판결하는 게 아닌, 실질적으로 칼자루를 쥐어주면 형량을 높게 못 내린다. 우리나라에 배심제가 도입됐다. 배심원들이 양형을 결정할 때 일반 판사들이 내리는 것보다 평균적으로 낮게 결정한다. 그만큼 판결할 때는 누구나 신중해진다.


▲김계리 변호사/사진=더리더
-김 변호사는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안양소년원)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나
▶소년 범죄에서 가장 강력 범죄를 저질렀을 때 10호 처분된다. 8호 처분이 한 달 이내, 9호가 6개월 이상, 10호가 1년 이상 소년원에 송치된다.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는 10호 처분 받은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정에 굶주려져 있다는 것이다. 연고가 없고,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인연이 닿지 않은,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조금만 사회 구성원들이 그 아이들에게 온정을 베풀어주면 충분히 교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멘토 활동을 한 지 얼마나 됐나
▶1년 좀 넘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고 있다. 학교에서 먹을 수 없는 피자나 치킨을 사서 가져간다. 학생들이 왔다간 변호사들을 기억한다. 학생들이 멘토들에게 편지를 보낼 때도 ‘어떤 점이 좋았다’라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만큼 애정에 대한 갈증이라고 할까, 그런 게 느껴져 다녀올 때면 마음이 늘 무겁다. 이곳에는 10호 처분, 가장 강력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도 교화될 수 있다. 그 이하나 단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제도권 아래에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인 것이다.


-소년법 개정이나 폐지 이전에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낙인 효과라는 것은 굉장히 무섭다. 청소년 때부터 낙인 찍혀 버리면 취업하기도, 사회에 나오기도 힘들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피해자’ 지원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국가가 피해회복을 어떻게 지원해줄 것인지 논의돼야 한다. 피해자는 충분히 위자를 받을 수 있고 가해 청소년은 교화 가능성을 봐야 한다.


김계리 변호사
52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現법무법인 케이파트너스 변호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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