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동물구조’ 줄어드는 사회 만들어야

반려동물 산업과 제도 뜯어보기 “식용개 사육 막고 분양과정 투명화와 불법 번식장 사라져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9.04.15 15:41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팽창하는 개체수만큼 사회적 인식이 뒤따르지 못해 사건,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식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동물보호법의 요모조모를 살펴본다.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는 동물산업의 실태도 파악해본다. 유기견 문제와 대안을 고민해본다.


첫 번째 주인공은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다. 동물 유기 문제와 더불어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물었다. 인터뷰는 행당로에 있는 동물자유연대 사옥에서 진행됐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Q: 동물자유연대는 지금같이 동물 복지 논란조차 없던 2000년에 시작했다. 어떤 생각으로 출발했나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동물들의 현실을 보고 누군가는 나서야 할 부분이라고 느꼈다. 좋은 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절박한 생명의 유린이 있었다. 일종의 사명감이 강하게 다가왔다.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는 동물 실습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였다. 실습을 끝난 현장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평생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회적 환경이 좋은 시기는 아니었지만 2000년부터 단체를 조직해 지금까지 왔다. 처음에는 ‘동물학대방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몇몇 뜻있는 분들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초창기에 모인 사람들과 추구하는 바가 달라졌다. 그러면서 각자의 길을 간 거 같다. 케어 박소연 대표도 초반에 함께였다. 동물을 구조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고 나는 국민의 인식과 법을 바꾸는 정책이나 캠페인 활동 중심으로 움직였다. 박 대표는 홀로서기 이후에도 동물 구조 중심으로 활동했다. 물론 구조를 통해 실상을 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정책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 단계까지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

Q: 이번에 구조 동물 안락사로 논란을 빚은 박소연 대표를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
많이 안타까웠다. 긴 시간 같은 진영에서 활동한 동지였다. 나름 그 친구도 고생을 많이 했다. 조금만 더 지혜롭게 해서 고생한 만큼 좋은 활동가로 남았으면 좋았을걸 무리수를 많이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동물 단체들이 일반 시민 단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민 단체는 여럿이 뜻을 모아 만들어나가는 데 반해 동물 단체는 한 명이 엄청난 희생을 해가면서 만들어야 겨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인 의존도가 높다. 물론 후원자나 서포트하는 시민은 많이 있지만 단체를 조직하고 이슈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해줘야 한다. 소수가 정말 죽어라 일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요즘엔 후배들이 성장하면서 전보다 이런 현상이 줄어들었지만 부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구조활동 중/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Q: 동물자유연대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초반에는 유기견 문제와 동물 학대가 심각해서 사회적 인식과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많은 분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농장 동물에 대한 화두를 2005년에 꺼냈다. 유기동물 문제는 아무래도 애호가들의 영역으로 자리 잡다 보니까 일부에서만 호응이 있었다.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더 확장하기 위해 농장 동물로 옮겨갔다.
농장 동물과 연결해 식품 안전과 동물 보건 문제, 전염병 문제 등 동물 복지가 인간 모두와 연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렸다. 2005년부터 닭과 돼지 농장에 실태조사를 했다. 사육 환경이 좋지 않아 질병이 발생하고, 무분별하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과정을 보고서로 알렸다. TV <환경 스페셜>로 방송을 타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2년에는 퍼시픽랜드에 있던 4마리의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데 일조했다. 당시 수족관에 있던 돌고래들이 야생으로 돌아가 적응을 못할 것이라고 무작정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야생성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까지 새끼까지 낳고 잘 살고 있어서 너무 기쁘다. 물론 방사한 돌고래가 모두 확인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뜻깊은 일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이 외엔 동물 보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부분에 주목해 동물원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앞장섰다. 또 화장품 동물 실험 금지 운동도 했다. 이미 대체 소재 테스트가 완료돼 있는데 계속 실험을 하고 있는 일부 항목들에 대해서 금지시키기 위함이다.
한국의 화장품 회사들은 이미 구두로는 다 안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분명한 의지가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그 안에 있던 동물 보유 실험 환경을 모두 없앴다고 말했다.
▲구조활동 중/사진=동물자유연대 제공

Q: 남양주에 반려동물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구조만큼이나 입양에서 사후 관리까지가 중요한데

동물자유연대는 동물 구조부터 사후 관리가 투명하다. 구조 이후에 동물 관리가 진정한 구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그 뒷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단 구조를 통해 들어오면 검진으로 질병상태를 확인한다. 별 문제가 없으면 다른 아이들과 바로 어울린다. 기본적으로 질병 치료와 중성화 수술 후 입양을 보내게 된다. 입양시킨 후에도 주기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서 반려동물의 소식을 업데이트한다. 올해는 한층 더 투명한 관리를 위해 구조 동물의 전체 프로필을 올려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자 한다. 입양을 못 간 반려동물의 경우엔 센터에서 평생을 보내기도 한다. 안락사 없이 구조를 많이 할 수 없는 게 이런 시설의 한계 때문이다. 전 생애를 책임지기 때문에 구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Q: 더 많은 개체수를 구조하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나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유기견 보호소 시설에 대한 관리가 어렵다는 거다. 시민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개방되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키울 능력을 넘어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사육자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수준으로 과도하게 능력 이상을 돌본다면 구조 동물의 삶의 질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양날의 검이다. 한 공간에 5마리 이상이면 자기네끼리 서열도 생기고, 예민해진다.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싸우기도 하고 서로 물려 죽기도 한다. 그런 사고는 많이 발생한다. 또 서열에서 밀린 아이들은 괴롭힘을 당하는 치열한 삶을 평생을 살아야 한다. 삶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런 상황을 모두 같이 고민해야 하는 거다.
일단 유기 동물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구조해야 하는 일이 줄어드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번식장에서 강아지를 생산하고, 식용 개를 양산하는 사육장이 아직 너무 많다. 이런 구조는 안락사를 피해가기 어렵다. 그런 구조를 깰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Q: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도라고 본다. 반려동물 관련 입법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법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첫 번째로 식용개 사육을 막아야 한다. 그 다음에 태어나고 분양되는 과정이 합법적으로 투명해져야 한다. 불법 번식장이 사라져야 한다. 강아지를 생산하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 해외에선 그게 깨지니까 사람들이 개를 키우려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해야만 한다.

Q: 동물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가장 우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산업이 팽창하면서 사업주분들 역시 동물 복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산업이 발달하다 보면 종사자는 생산성 중심, 생업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한다. 최소한 동물로 인해 생업이 유지된다면 동물에 대한 처우도 함께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그래야 생업에 대한 주장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동물을 끝없이 착취한다면 사회적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또 반려동물 산업 중에서 동물과 함께 이용하는 카페나 펜션 등의 시설 증가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간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죄인 취급을 받아왔던 게 현실이다. 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산업들이 생기는 건 긍정적이다. 앞으로 그런 요구가 많아질 것이다. 이전에 해온 동물 착취 산업에서 동물 상생의 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Q: 추가로 정부에서 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할 부분이 있다면
동물 복지가 중요한 이유에 대한 연구는 많다. 학대당한 동물은 생산성도 떨어진다. 스트레스 받은 상태로 죽으면 육질이 질기고, 살이 검게 변한다는 연구도 있다. 동물에 대한 기초 학문의 연구를 정부가 육성하는 것도 동물 복지의 한 가지 방법이다. 그간 동물에 대한 연구는 생산성 위주로 되어왔다. 이제는 제대로 된 동물 복지 연구를 통해 학대를 최소화시키는 기초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Q: 선거제도 개혁, 동물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낼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을 해도 입법은 정치권 내에서 결정이 되는데 다양한 영역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뜻을 같이하고 있다.

Q: 정부보조금 0%, 시민의 후원이 힘이라는 문구를 봤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활동을 보면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대단하다는 의미다. 어떻게 보나
입법기관이나 정부나 기업에서 이런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재정 자립이 어려운 데 반해 동물 관련 단체들은 후원으로 재정 자립을 하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인 관심이 크다는 거다.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부나 기업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Q: 아직 동물단체에서 국회에 입성한 사례는 없다
19대 국회를 마감하면서 동물 단체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게 절박하게 느껴졌다. 동물보호법을 포함해 다양한 입법 발의는 많이 했는데 각자 자신의 영역은 관철시키면서도 이 부분은 뒷전이었다. 그런 걸 보면서 동물권을 대변하는 의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전담할 수 있는 의원이 있어야 한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다. 각 당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꿈꾸는 세상은
소박하게 말하면 동물에 대해 사람들이 자비로움을 가졌으면 좋겠다. 너무 야박하다. 우선 기초적으로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 복지 기준을 지키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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