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최원섭 팜스쿠키 대표, 우리 농산물로 만든 ‘행복달달 쿠키’

[농어촌은 지금, Jump-up]“국산 먹거리, 국민 식단에 고스란히 녹을 영양가 있는 정책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가현정 객원기자 입력 : 2019.08.30 11:06
▲김태희·최원섭 팜스쿠키 대표가 농삿물을 내보이고 있다./사진=가현적 객원기자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서른네 번째 주인공은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서 우리 농산물로 제과제빵을 하는 김태희 최원섭 부부다. 얼마 전 작은 쿠키 상자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 안에 들어 있던 명함 속 문장이 담양에서 태안까지 단숨에 달려가게 했다. 진정한 스토리텔링은 ‘스토리두잉’이라는 말처럼, 진심이 담긴 이야기는 사람을 행동하게 함을 깨달았다. 직접 만나본 팜스쿠키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동화와 같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공간을 꾸며놓고 아기자기하게 사는 모습만 있어서는 명작동화가 될 수 없음을 알게 했다. 그 어떤 고난이나 역경도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그럼에도 아름답고 멋진 매력을 유지하는 동화의 주인공들처럼 살아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김태희 최원섭 부부는 
김태희 대표(이하 김태희) 안녕하세요. 요리하는 농부 김태희입니다. 팜스쿠키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제가 만드는 제과제빵 제품의 재료는 100% 품질 좋은 국산 농산물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일하고 있습니다. 직접 농사를 지어 만드는 제품과 우리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덜컥 귀농을 하고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무척 막막하고 두려웠습니다. 오늘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 것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은 물론 양가 부모님 덕분입니다. 실질적인 농사기술은 태안농업기술센터와 우리 지역의 농업인 선배님들 덕분이고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제가 하는 일은 그저 감사한 하루, 기적 같은 하루가 이어짐에 감탄할 뿐입니다.
최원섭 대표(이하 최원섭) 안녕하세요. 요리하는 농부 김태희 씨의 남편이자 팜스쿠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최원섭입니다. 우리 부부가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동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대체로 유능한 실력자로 상징되어 왕자님으로 등장하죠. 어려움에 처한 여자 주인공을 구해주는 역할을 해서 사랑을 받고 결혼한 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로 끝나곤 하는데 우리 부부는 정반대입니다. 아내인 김태희 대표가 동화 속 여주인공처럼 예쁘고 착한 건 똑같지만, 역할은 정반대라는 점에서죠. 동화 속 이야기와 달리 어려움에 빠진 저를 구해준 사람은 여주인공인 아내랍니다. 제가 아내의 도움과 사랑을 받았으니, 여기 살기 좋은 태안에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팜스쿠키 공동대표가 모두 4명인 건가요
▶김태희 네, 맞아요. 양가 부모님과 함께 귀농을 해서 함께 살고 함께 일하고 있거든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두 분이 공동대표를 맡고 계셔서 우리 부부까지 모두 4명이 팜스쿠키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께서 가장 힘든 일을 도맡아주셨는데, 방송 출연이나 매체에 노출되는 것을 번거로워하셔서 공동대표 활동은 고사하셨어요. 그래도 가정은 물론 회사에서 모두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시기 때문에 우리 팜스쿠키는 그야말로 완전한 가족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 팜스쿠키 공동대표/사진=팜스쿠키 제공

-양가 부모님 모두 함께 귀농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최원섭 귀농하기 전 도시에서 살 때도 양가 부모님이 항상 가까이서 살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셋이고 맞벌이를 해야 하는 우리 부부에게 부모님의 도움은 필수였거든요. 양가 부모님께서 가까이서 계셔주시지 않았다면 회사 생활은커녕 가정 생활도 제대로 유지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 부부가 귀농을 하겠다고 하자 양가 부모님들이 회의를 하신 거죠. 우리 아버지께서 장인 장모님도 함께 모시고 가는 것이 아니면, 귀농을 반대하겠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의 귀농 의지는 강했고, 양가 부모님 모두 우리 부부의 뜻대로 함께 태안으로 내려와주셨습니다.

-귀농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김태희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시골 생활과 농부 일상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지도 몰랐어요. 농부가 되기 직전까지 하던 일이 ‘파티전문가’였으니 농촌이라는 환경이 생소하고 모르는 것투성이로 하루하루가 실수연발 그 자체였죠. 그럼에도 저에게 귀농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기 때문에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강인한 마음으로 버텼어요.

-그렇게 간절히 귀농을 원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태희 사실은 건강이 안 좋아진 남편을 위해서였어요. 남편을 살려만 주시면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하나님께 울면서 기도했어요. 그저 남편이 숨만 쉬고 살아가더라도 그렇게만 해주시면 남편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무슨 일이든 용기 내서 해낼 수 있다고 간청했어요. 태안으로 내려와 생활하면서 남편의 건강이 회복되어 무척 감사해요. 요즘은 가끔씩 그때의 간절함과 감사함도 잊은 채 쿠키 포장해놓은 것 하나 가지고 남편을 타박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차 하면서, 초심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절감하곤 해요.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명함 속 그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최원섭 ‘우리는 자랑스러운 농부의 철학과 스토리를 담은 먹거리를 만드는 쿠키농부입니다. 우리의 자세가 다른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자연과 사람을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멋진 문장이 단순히 홍보용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농사짓고 빵과 쿠키를 굽는 내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다짐이 될 수 있도록 농장과 가게 여기저기에 붙여놓았습니다. 지금은 이런 문장들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정말 제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동화책 읽기와 쿠키 만들기를 연계한 체험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요
▶김태희 농업에 종사하는 우리들이 가장 고민하는 건 판로예요. 농부라면 누구나 그럴 거예요. 생계니까 농사 잘 지어서 또 잘 만들어서, 무엇보다 잘 팔아서 이익을 남겨야 우리 가족 모두의 생계가 유지되니까요. 농업이 아닌 다른 소득원이 있는 귀촌인들과 달리 우리 가족과 같은 귀농인들은 절박하죠. 농사는 취미가 아니라 생계를 꾸리는 일이니까요. 한 해라도 소득이 없으면 눈물을 머금고, 역귀농을 감행해야 하는 일도 생기거든요. 소농이자 가족농인 우리에게는 대량생산해서 도매유통을 하는 판로가 맞지 않았어요. 마침 6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나서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쿠키와 동화책이 떠올랐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단순하고 명확하거든요. 어렵고 복잡한 것이 필요 없어요. 엄마의 잔소리가 먹히지 않는 맛있고 재미있는 것에 집중하는 때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라면,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먹일 수 있는 건강한 재료를 이용한 거라면 충분히 소득을 낼 수 있는 제품이 될 거라 확신했어요. 맛있고 몸에 좋은 쿠키와 재미있는 동화를 연결하여 스토리 쿠킹 체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예요. 사업이 확장되면서 태안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할 수 있어 지역 농가를 돕는다는 보람까지 얻으니 더 감사해요.”
▲팜스쿠키 구성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사진=가현정 객원기자

-지역 내 초등학교의 텃밭명예교사로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교육 내용은 무엇인가요
▶김태희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이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맛도 좋고 몸에 좋은 간식을 만든다는 담대한 목표의 팜스쿠키 대표로서 부끄러움 없도록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있어요.
건강한 식품은 맛없다?
건강한 식품은 비싸다?
교훈적인 이야기는 재미없다?”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 3가지를 늘 염두에 두면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진심이 통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방학이 되어 텃밭교육도 잠시 쉬고 있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2학기가 기다려져요.

-최근에 오픈한 가게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김태희 맛있고 건강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팜스쿠키를 알리기 위해 태안읍 내 가장 좋은 위치에 가게를 열었어요. 주변에 거주 인구가 많은 사거리에 있어서인지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소문 듣고 멀리서 와주시는 손님도 귀하지만 매일 오시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계세요. 매일 아침에 오셔서 쌀식빵을 사시는데 오픈 첫날 덕담은커녕 ‘이 집 얼마 못 가, 곧 망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다음 날 아침에 또 사러 오셔서 ‘설탕 좀 더 넣어’라고 하셔서 ‘설탕이 안 들어간 빵이에요’라고 말씀드렸죠. 내심 걱정을 했는데 그 후로도 매일 아침마다 식빵을 사러 한 달째 오고 계세요. 요즘은 ‘영감이랑 내가 매일 아침밥으로 식빵을 먹는데, 이 집 식빵은 속이 편해서 좋아’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물론 어제도 ‘이 집 아직 안 망했네?’라고 하셨지만 이제는 최고의 덕담으로 들려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농업정책을 위한 제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김태희 제가 농업을 선택하고 시작하면서 점점 강하게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 농업정책 자체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거 같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신선하게 소비자에게 유통되고 농업인에게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국산농산물이 국내에서 잘 소비되는 시스템만 구축하면 가능한 일인데 말이죠. 물론 수출도 중요하지만, 농산물은 신선식품으로서의 특성상 수출주도 성장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국내 소비 진작이 필요하거든요. 농업관련 정책전문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농부이자 소비자인 저도 아는 해법인데, 우리 농정은 전혀 실천할 의지가 없는 것 같아 무척 화가 나요.
우리나라 농부들이 생산한 국산 농산물이 과연 얼마나 우리나라 국민의 식단에 고스란히 녹아 있을까요? 편의음식이나 외식문화뿐 아니라 가정 내 식단, 식문화 전체가 다 수입 농산물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다양한 소비 식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에서 오직 이윤추구를 위해 대부분 값싼 수입 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지금처럼 국산 농산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우리 농산물 사용을 장려하는 듯 국민을 기만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대기업 스스로 멈추지 않으면, 정부에서 강력하게 규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말로만 농업은 생명산업이라고 하지 말고, 농업인들 원성 듣기 싫어 입부터 막는 영양가 없는 정책들로 예산낭비 마시고,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루는 농업정책을 펼쳐주셨음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농부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열농(열심히 즐겁게 농사짓기)’하지 않을까요?

가현정 객원기자 
귀농인문학아카데미 대표/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 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 자유학기 진로체험 작가부문/ 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gana0504@naver.com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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