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효, 강영수, 유경호 희망토 농장 대표 “농업이 청년 일자리 해결사 될 것”

힐링 아닌 ‘비즈니스 교육’으로 더 많은 청년 농업인 육성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임고은 기자입력 : 2018.04.17 14:22
편집자주농가경제 활성화를 6차 산업이 책임지고 있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 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왼쪽부터 유경호, 강영수, 서종효 이장 /사진=더리더
최근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모습을 그렸다. 고즈넉한 시골 풍경과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은 ‘농업’을 ‘힐링’의 경지로까지 끌어 올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서종효, 강영수, 유경호 세 청년이 도심 판 ‘리틀 포레스트’ 희망토 농장을 시작했을 때 반응은 영화와는 달랐다. 현실과 영화의 간격이라고 할까. ‘대학 나와서 왜 농사를 하나’ ‘결혼은 할 수 있겠냐’ ‘밥은 먹고 살겠냐’는 비판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대구 도심 한가운데 농장을 얻어 본격적인 ‘농업’에 들어간 지 7년, 주변 반응이 달라졌다. 세 이장의 도시농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교육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은 땅을 일구는 농사만이 농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농(農)을 가르치고 알리는 것이 청년 농부들의 사회적 미션이었다. 

어린이농부 교실, 도시농부 교실, 진로 농장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농사는 재밌다’는 인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농업의 여러 과정을 유튜브에 만들어 올리는 ‘농사직방’은 청년 농부와 도시농업에 관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어 앞으로가 주목된다.

젊은 청년들이 그리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담기 위해 <더리더>는 지난 9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 자리한 ‘희망토 농장’을 찾았다. 

-희망토 농장의 세 이장을 소개해달라
강 이장:
경북대에서 시작한 텃밭 동아리 ‘희망토’를 7년째 이어오고 있다. 동아리 1대 서종효 이장, 2대 유경호 이장과 내가 함께 모여 만든 청년 도시농업 농장이다.
서 이장은 농장 관리 대부분을 맡고 있다. 유 이장은 ‘농사직방’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을 촬영, 편집한다. 나는 주로 농업 교육을 담당한다. 

-왜 ‘대표’가 아닌 ‘이장’인가
강 이장: 동아리 시절부터 서 이장이 사용하던 호칭이다. 농촌에서 이장은 꽤나 큰 존재다. 도시농업에서 이장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며 계속 사용하게 됐다. 

서 이장: 대구에는 이장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장이라고 불러달라면 다들 좋아했다. 

-도시에서 농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강 이장: 흔히 농업 하면 농촌을 떠올리기 쉬운데 도시농업은 도시에서 과일이나 채소 등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농사짓는 방법이 다른 것은 아니다. ‘농업’에 대한 접근과 활용법이 기존의 농업과 다르다. 희망토는 세 이장이 텃밭을 운영하면서 농업 교육을 한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농업 홍보도 하고 있다. 또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보면 ‘농사라는 것이 이렇게나 어렵고 힘든 일이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농사’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도시 사람과 농촌 사람 사이의 ‘도농교류’가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서 이장: 나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도시농업’의 개념이 없었다. 이 일을 하면서 공부도 시작했다. 복잡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점, 농업을 통해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하루아침에 농부가 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시작은 어땠나
강 이장: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 정책을 공부하러 대학원에 진학하고 같은 학교에서 텃밭 동아리를 하던 서 이장을 만났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직접 텃밭을 가꿔보니 환경 보전과 농업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서 이장: 텃밭 동아리를 발전시킨 케이스라 농사를 하는 데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땅이 없어서 자꾸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던 게 힘들었다. 
처음에는 지역 분들이 땅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노동을 투입해서 농사지을 땅으로 만들어 놓으면 다시 나와야 했다. 한 곳에 정착해서 몇 년씩 땅을 일구어야 뭐라도 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어서 고생 좀 했다. 땅도 없고 농기계도 하나 없이 시작해서 그런지 맨땅에 헤딩하는 청년들의 고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유 이장: 나는 함께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다. 회사에 다니다가 인터넷 방송을 시작해 보려고 직장을 그만뒀다. 농업경제학을 전공했던 터라 농업을 예능으로 풀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동아리를 통해 알고 지내던 서 이장과 강 이장에게 콘텐츠를 설명하고 제안해서 같이 일하게 됐다.

농사직방을 운영하는 유경호 이장 /사진=더리더
-주위 반응은 어땠나
서 이장:
어머니는 반대, 아버지는 찬성이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4년제 대학 나와서 농사꾼 됐다’고 말한다. 요즘은 잘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처음처럼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지해준다. 주변 사람들은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전공보다 동아리 활동에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농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그런지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청년 농부가 주목받게 되면서 농사짓는다고 하면 ‘돈 좀 벌겠다’고 생각하기도 하더라. 

유 이장: 우리 부모님은 진로 결정에 간섭하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농업을 시작한다 했을 때도 존중해주었다. 다만 직업으로서 인터넷 방송을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어떤 일을 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다. 지금은 이 일을 전적으로 지지해 준다. 사실 대학생 때부터 공부를 안 하다 보니 큰 기대를 안 한 것 같기도 하다.(웃음)

강 이장: 처음엔 부모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았다. ‘누가 농업이 직업인 사람을 남편으로 생각하겠냐’며 걱정했다. 이 일을 하면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져다주니 부정적인 반응은 점점 사라졌다. 지금은 농장에 찾아와 직접 수확해 간다.
내가 이 중 유일한 기혼자인데, 아내는 처음부터 긍정적이었다. 원래 자연을 좋아하고 귀농•귀촌에 관심이 많았다. 오히려 주변에서 ‘밥은 먹겠냐’ ‘결혼은 할 수 있겠냐’며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런 사람들도 지금의 나를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말한다. 

-희망토가 농업 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서 이장:
교육은 농업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어르신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농업을 우리같이 젊은 사람들이 교육하니 더욱 좋아한다. 

농업 교육을 담당하는 강영수 이장 /사진=더리더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강 이장
: 희망토에서는 ‘농사가 교육이다’는 기본 이념을 가지고 가드닝, 생태, 먹거리 교육을 하고 있다. 농장에서뿐만 아니라 외부 교육장을 찾아가 교육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서 실습을 하기도 하고 농장 조성을 도와주기도 한다.

서 이장: 농장에는 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체험학습을 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체험시간 외에 놀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소규모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대개 오전에 한 팀, 오후에 한 팀으로 20~30명씩 하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농업을 접하고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농장에서는 벼를 베고 직접 탈곡해보는 체험, 채소를 수확하는 체험 등 농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반응이 좋아서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 한다.

-새롭게 생각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나
서 이장:
일단은 더 많은 종류의 채소 수확과 모내기 체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수확한 농작물을 요리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농장에서 재배한 무와 미나리로 백김치를 담그는 요리 교실을 열면 어떨까 싶다. 주부들이 교육을 받는 동안 아이들은 내가 맡아서 놀아주면 된다. 엄마는 반찬을 만들고 아이는 자연에서 뛰놀 수 있으니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농사와 뉴미디어를 연결한 ‘농사직방’이라는 콘텐츠도 흥미롭다. 어떤 영상을 올리나
유 이장
: 메인은 전국의 농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이다. 농업에 대한 정보도 담고, 농가 홍보도 하고 있다.
또, 나와 서 이장, 강 이장이 각자 특색에 맞는 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있다. 강 이장은 올해 마흔이 된 것을 기념해서 ‘청년 농부 걸어서 불혹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맡았다. 청년의 끝자락에서 아무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욜로 라이프를 담았다.
서 이장은 ‘3분 농법’이라는 콘텐츠를 맡았다. 비닐 씌우기, 고추지지대 세우기, 경운기 시동 걸기 등 간단한 농법을 알려주는데, 짧은 시간에 알찬 교육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은 ‘뇌쇄적인 농기구 리뷰’다. 말 그대로 농기구를 뇌쇄적으로 소개하는 영상이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뷰티방송처럼 구성해봤다.(웃음)

-반응은 어떤가
유 이장: 수치로 보면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상을 본 사람들은 좋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열린 ‘웹테이너프로젝트 상영회’에서 대상도 받았다. 수상을 계기로 다양한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와 희망토뿐만 아니라 도시농업, 청년농업에 대해 홍보를 톡톡히 했다.

-앞으로 농업의 비전을 그려본다면
강 이장: 지금 농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관행 농업이 아닌 유기농, 친환경 농업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흐름을 볼 때 앞으로는 화학 비료가 없어 유기 농법을 해야 했던 1960~70년대 농법으로 회귀할 것 같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팜’은 사실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초기에 엄청난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0평의 농지를 스마트팜으로 시작하려면 7억 원 정도가 든다. 이 돈을 회수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자금 회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청년들에게 7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그래서 청년 농업은 유기농, 친환경으로 회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서 이장: 최근 남북관계 개선이 큰 이슈인데, 통일이 되면 농업이 직면할 상황도 달라질 것이다. 북한의 인구 유입과 토지 개혁으로 농업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동이 없는 농업, 더욱 기계화된 농업 쪽으로 갈 것이다. 또 ‘농(農)’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자연으로의 회귀가 부각되면서 농업이 고급 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도시농업, 골프장 이런 것보다 전원주택에서 텃밭을 가꾸고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파는 문화가 확산되고 고급 문화로 인식될 것이다. 

유 이장: 유통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금은 블로그나 홈페이지,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직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직거래 플랫폼이 유튜브로 확장되고, 영상을 이용한 홍보가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것이다. 

농장관리를 담당하는 서종효 이장 /사진=더리더
-희망토 이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서 이장: 농업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우리 농장을 도시 근처에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에 있어야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보다 더 나은 청년들이 농장에 와서 다른 청년들을 끌어당기고, 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면 좋겠다. 특히 ‘농부는 멋지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다.
또 5년 이내에 마을 이장이 되고 싶다.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경북 내 마을을 넘어 해외 마을 간의 교류도 발달시키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전 세계 농장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도와주고 농사를 짓고 싶다. 

강 이장: 청년 농업인 육성을 위해 힘쓰고 싶다. 도시에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이 많다. 이들에게 농업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농업이 단순 ‘힐링’이 아닌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리면 더 많은 청년이 농업에 뛰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청년을 대상으로 간담회도 열고 다양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희망토가 청년농업, 도시농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유 이장: ‘농사직방’을 봐주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농업을 미디어로 발달시킨 최초의 성공 사례가 되고 싶다. 꿈을 크게 꾸자면 나 같은 사람이 모여 농업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획사를 차리거나 방송사를 만들고 싶다.

-4월, 가정에서 쉽게 심고 재배할 수 있는 채소를 추천한다면
상추를 추천하고 싶다. 상추는 집에서도 기르기가 쉽다. 물만 잘 주면 일주일 만에 싹이 올라온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먹는 기쁨을 느껴 보면 좋겠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임윤희, 임고은 기자 yunis@mt.co.kr
imgo62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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