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성 스마트시티특위 위원장, "스마트시티는 살고 싶은 도시"

규제에서 자유로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담아낼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7.13 08:40
김갑성 스마트시티특위 위원장/사진=더리더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를 떠올려보자. 스마트폰은 우리가 이전에 썼던 휴대전화에 비해 기능이 업그레이드되긴 했지만, 똑똑한 사람들만 쓸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었다. 누구나 더욱 편리하게 다양한 일을 전화기 하나로 할 수 있게 된 것이 스마트폰이 가져온 결과였다. 스마트시티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이 사는 ‘도시’에 첨단기술을 도입해 똑똑한 도시가 됐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의 삶을 행복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는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가 있다.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갑성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를 만나 스마트시티가 무엇인지,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스마트시티, 말 그대로 똑똑한 도시인데 정확한 정의가 궁금하다
▶정의는 사람마다 국가마다 다르게 말하고 있다. 200개라는 말도 있고 500개가 넘는다고도 한다. 통상적으로 이야기하는 스마트시티는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를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스마트시티 특위는 산업구조의 변화를 사람이 사는 도시에 투영해보자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이전에 유비쿼터스 도시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스마트 도시와 같은 의미이고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 스마트를 직역하면 ‘똑똑하다’가 되다 보니 ‘똑똑한 사람만 사는 도시인가?’ 하는 오해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는 똑똑한 기술로 오히려 소외받을 수 있는 계층을 더 보호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도시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를 평가하는 스마트시티 지수가 있다고 알고 있다. 서울은 얼마나 스마트한가
▶지수 역시 평가기관마다 좀 다르다. 서울이 30위로 나오는 평가도 있고, 6위(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주니퍼 리서치 2017년 조사 결과)인 곳도 있다. 서울의 가장 큰 강점은 잘 갖춰진 대중교통시스템이다. TOPIS(Transport Operation and Information Service)라고 하는 대중교통정보시스템은 버스나 지하철 도착정보 등 대중교통 정보를 하나로 관리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다. 세계 도시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시스템 중 하나다. 그외에도 서울은 CCTV가 많아 치안, 방범, 재난 문제 방지에 강하고, 수많은 공공와이파이존 등 좋은 시스템을 많이 갖추고 있다. 다만 보통 이런 지수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가 많아야 지수가 높아진다. 우리는 아직까지 그런 분야가 낮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시티 지수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있는 스마트시티 선진국은 어디인가
▶주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덴마크의 코펜하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 유럽 도시들이 순위가 높으며,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서울이다. 높은 순위의 도시들은 시민 참여 부문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톱다운 방식으로 전문가나 공급자가 서비스를 제안하고 소비자가 구입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유럽 도시들은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낸다. “이런 게 필요합니다” 하면 거기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잘 돼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도시 규모가 큰 데 반해서 스마트시티 상위 도시들은 오래된 전통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마을이라서 변화하기도 쉽고 시민 의견을 취합하기도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5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국토교통 기술대전'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위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스마트시티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시스템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단기 목표를 위한 로드맵을 지난 1월 말에 발표했다. 크게 세 가지 방향을 제안했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 규제가 많아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규제에서 자유로운 국가시범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정보 공개나 기본적인 제반 사항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시범도시 사업이다. 그리고 기존 도시에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스마트시티로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R&D 사업을 제시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 구축을 산업화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게 최종 목표다. 우리의 효율적인 스마트시티 구축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수출해서 중국, 중동, 동남아 등에 도시화가 진행될 때 우리의 법제도, 시스템, 프로세스를 전파해보자는 것이다.

-지난 1월 특위는 세종과 부산을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사업 지역으로 선정했다. 두 시범도시는 각각 어떤 콘셉트의 스마트시티로 구축될 예정인가
▶지난달에 세종과 부산에 각각 MP(Master Planner)를 임명했다. 세종시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부산은 엑센트리(XnTree)라는 스타트업 발굴·육성 기업의 천재원 대표가 임명됐다. 세종시는 도시 구성원 중 공무원 비중이 높다. 그래서 행정, 복지, 교육, 의료와 관련된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서 데이터 기반의 도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은 주변에 산업단지가 많다. 부산 스마트시티 지구는 스타트업과 함께 산업생태계를 만드는 도시로 기획하고 있다. 천 대표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스타트업 기업들도 함께 기술과 사업을 개발할 수 있게끔 하고자 한다. 현재 거제의 경우 조선사업이 어렵지 않은가. 그런 산업단지들을 4차산업 기술로 바꾸는 출발점이 되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부산은 수자원공사가 중심이 돼서 물자원 순환도시를 추구해왔다. 그것도 재난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중요한 콘셉트다. 물과 관련해서도 기술적으로 함께 해나갈 계획이다.

-스마트시티 시범도시가 구축되면 거기엔 누가 거주하게 되나
▶국가시범도시는 백지 상태에서 구상하는 것으로 시민이 없어서 모집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1만5000명에서 2만 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기술에 대해 연구개발하고 실험할 기업 종사자들과 그 가족들이 1차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2차적으로 시민을 모집해야 한다. 기존 택지 개발에서는 분양 방식으로 사람을 모집한다. 스마트시티는 새로운 도시의 가치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는 도시, 새로운 교육·의료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찬성하는 분들이 시민이 될 것이다. 사전에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가상 시민들을 리크루팅할 생각이다. 내년쯤으로 예상하는 가상시민 체험에서 좋은 의견을 내고 평가에 참여하는 분들이 우선으로 시민이 될 것으로 본다.
단순히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공유경제, 새로운 거버넌스 등 시민 참여가 활발해야 한다. 이런 시범도시에서 사람들이 살아보고 괜찮으면 다른 도시도 닮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통해 수입이 생기고 나쁘게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 점차 확대되면 하나의 문화가 되지 않을까. 그런 시도를 하기 위해 국가시범도시를 하는 것이다.

/사진=더리더
-스마트시티 지구는 그럼 지자체에 속하게 되나
▶그것도 해결해 나가야 할 것 중의 하나다. 기존에는 LH나 수자원공사 같은 사업시행자들이 조성하고, 민간이 분양을 하면 관리는 지자체가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한 곳이 송도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다. 첨단도시로 조성했는데 인천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리가 잘되지 못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토지를 가진 LH와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 그리고 지자체가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에 속해 있지만 운영과 투자는 기업이나 독립 주체가 해야 시민 참여가 더 수월해질 것이다. 5년 동안 건물을 완성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함께 변화해야 한다.

-지난 6·13 선거에서 후보들은 많은 스마트시티 공약을 내놨다. 전문가가 봤을 때 가장 실효성 높은 정책은 무엇이었나(스마트공장 설립, ICT 첨단미래학교 구축, 미세먼지 IoT 측정망 구축 등)

▶가장 실효성 있다고 보는 것은 똑똑한 것도 있지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다. 지자체의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시스템을 교체하고 투자를 할 텐데 스마트한 기술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실효성 있는 것이다. 투자비용이 많을지라도 운영에서 줄이면 전체적 비용이 줄게 된다. 스마트시티가 추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사회문제와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술들이 효과적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서 국가가 주도적으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지자체별로 지역 문화에 맞는 것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시범도시와 관계를 맺어서 시범도시에서 여러 서비스를 시연하고 운영하면 사람들이 와서 보고 거기에서 그들의 문화와 맞는 것을 사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다 똑같은 도시가 아니라 차별화된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스마트시티를 위한 스마트시티 개정안도 마련되고 있다. 주로 규제 프리존에 대한 내용인데 이외에 또 어떤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법 제도는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새로 무언가를 만들었는데 그게 법에 없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는 게 우리의 법체계다. 안 되는 것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다 돼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것인데 그 반대로 되어 있어 규제에 걸리는 사항이 너무 많다.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 부처 간에 가지고 있는 사업영역과 예산도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시티 구축은 4차산업혁명 기술을 도시에 담는 건데 지금은 스마트시티 예산 따로, 자율주행 자동차 예산 따로, 드론 사업 예산 따로 식이다. 스마트시티라고 해서 별도의 예산을 잡을 이유가 없다. 부서가 기존에 하던 것을 통합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면 해결될 일이다.

2017년 9월 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에서 열린 ‘월드 스마트시티 위크 2017’(WSCW)를 찾은 참관객들이 사물인터넷(IoT)를 이용한 스마트시티를 체험하고 있다./사진=뉴스1
-스마트시티 구축이 국가의 장기적 비전이 되기 위해서는 산학연정 컨센서스도 중요할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한 입장은

▶그것이 바로 스마트한 도시와 국가 시스템이다. 우리가 유럽에 비해 뒤처지는 건 그런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갈등이라 하고 의견을 안 굽혀서 그렇다. 처음 세운 목표, 방향성, 계획을 조율하면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도시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시범 스마트시티 구축에는 찬반이 있다. 나는 ‘이런 도시를 꾸며보자’고 하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찬성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보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미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라 원하는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의 가치를 제안하고,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진화해 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민간과 공공기관, 산업체의 연합과 소통이다.
특위에서는 실제 도시를 가상의 도시로 만드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안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시행에 앞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나는 인천 송도 도시계획을 할 당시에 참여했는데 환경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4계절 사진이 있어야 한다더라.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계절을 기다리지 않고 나무를 바꿔서 실험해볼 수 있다. 교통영향평가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들어서면 출입구로 몇 명이 몇 시에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교통으로 해결하는지 플랫폼에서 실험해보면 된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생긴 문제들은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도 일어날 것이고 거기서 비즈니스 모델이 생기는 것이다. 시범도시에 실제 건물을 짓기 전까지 1년반 정도 시간이 있다. 그전까지 이런 작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스마트시티의 최종 목표는 ‘삶의 질 향상’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스마트시티는 어떤 도시일까
▶‘내가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닐까? 사람마다 가치관은 각각 다르다. 지금은 내가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 수밖에 없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내가 살고 싶은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을 모아보자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가를 넘어다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도시 간에 움직이는 것은 장벽이 없어 언제든 내가 살고 싶은 도시로 갈 수 있다. 지금의 도시들은 다 비슷하고 차이가 없다. 차별화된 도시를 통해 실제 행복해지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내가 살고 싶은 도시에서 원하는 것을 제안하고 받아들여지는 것을 체감하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시티는 나이, 교육의 정도, 건강에 따른 차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비슷한 행복감을 느껴야 하는 도시다. 만약 고령화가 진행되면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서 고령자를 이해하고 그들도 살아갈 수 있는 도시다.
지금은 광고를 보면 AI에게 “00아, 불 꺼줘” 하면 불이 꺼진다. 미래에는 AI가 생활패턴을 학습해서 눈을 몇 초 이상 뜨지 않으면 불이 다 꺼지거나, 수면을 유도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최초의 유전자 검사와 분석에는 한 사람당 1조 원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 원이면 다 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를 해서 뭘 조심하고, 뭘 먹지 말아야 하는지 결과대로 이를 지키면 수명도 늘어난다. 시범도시는 개인 정보 제공을 어느 정도까지는 찬성할 것이다. 사회에 필요한 데이터 서비스를 블록체인 방식으로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이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면 가수와 작곡가에게 저작권 수입이 가듯이 정보를 제공하면 일부 돈이 개인 혹은 기업으로 가는 방식이 하나의 비즈니스모델이 되지 않을까. 살면서 돌아다니는 행위 자체가 생산활동이 되는 도시가 스마트시티다.


/사진=더리더

김갑성 스마트시티특위 위원장

現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도시공확과 교수
現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 위원장
펜실베니아대학교 대학원 지역경제학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정책 연구센터 수석연구원
한국지역학회 상임이사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 자문위원회 위원
대한국토도시 계획학회 이사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국토해양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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