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독일 4차산업을 통해 미래를 보다

1부 : 인더스트리 4.0, 인간과 기술의 조화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7.09.29 14:34
세계 산업구조에 거대한(Megatrends)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인류는 이를 ‘산업혁명’이라 명명했다.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 증기기관으로 시작됐고, 기계화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컨베이어벨트 대량생산체제로 대표된다. 1969년에 일어났던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산업을 주도했다.
AI,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4차 산업혁명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인류사에 어떤 키워드로 귀결될까.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은 세계가 직면할 과제로 ‘4차 산업혁명’을 주목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속도, 범위, 체제에 대한 충격 측면에서 3차 산업혁명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술이 급격히 진화하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등 우리 삶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언급으로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세계 각국은 어떤 나라가 4차산업을 선도하게 될 것인지, 무엇이 4차산업의 핵심이 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11년, 제조업 강국 독일은 이미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개념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먼저 나아갔다. 독일 제조업 정책의 핵심은 생산기지를 자국내에 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흥국들의 저가정책과 후발국가들의 기술발전은 이를 위협했고, 독일은 제조업 위기를 타개할 복안이 필요했다. 이때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2011년 하노버 산업박람회(Hannover Messe)에서 이야기 한 것이 바로 ‘인더스트리 4.0(Platform Industry 4.0)’이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2016년 10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과대 한민국' 특별대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차세대 공장과 제조업을 의미하며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물품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다. 기술 융복합을 통해 새롭고 똑똑한 제조업 공장을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인더스트리 4.0의 모습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이런 스마트 팩토리에만 주목하지 않았다. 그는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기업의 이면에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렇게 독일 인더스트리 4.0에는 4차산업혁명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IT강국 대한민국 역시 4차산업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4차산업혁명에 대비가 잘 되어 있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풀고, 세계 4차산업혁명 가장 중심에 있는 독일이라는 국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알기위해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독일전문가 김택환 경기대 교수, 코스닥협회 회원사들과 함께 독일로 6박 8일의 여정을 떠났다. 인더스트리 4.0을 기반으로 변화를 준비하는 독일 장수기업들과,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히든챔피언 기업들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 매출 40억달러 이하인 기업 가운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 또는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
또한, 더리더는 이번 독일 기업탐방을 되돌아보는 ‘독일 4차산업을 통해 미래를 보다 - 독일을 넘어서’ 시리즈를 특집기획했다. 총 3부로 진행되는 시리즈에서는 인간과 기술의 조화를 통해 인더스트리 4.0에 대응하는 독일 장수기업 분석, 4차산업혁명시대 기업의 변화와 신전략, 마지막으로 4차산업혁명시대 미래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소개할 기업은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 생활화학기업 BASF, 문구류 회사인 파버카스텔이다.

Audi - 스마트 자동화와 노동 유연성 조화로 최고의 작품을 만든다

네카줄름 아우디 R8공장 내부 ©Audi
첫번째로 방문한 장소는 독일 자동차 명성을 자랑하는 아우디가 위치한 아우디 포럼 네카줄름(Audi Forum Neckarsulm)이다. 이곳은 원래 아우디 전신인 NSU가 자전거와 모터싸이클을 만들던 공장으로 크게 성장했다. 세계2차대전이 끝난 후, 1969년 아우디가 NSU와 합병하면서 이곳은 아우디의 중요한 생산공장 중 하나가 됐다. 아우디 포럼 네카줄름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다. 인턴십 제도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 현재 고용되어 있는 인력은 총 1만 6천 여명이다.(2016년 기준) 공장 부지는 계속해서 확장 중인데 현재는 약 100만 제곱미터 정도 크기다. 아우디 네카줄름 공장은 A4, A5, A6, A7, A8과 고성능 모델 RS시리즈, 슈퍼가 R8이 양산되는 곳이다.
독일탐방단은 아우디 포럼 네카줄름에서 아우디 R8 공장 투어를 했다. 일반적으로 아우디 A시리즈는 94%가 자동화 공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아우디 R8은 74%가 수동 공정으로 이뤄지고 26%만 자동화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R8 스포츠 공장에서는 매일 18대 아우디 R8만이 고객 주문제작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람보르기니 역시 하루에 13대만을 제작하고 있다.
R8 한대를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부품만 5천여 개에 이르며, 모든 단계에서 고객의 요청사항에 따라 주문 제작되기 때문에 같은 R8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가지 예로 시트제작만 하더라도 시트 재질 종류, 벨트 색상 등 옵션이 많아 약 5만여 개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 차량 색상 코팅은 총 5번 코팅 작업을 거치는데 이와 같은 작업을 거쳐나온 코팅 두께는 0.2 마이크로 미터 정도로 매우 세밀하고 정교하게 이뤄진다. 또한, R8은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해당 국가나 지역 여건에 맞게 제작되고 있는데 쿨링팬의 경우 더운지역과 추운지역, 보통 지역에 맞는 3가지 종류를 갖추고 있다. 더운지역의 경우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가 큰 팬이 장착되게 된다. 통상적으로 아우디 R8이 주문에 들어가면 약 4개월 정도 후에 차량을 인수할 수 있다.
R8공장은 로봇과 인간이 조화로운 업무를 하는 환경을 갖고 있다. 아우디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대신 자동 이동장치 로봇인 AGV(Auto-mated Guided Vehicle)를 중심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AGV는 필요한 단계 공정으로 이동하여 차체 각 부분에 대한 작업을 하고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반도체 칩에 정보를 저장하고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로 작업을 기록한다. 이렇게 AGV를 통해 다음 공정으로 차체나 부품을 옮김으로써 노동력 낭비를 최소화 하고 있다. 인간의 노동력 역시 유연성을 가지고 운용된다. R8 스포츠 공장은 전직원이 모든 공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로테이션 운영되기 때문에 인력 대체나 활용 면에서 유연성을 갖고 있다.

아우디 공장 이동장치 로봇 AGV(Auto-mated Guided Vehicle) ©Audi
스마트공장은 무조건적인 자동화 공장과는 다른 의미다. 생산 전체과정에서 CPS(Cyber Physical System 가상현실융합시스템)를 통해 작업자와 기계가 유기적인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지능적인 공장이 바로 스마트 생산이다. 이제는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지능형 공장이 우리가 가야할 스마트 공장의 길이다. 아우디의 슬로건은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다. R8 공장은 기술을 통한 진보와 그 기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음을 명확학게 입증하고 있다.

김택환의 깨알강의 1. 「독일 인더스트리 4.0 기원과 목표」

기업인들의 꿈은 세 가지다. 첫째, 일류 장수기업의 꿈.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두산(박승직상점) 119년, 동화약품 118년 정도다. 두 번째는 자식농사라고 일컫는 후계 구도에 대한 꿈. 어떤 기업들은 자식들에게 회사를 넘기지만 많은 상장 기업들은 전문경영인을 쓰는 구조가 보편화 됐다. 세 번째는 신성장 동력 발굴의 꿈. 어떤 새로운 먹거리와 제품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다.
일류장수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사회개혁을 통해 경제개혁, 노동개혁, 사회복지개혁을 했다. 쉬레더 총리가 그것을 성공시켰고, 세계적 경제위기가 왔을 때 독일만이 독야청청(獨也靑靑)했다. 독일이 그 성공을 이어나가기 위해 준비한 것이 4차산업혁명이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은 기업에서 먼저 시작됐다. 바일란트는 2002년 부터 회사경영진들이 준비해서 R&D하고 토론했다. 하노버 박람회에서 메르켈 총리는 전세계 언론에게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기업들은 세 가지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다. 첫째,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에 대한 고민, 둘째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가 치고 들어오니까 더 격차를 벌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 마지막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리나라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경제인구가 줄어들면서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노동의 고도화가 되면서 임금은 끊임없이 올라가는데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가질 것이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여기에 대해 독일은 TF팀을 만든 것이다. 독일 기업이 당면한 세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고,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연구하게 된 것이 인더스트리 4.0의 기원이다.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제조업, 사이버 물류,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고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등을 추구했다. 다보스 포럼 의장도 “이제 처음으로 4차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금 다르지만 이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국회를 포함한 각계각층에서 ‘4차산업혁명’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산업혁명으로 대두되는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 빅데이터, 3D, 모바일이 융복합되서 성장하게 될것이며 이런 메가트랜드가 우리 일상과 산업, 제품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화와 네트워크화, 저출산·고령화 되면서 산업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또한, 미래 성장 희망이 있는 것이 헬스케어 쪽이다. 지구가 온난화 되면서 화석연료에 의존해서는 미래가 없어 신재생 에너지 효용성에도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지금 4차산업혁명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독일, 미국, 중국, 일본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제조업에서 독일을 뛰어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로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신기술 도입과 시장 경쟁력 확보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해야한다. 즉, 제품의 차별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두 가지 작업이 필요하다. 기존 제품을 혁신하는 작업과 제품 생산 과정에 쓰이는 화석연료를 전기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두 번째는 신시장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인데, 효율성과 생산성 혁명을 통한 발전이다.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CEO를 포함한 리더십이다. 네 번째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경영과 서비스이고 다섯 번째는 불량품 비율을 최소화 하고 생산효율을 최대화 시키는 스마트 팩토리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는 임직원들의 역량이다. 4차산업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하고 해내는가가 관건이다. 모든 역사적인 변화는 진화를 동반한다.

BASF - 네트워크와 에너지 융합을 통한 끊임없는 혁신

바스프 루트비히스하펜 본사 공장 ©BASF
BASF는 1865년에 프리드리히 엥겔호른 외 3인이 루트비히스하펜에 바디셰 아닐린 앤 소다 파브릭(Badische Anilin & Soda Fabrik)을 전신으로 설립되어, 플라스틱, 기능성 제품, 농화학, 정밀화학, 석유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화학 기업이다. 1951년에 발포폴리스틸렌 제품인 ‘스티로폼’을 개발했는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어 일반적인 단열재 및 완충포장재의 고유 명사가 됐다.
독일 기업탐방 두 번째로 방문한 바스프는 전 세계에 11만 2천 명 직원들이 5개 대륙 360여 곳에서 일하고 있다. 루트비히스하펜 본사 공장부지는 300만평(축구장 1400개 규모)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수기업 비결은 생산통합 네트워크인 ‘페어분트(Verbund)’ 시스템이다.
바스프는 “페어분트 시스템은 바스프 기업정신을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페어분트는 우리말로 하면 통합, 네트워크, 연결 등을 뜻한다. 페어분트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과 물류 시스템을 융합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한 공장에서 남은 원자재나 부산물 형태로 버려지는 것을 다른 공장 원료로 연결해 사용한다는 말이다. 바스프는 실제로 공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90% 이상을 다시 사용하고 있어 실제 버려지는 양은 1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어분트 시스템을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에너지 재활용 효과도 보는 것이다. 또한,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는데 각 공장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원료를 운송함에 따라 별도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파이프 라인들은 총 길이가 2,850km에 달한다.
현재 바스프에서 가장 중요시 하고 있는 부분은 연구다. 신규 기술개발 쪽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있어 지난해 약 1,41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6년 미만의 신규 프로젝트들이 바스프 총 생산의 1/6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제품들로만 연간 100억 유로(한화 약 13조 5천억 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 총 70여개 연구소에 만 명 이상 연구원이 있는데 5천 명 이상이 본사 연구소에 있다. 페어분트 시스템은 비단 생산 공정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바스프는 직원•연구 분야에서도 페어분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 연구부터 제품개발에 이르기까지도 페어분트를 통해 아이디어와 정보를 서로 공유하게끔 하고있다.

바스프 루트비히스하펜 본사 공장 ©BASF
바스프 역시 인더스트리 4.0에 대비해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이미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와 인더스트리 4.0’이라고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공장 부지에 총 3개 발전소가 있었는데 스마트 팩토리화를 통해 어느 공장에 어떤 에너지가 필요한지 자체 분석하여 에너지를 과잉생산 하지도 부족하게 생산하지도 않게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이나 예비 축적량을 데이터화 해서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사용해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면, 공장에서 생산하는 에너지가 저렴한지 외부에서 끌어오는게 저렴한지 빨리 체크하고 절약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원료 운송에 있어서 더 빨리 필요한 공장으로 운송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AGV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AGV 시스템을 이용하면 현재 22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2시간 정도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스프는 1913년 질소비료 생산을 통해 식량증산에 크게 기여했다. 화학과 우리 삶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바스프가 미래 화학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의 식량부족 문제를 화학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과 자원을 보호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삶의 질까지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테마다. “우리는 화학을 창조한다(We create chemistry)”는 바스프의 모토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인간을 위한 진정한 혁신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Faber-Castell - 250년 장수 비결은 고유한 정체성과 기본에 대한 충실


로타 본 파버(Lothar von Faber, 1817-1896) ©Faber-Castell
독일 기업탐방 세번째 기업은 1761년 설립되어 25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장수 기업 중 하나인 파버카스텔이다. 파버카스텔 설립자인 카스파르 파버(Kaspar Faber)는 원래 캐비닛 제조업자 였는데 연필을 제조해 뉘른베르크 인근 슈타인 지역에 판매한 것이 파버카스텔의 출발이 됐다.
이후 4세대가 지나고 19세기가 돼서 로타 폰 파버(Lothar von Faber)가 경영을 맡으면서 사업을 확장 시켰다. 그는 육각형 연필을 처음으로 개발했고(동그란 형태 연필은 굴러가기 때문에 고안한 아이디어다), A.W.Faber라는 상표를 등록시키면서 역사상 최초로 연필에 브랜드 개념을 도입시켰다. 1898년 로타 폰 파버의 손녀인 오틸리에 폰 파버(Ottilie von Faber)가 그의 재산을 상속받게 됐는데, 알렉산더 카스텔 뤼덴하우젠(Alexander Castell-Rudenhausen) 백작과 결혼을 하면서 두 가문의 이름을 딴 ‘파버-카스텔’을 성과 회사 이름으로 하게 됐다.
파버카스텔 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했던 로타 폰 파버는 사업 수안이 뛰어났다. 그는 최초로 A.W.Faber를 연필에 새겨서 판매했다. 이런 행위는 파버카스텔 이미지 메이킹에도 큰 도움이 됐는데, 본인의 이름을 걸고 만든 만큼 좋은 연필이라는 마케팅을 한 것이다. 파버의 연필이 좋다고 소문이 나자, 다른 연필 제작자들도 연필에 ‘파버’라고 새겨 가짜 제품을 팔기도 했다. 그러자 파버는 베를린 관료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를 법적으로 금지해 달라고 했는데 이런 행동이 시초가 되서 독일 브랜드 관련 저작권 법이 발효됐다.
슈타인에 있는 파버카스텔 본사 연필공장에서는 하루에 60만 자루의 연필이 생산되고 있으며 1년에는 1억 2천자루가 생산된다. 현재 파버카스텔은 14개국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23개국에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에서 브라질 파버카스텔 공장이 규모면에서 가장 큰데, 1년에 24억 자루의 연필을 생산한다. 이 연필들을 모두 이으면 지구 9바퀴를 돌 수 있는 정도다.

파버카스텔 본사가 위치한 독일 슈타인 공장에서 연필이 제작되고 있다. ©Faber-Castell
파버카스텔의 핵심 기술은 연필 흑심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나무를 붙이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기술을 가지고 오랜기간 흔들리지 않는 독일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노하우다. 세계 2,700여 개의 히든 챔피언 중 독일은 절반에 가까운 1,3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업력은 61년이고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62%를 차지한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대부분 마이스터(meister)라는 전문기술을 가진 인력을 토대로 일자리를 만든다. 싼 인건비를 위해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전략이다.
또한, 파버카스텔의 가장 큰 특징인 가족경영은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기도 하다. 가족이 기업을 승계하는 경우 평균적으로 20년 이상 한 경영자가 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 그리고 직원에 대한 투자와 복지가 다른 기업보다 2배 이상 많아 고용안정성도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파버카스텔 역시 8대를 이어오는 가족경영으로 장기적 투자와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었다.

파버카스텔 브라질 산림조성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숲. ©Faber-Castell
파버카스텔의 경영 이념은 ‘사회적 환경적 책임’이다. 연필의 주 원료가 목재인 만큼 대규모 숲 조성 프로젝트를 통해 원자재를 확보하고 환경도 보호하고 있다. 매년 브라질에 2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도 하고 있다. 직접 상품의 원료를 심고 거기에서 일부를 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 생산과정, 기술 혁신을 우선시하고 있다. 최근 점차 경영에 있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의무적 비용지출이라고 보는 관점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독일 4차산업을 통해 미래를 보다」2부에 이어집니다. 클릭!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