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조희경 훈팜아로니아 대표, 아로니아 사태에도 웃는 ‘부부 농부’

[농어촌은 지금, Jump-up]“폐원 지원금보다 뭘 심어야 하는지 답하는 농정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19.07.12 09:31

▲윤창훈·조희경 훈팜아로니아 대표/사진=가현정 객원기자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서른두 번째 주인공은 경북 영천군 북안면 유상리에서 아로니아와 복숭아 농사를 짓는 윤창훈·조희경 부부다. 기자가 살고 있는 전남 담양군에서 찾아가기에는 거리가 상당해 출발할 때부터 각오를 단단히 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2015년 4차선으로 확장 개통한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이용한 덕분에 편안하게 훈팜아로니아농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백일이 채 되지 않은 아이를 안고 나온 조희경 대표는 인터뷰 내내 웃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로니아 재배 농가들이 무척 힘든 시기임에도 훈팜아로니아는 해마다 주문량이 늘어 재고가 거의 없다고 해서 더욱 놀랐다. 누구나 힘들다며 기피하는 농사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윤창훈·조희경 부부의 웃음소리를 나누고자 한다.

윤창훈·조희경 부부 소개
늘 웃으며 살고 싶은 웃는 농부 윤창훈·조희경입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비법을 알려달라고요? 그 어떤 환경에서든 웃으며 살기로 작정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우리 부부에게는 긍정적으로 적용된 거 같아요. 우리 부부는 물론 시부모님도 농업에 경험이 없었거든요. 남편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귀농을 하자고 했을 때도 별 고민이나 걱정 없이 흔쾌히 동의했어요. 이곳 경북 영천군으로 정한 이유는 원래 살던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시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이라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남편의 갑작스러운 귀농 제의를 지나고 생각해보니 도시의 빡빡한 생활에 지쳐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회사를 다니던 시기에도 주말농장으로 미리 차근차근 준비한 것이 시행착오 없이 귀농에 성공한 요인이라 믿고요. 노후에 농사를 지으며 살고자 하는 큰 그림이 있어서 그런지 주말농장을 운영할 때도 전업 농부 못지않게 열심을 다했거든요.

-그럼 귀농하신 지 얼마나 된 건가요
▶2014년에 왔으니 벌써 5년이 되었네요. 귀농할 당시 첫째는 3살, 둘째는 1살이었고요. 지금은 8살, 6살, 그리고 백일이 채 안 된 막내까지 아들 셋과 함께 살고 있어요. 귀농 초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저는 아이들 키우느라 남편만 열심히 일했었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2015년 아로니아 수확을 시작으로 저도 슬슬 농사의 세계로 한발 들여놓기 시작했어요.

-육아만 해도 힘든데 농사일까지 정말 대단하신데요
▶대단한 결심을 한 건 아니고, 그저 닥친 현실이니 일단 부딪혀보자고 생각했어요. 육아도 쉽지 않지만 농사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 부부에겐 모든 것이 담대한 도전으로 다가왔죠. 20년이나 묵은 산속의 휴경지를 개간할 때 가장 힘들었고 시간도 꽤 많이 걸렸어요. 이때 남편은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마다 아버님과 함께 밭을 만들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거예요.
평일은 회사에 다니고, 주말은 밭을 만든다고 고생하고, 집으로 오면 녹초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때는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밭에서 일해보니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농장 진입로도 없어서 새로 만들고, 큰 나무들이 우거져 숲이나 다름없던 곳을 개간해 지금은 아로니아가 심어져 있는 멋진 밭이 되었어요. 한여름 대낮에는 농사일도 쉬어야 하는데, 할 일은 많고 요령이 없던 우리 부부는 불볕더위 아래에서도 계속 풀을 매느라 힘들었죠. 지금은 요령이 많이 늘었어요.


-꿈꾸던 시골생활을 직접 경험해보니 어땠나요
▶집 앞에 마트와 병원 등 편의시설이 있던 곳에서 살다가 시골로 오니 처음에는 좀 번거로운 부분이 많았어요. 마트에 가려 해도 차를 타고 시내 번화가 쪽으로 가야 하고, 빵을 사 먹고 싶어도 차를 타고 15분은 가야 제과점에 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일상의 불편함보다 초록이 가득한 자연이 주는 장점이 더 많아요. 가장 좋은 건 아이들이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로니아밭으로 가면 아이들이 엄청 잘 놀아요. 마음껏 떠들어도, 뛰놀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 마치 숲속의 놀이터가 된 것 같아요. 도심의 거대한 놀이공원보다 더 좋은 공간이죠. 다들 아이들 교육 때문에라도 도시로 나간다지만, 제 생각은 정반대예요. 오히려 아이들을 위해서 시골에서 사는 것, 자연에서 사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힘껏 뛰놀고, 자연에서 나오는 신선한 먹거리를 접하다 보니 아이들이 더 건강해졌어요. 우리 부부도 몸은 고되지만 체력은 더 좋아졌죠. 귀농 초기에는 풀을 조금 매는 농사일에도 지쳐 쓰러지곤 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체력이 점점 좋아져서 생산성이 더 높아졌죠. 시골에서 살 거라고는, 더더구나 농사를 지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도시여성인 제가 어느덧 시골아낙이 됐어요.


-아로니아와 복숭아를 작목으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주말농장을 위해 구입한 곳이 20년 이상 휴경지로 있던 깨끗한 땅이라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을 만한 것으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결정했어요. 아로니아는 블루베리보다 작고 짙은 보라색 열매인데, 베리류(berry) 중에서 안토시아닌 함량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어서 귀한 열매로 통해요.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효과가 있어 암 발생과 종양의 진행을 억제하고, 노화 방지, 당뇨병 예방, 체중 감량,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예방, 특히 시력 향상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거든요. 복숭아는 저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에요. 농사일이 힘들어도 좋아하는 작물을 재배한다면 덜 힘들 거란 단순한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적중했어요.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매거나 적과를 해도 맛있게 먹을 생각에 견딜 만하더라고요.


-아로니아 농가의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2013년만 해도 아로니아를 심었다고 하면 ‘그게 뭐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차츰 아로니아의 효능이 입소문나면서 유명해졌고, 어느 순간 귀농인들이 선택하는 대세 작물이 되었죠. 방송에서 소개되고, 홈쇼핑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면서 집집마다 아로니아가 냉동실에 있을 정도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아로니아 나무는 가뭄과 병해충에 강하고, 토질도 큰 상관이 없어 밭은 물론 산비탈에서도 잘 자라서 우리 부부처럼 생애 첫 농사를 시작하는 분들의 초기 작물로 적합하거든요. 거기다 아로니아는 재배 초기 ‘왕의 과일’이라는 별칭처럼 고급 과일로 통해 가격 또한 높았어요. 이처럼 재배는 쉽고, 높은 가격과 수요로 인해 재배 농가가 단기간에 급증할 수밖에 없었죠. 일일이 손으로 수확을 해야 하고, 더군다나 수확 시기가 8월 중순이라 땀으로 샤워를 하는 기분으로 일해야 해서 쉽지 않았지만 첫 수확할 때의 기분은 잊을 수가 없어요. 직접 내 손으로 농사지어 얻은 생애 첫 농산물이었기에 그 기쁨은 지금까지도 생생해요.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 그 자체만으로 벅찬 기쁨과 보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지금은 아로니아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판매하지 못한 재고가 쌓이다 못해 밭에 퇴비로 사용한다는 소식에 무척 안타까웠어요.

▲윤창훈·조희경 훈팜아로니아 대표/사진=가현정 객원기자 제공

-그럼 훈팜 아로니아와 복숭아는 재고 없이 모두 판매되었나요
▶아로니아와 복숭아밭이 각각 약 1천 평 규모예요. 아로니아는 해마다 수확량이 급증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다면 자체 가공품 생산시설이 필요할 테고 결국 투자비용 증대로 이어져 수익 악화의 위험성이 있어요. 많은 농가가 높은 가격에 판매가 잘될 때만을 기준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가 가격 하락과 판매 저조까지 겹치는 바람에 힘들어하고 있더라고요. 훈팜아로니아 생산량은 현재 3톤 정도인데 목표 수확량 5톤을 달성하기 위해 밭을 새롭게 정비했어요. 올해 7월이 되면 복숭아 수확도 세 번째를 맞이하게 되네요. 새로운 복숭아 종류를 더 추가해서 총 4종류의 복숭아를 생산할 수 있어요. 농부가 된 뒤로 인터넷의 힘이 정말 강력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털복숭아 판매한다고 인터넷에 올렸는데, 갑자기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거든요. 포털 사이트에서 털복숭아를 검색하니 제가 운영하는 쇼핑페이지의 훈팜 복숭아가 상위권에 노출되어 있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일요일에도 택배가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하루 종일 딴 복숭아를 택배 차 가득 실어 보낼 때의 기쁨으로 힘든 일 년 농사일을 견디는 것 같아요.

-완전판매로 목표 수확량을 늘리셨다고요
▶처음에는 힘들게 농사지은 복숭아를 수확해서 트럭 한가득 싣고 공판장으로 갔어요. 우리 부부의 소중한 복숭아의 첫 입찰 가격은 20kg 컨테이너 기준으로 2천원 정도였어요. 그야말로 상상도 못한 마이너스 수익률이죠. 우리 복숭아만 가격이 낮은 이유를 알아보니 선별도 하지 않은 채 수확한 그대로 담아서 출하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어요. 지금은 도매시장에 내놓지 않고 수확량 모두 인터넷으로 직거래 판매를 하고 있어요. 

복숭아 크기가 일정할 수는 없지만 약속드린 것보다 크고 예쁜 복숭아로 보내려고 선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올해는 유독 더운 날씨로 수확하는 데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몰라요. 우리 지역 영천은 40℃가 넘는다는 뉴스 기사까지 나왔으니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당일 수확해서 당일 배송을 하는데, 과일이다 보니 혹시나 다음 날 못 받으실까봐 한 분 한 분 문자로 배송문자를 보내드렸어요. 농사일하랴 인터넷 쇼핑페이지 관리하랴 더 번거로운 건 사실이지만 더운 날 고생한다고 힘내라는 문자도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농부에게 최고 응원은 맛있게 드셔주시는 거라 더 기운내서 수확할 수 있었어요. 흠이 조금이라도 난 것, 크기가 작은 것 등을 빼다 보니 손이 많이 갔어요. 모든 분을 만족시켜드릴 순 없겠지만, 최대한 애쓴 저희들의 마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정성스러운 구매평을 보면 땀흘린 보람이 있어 기분이 좋았어요.

-특별한 판매비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농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생각해봤어요. 대규모로 농사짓는 곳을 따라 한다면 결코 소득을 올릴 수 없을 테니까요. 농업회사법인의 경우 자체 가공시설을 가지고 많은 직원이 일하고 있잖아요.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은 정말 무모한 거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되 어려운 일은 과감히 아웃소싱을 하자고 결정했어요. 제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 포장과 디자인이 멋지고 세련된 것 또한 중요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기성품 중에 맘에 드는 것을 골라서 사용하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거든요. 아로니아는 생과 판매보다 가공제품 판매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가공을 잘하는 곳으로 이름난 회사에 맡겼어요. 

같은 아로니아여도 가공기술에 따라 맛과 영양이 파괴되지 않는 방식이 있거든요. 인터넷을 활용한 소비자와의 직거래 판매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포털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쇼핑페이지에 가입해서 제품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 바로 올리고 상품 설명과 가격만 올리면 되거든요. 이렇게 생산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판매가격을 조금 낮출 수 있어서 판매가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으니까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판매 방식을 결정하는 거죠. 생산자인 우리가 조금 편하자고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생산자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예를 들어 아로니아 생과를 꼭지를 모두 따고 깨끗하게 세척을 해서 판매했더니 도시 소비자들의 반응이 참 좋았어요. 시골에선 아로니아 꼭지를 딴 것이 퇴비가 될 수 있지만 도시에선 비용을 내고 처리해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이거든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아로니아 농부로서 우리 농정에 제언을 해주신다면요
▶귀농한 지 5년이 지나면서 우리만 열심히 해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열심히 농사짓는 농부들의 노력만큼 국가에서 주도하는 농업 관련 정책이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요즘은 농부도 사업자등록을 해서 사장님 소리를 듣는 시대지만 농업의 목적은 일반 사기업과 달라야 해요.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식량 자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이르러 국가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죠.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태환경은 물론 아름다운 자연경관,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를 보전하고, 자연 재해를 방지하는 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시장 가치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번 ‘아로니아 사태’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지만 지금 정부의 대책은 너무나 부족해요. 폐원 지원 보상금을 준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로니아를 뽑아내고 나서 도대체 뭘 심어야 먹고살 수 있냐는 농부들의 물음에 답을 못하는 거죠. 왜 폭락이 예상되는 작물을 심었냐고 탓하는 대신에 농정의 목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를 무한경쟁의 장으로 내몬 뒤 경쟁력 제고를 외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죠. 농업의 가치 실현과 공익적 기능을 반영한 농업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아로니아 사태는 계속 발생할 테니까요.

가현정 객원기자
● 귀농인문학아카데미 대표
●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 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 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 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 자유학기 진로체험 작가부문
● 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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