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부산 중구청장, "‘모성애 리더십’으로 공감 행정"

[차홍규 교수가 만난사람]김은숙 부산시 중구청장, “정치란 주민 가려운 곳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차홍규 교수입력 : 2018.02.06 10:57

▲김은숙 부산시 중구청장/사진=더리더
지방선거법상 단체장은 세 번 연임을 못하게 되어 있다. 김은숙 부산중구청장은 여성으로 유일하게 3선 연임을 하고 올해 임기를 마친다. 미술을 좋아하여 필자의 전시장도 찾아오고 마음도 무척이나 다정다감한 사람인데, 험난한 우리의 정치판에서 어떻게 중심을 잃지 않고 당차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래시장이 소재한 지역의 상인들과도 자주 손을 맞잡고 주민들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일일이 민원 현장을 확인하기까지 한다. 따뜻한 소통을 중요시하는 실무형 김 구청장. 필자는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 정치는 잘 모르지만 우선 궁금한 질문부터 던져보았다.


-궁금한데,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
“어릴 적 꿈은 그때그때 변했지만 부산여중을 거쳐 부산여고에 들어가서는 아픈 이들을 돕는 약사였다. 간단한 진통제조차 구하기 힘든 시절로 비타민 전도사가 된 것처럼 약으로 모든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나름 성적이 상위권에 있어 어렵지 않게 부산대 약대를 입학하고 약사 생활도 하였지만 돌이켜보면 10년 마다 인생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약사가 아픈 사람에게 약을 처방하듯이, 구민들에게 필요한 행정 처방을 제때 적절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이력을 가졌는데
“부산대학교 약대를 졸업하고 26살 때부터 자갈치시장 입구에서 경복약국을 10여 년간 운영했다. 약국이 잘 되어 수입이 많았고 모두가 부러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친께서 ‘너는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많이 배웠는데 약사로 사는 것이 좋으냐? 비좁은 약국 안에만 있지 말고 더 크고 넓은 곳에서 일해 보라’라고 말씀하신 것을 계기로 10여 년간 운영해 오던 경복약국을 정리하였다. 그 후 지인의 추천으로 당시 민정당 사무처 1기 공채 모집에 응시해 합격했고, 1981년 7월 민정당 부산시지부 여성부장을 시작으로 정당과 인연을 맺어 전공인 약사와는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였다.


10년마다 인생의 큰 변화를 겪었는데 1991년 7월 부산시의회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가 가정복지국 부녀복지과장과 여성정책과장을 거쳐 가정복지국장으로 승진했다. 부산시 초대 보건복지 여성국장을 하다가 후배들에게 승진 기회를 주기 위해 과감하게 명예퇴직을 하고 부산시여약사회장과 여성단체협의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봉사활동에 적극 앞장섰다.


부산 중구 중앙동으로 시집와 50여 년 가까이 살아온 토박이였고, 중구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중구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애정과 관심도 그만큼 컸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구청장에 출마하게 되어 2010년 재선에 성공한 다음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 정치사에 첫 3선 여성 구청장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젊어 보이는데 하루의 일정과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일찍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하면서 구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부산의 새벽을 여는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나누고 어려움은 없는지를 살핀다. 구청에 일찍 나와 현안 업무를 살피고, 점심때는 가끔 원로의 집과 복지관 등을 돌아보며 어르신들의 불편함도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


오후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저녁에는 각종 모임으로 중구 관내의 인사들과 만나 구정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 많다. 구청장으로 일하려면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하루 4시간만 자면서도 이렇게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강한 정신과 체력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더불어 면역력 증가와 암을 예방하는 생명의 파수꾼 비타민C를 늘 복용한다.”


-구청장 3선을 하였는데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것이 별 것이 아니다. 구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효자손’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주민이 맘 편히 먹고, 자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민 혼자하기 힘든 일을 효자손이라는 행정이 나서서 도로도 보수하고, 주거환경도 개선하고, 문화공간도 늘려주는 것이다. 우리 이웃인 서민이 모두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행정이고 또한 정치이다. 정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서민이 편하면 되는 것이다. 특정한 부유 계층이나 엘리트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이 편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김은숙 부산시 중구청장/사진=더리더
-그동안 구민들을 위해서 어떤 행정을 펼쳐왔는지
“어머니의 마음으로 구민들 한 분 한 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중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부산항 개항 이래 부산의 최고 번화가였던 중구는 시청 등 공공기관이 옮겨가면서 상권 침체와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지난 10년간 원도심 중구는 상권 활성화는 물론 문화 관광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등 정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부산 중구는 적은 인구와 좁은 면적에 비해 업무, 쇼핑시설 등이 밀집하여 주간 상주인구는 30만 명, 유동인구는 100만 명 이상으로 행정 수요가 많은 부산의 원도심 지역인 만큼,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 축제를 기획하여 세계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만들었다.


특히 전통시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규제개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선정된 전국 최초 부평깡통야시장 개장을 비롯하여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한국 근대사의 애환을 간직한 영도대교가 47년 만에 재도개되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고지대 산복도로 주민생활 편의 제공을 위해 전국 최초로 설치한 주민 복지형 모노레일 등 다양한 정책 개발의 추진으로 옛 명성을 회복하였을 뿐 아니라, 중구는 영화 <국제시장>의 인기에 힘입어 명실공이 부산을 대표하는 명품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되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명소로 도약했다.”


-재래시장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좀 더 해달라
“부산 중구는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신동아시장, 부평깡통시장 등 부산의 유명 전통시장이 밀집한 곳이다. 꽃분이네가 있는 국제시장은 이미 전 국민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자랑한다면 ‘국제•자갈치시장’이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경영혁신 지원 대상의 시장 중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선정됐다. 국외 관광객이 한국의 맛과 멋, 흥을 체험하고 쇼핑할 수 있는 한국적 명품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제•자갈치시장에 각각 최대 50억 원이 투입될 것이다.


또한 영도대교가 재개통하고 중구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을 찾는 이들이 발길이 크게 늘어났으나 대만이나 태국과 같이 야간 시간에 관광을 할 수 있는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부평깡통시장에 전국 최초로 야시장을 개장하여 전국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전통시장을 외면하던 젊은 층이 대거 몰리면서 부평깡통야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야간 필수 관광명소이자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성공모델로 자리잡았고, 규제개혁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앞 다투어 현장 방문을 하고 있으며, 취약계층과 다문화가족의 일자리 창출에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구청장을 하면서 어려웠던 일이 있다면
“부산시 초대 보건복지여성국장을 역임하면서 다양한 리더십과 행정 경험은 물론 각계각층의 사람을 접하면서 신뢰도 쌓았고 친화력을 바탕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덕분에 구정 업무 수행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광복로의 차 없는 거리 조성, 부평깡통시장과 보수종합시장의 공영주차장 건립, 자갈치시장의 노점상 철거 및 보도정비공사 등에 따른 항의 민원 발생으로 다소 어려움은 겪었지만 민원인들의 이해와 구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잘 마무리 했던 일이 생각난다.”


-보람된 일을 꼽자면
“부평깡통야시장 개장, 영도대교 재도개, 중구보훈회관 건립, 모기 없는 중구 만들기 등 정말 보람 있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 중에는 평생학습도시 선정을 들 수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대학까지 배운 지식을 활용해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평생을 배워야 하는 ‘평생학습 시대’이다. 우리 중구는 몇 년 전부터 평생학습도시를 지향하여 준비된 다양한 교육을 펼쳐왔는데, 그 결과 드디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어 구민들에게 더 많은 교육의 혜택을 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김은숙 부산시 중구청장과 차홍규 교수/사진=더리더
-바쁜데도 필자의 전시장까지 찾아왔는데,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조언을 바란다
“요즘은 누구나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중구는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홍보의 부족으로 오늘처럼 국제시장 미술의 거리에서 열리는 ‘차홍규•배천순 2인전’이나 광복동 시장의 ‘차홍규 개인전’처럼 좋은 전시회가 있는데도 시민들이 모르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조각, 그림, 공예 등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하며 마음을 정화하고 그 예술작품에서 감동과 위로를 받는 일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일상을 잠시 떠나는 행복한 여행과도 같은 감동을 준다.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은 물론 부모님들도 전시회를 자주 찾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본다. 그 좋은 사례가 우리 구에 있다. 원도심 문화예술 공간 ‘또따또가’(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의 ‘또’와 ‘따’로 활동하지만 ‘또’같이 활동하며, 거리나 지역을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합성)가 바로 그 대표 사례이다. 중구 중앙동 40계단 주변과 동광동 빈 상가 23곳을 리모델링해 무대예술 트레이닝 센터, 또따또가 갤러리, 수공예 아티스트 센터, 원도심 인문학센터, 독립영화 갤러리, 미술작가 작업실 등 77실을 조성하여 246명의 예술인들이 작업하고 있다. 본인들이 만든 작품들을 매주 수요일 40계단 일원에서 판매도 하여 결과적으로 도심의 상권 활성화에 예술가들이 크게 한 몫을 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대중화에 대한 산증인인 셈이다.”


-우리 같은 문화, 예술인들에게 할 얘기가 있다면
“부산 중구는 근대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광복로와 남포동은 근대 문화의 산실이다. 백산기념관 일대 등 중구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와 갤러리는 중구의 역사를 대변하고 문화를 알리는 버팀목이라고 본다. 그러기에 구청장으로 문화, 예술인들이 안심하고 작품에 몰입하고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에 힘쓰고 있다.
부친이 사진을 좋아해서 나 역시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인지 그림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구청 3층에 구민들을 위해 ‘나이스 중구 갤러리’를 만들어 연중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외에도 국제시장 미술의 거리의 작가들과도 자주 교류하고 있고, 원도심 문화창작 공간인 ‘또따또가’ 등과도 협력하여 공연과 행사 등을 자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한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다양하게 응용하고 활용해 창의적으로 재가공하고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다. 바로 문화, 예술가들이 그 창의력의 중심에 있다고 본다. 문화, 예술가들이 중구에서 더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생각이다.”


대화를 하다 보니 필자도 모르게 추운 날씨임에도 김 구청장의 따뜻한 마음에 온몸이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달변은 아니지만 친근한 동네 이웃 같은 김 구청장. 인터뷰 내내 마주잡은 손을 놓기 싫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3형제만으로 위로는 김 구청장과 비슷한 연배의 누이가 있었으나, 여고를 졸업한 청춘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여서인지 김 구청장과 인터뷰하는 동안은 마치 누나와 깔깔대며 웃던 철없는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 속에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김 구청장의 이야기대로 정치란 복잡한 것이 아니리라. 거창한 구호도 아니고, 심오한 정치 철학이 담긴 것도 아니고, 달변으로 주민을 감화시키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서민이 편안한 것이 정치’라는 김 구청장의 말에 100% 공감을 한다.


우리의 정치판도 달변이나 거창한 구호가 난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서민을 편안하게만 해주면 좋겠다. 이제 몇 개월 후면 일반 시민으로 되돌아가는 김은숙 구청장. 관직을 놓고 돌아오면 누나라 부르며 지역구인 자갈치시장을 함께 걸으며, 좋아하는 막걸리도 사달라고 조르려 한다. 빨리 지방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


김은숙 부산 중구청장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졸업(68년)
동의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졸업(행정학 석사)
부산시 초대 보건복지여성국장
부산시 여약사회 회장
부산시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부산시 여성총연대 상임공동대표
민선4기 5대 부산시 중구청장 취임(2007.12.20.)
민선5기 부산시 중구청장 취임(2010. 7. 1)
민선6기 부산시 중구청장 취임(2014. 7. 1)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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