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닌 ‘전남 스타일’로 농촌체험휴양마을의 행복한 변신

“농촌 체험마을 활성화 위해 이동수단과 인력 등 정부 지원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가현정 객원기자 입력 : 2019.12.03 09:39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서른일곱 번째 주인공은 전남 나주시 왕곡면에서 농촌체험휴양마을 에코왕곡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박지선 박찬규 부부다. 에코왕곡이라는 센터명을 보면 단순한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 지구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남 나주에 있는 작은 마을이 나섰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왕곡면은 영산강을 끼고 나주평야를 감싼 지역으로 예로부터 풍요의 땅으로 알려진 곳이다. 서울 강남에서 이곳 왕곡면으로 귀농해 에코왕곡교육센터 운영을 맡은 박찬규 대표와 박지선 사무장 부부의 행복한 변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에코왕곡교육센터 박지선 사무장(왼쪽)과 박찬규 대표
-박찬규 대표 소개 

-박지선 사무장 소개

▶안녕하세요. 에코왕곡교육센터 사무장을 맡고 있는 박지선입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다 여기 전남 나주로 귀농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입니다. 남편은 서울이 고향이면서도 오랫동안 농부의 꿈을 꾸어왔다고 해요. 저는 반대로 전남 나주 출신으로 도시에서 사는 생활을 동경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정착하는 꿈을 이루었거든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아교육기관을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서울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오히려 남편은 제가 떠나온 고향으로 귀농을 꿈꾸고 있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서울 출신으로 감히 농부의 꿈을 꾸어온 박찬규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서울 서초에서 나고 자란 뼛속 깊이 ‘강남 스타일’이었던 사람입니다. 농사일이라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농촌에서 생활하는 전남 스타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서울에서 나주로 귀농한 뒤 더욱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다들 신기해하시더라고요.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하게 ‘나는 전남 스타일’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편의 꿈을 지지하느라 아내의 꿈이 희생당한 셈인가요
▶박지선 결코 그렇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남편이 꿈꾸는 농촌생활이 실제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보면 얼마 못 갈 거라 생각했거든요. 남편의 꿈을 적극 지지하고 도와주신 분이 친정엄마였기 때문에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었어요. 일단은 남편의 귀농을 찬성했지만 대안을 제시했어요. 저는 서울에서 남아 계속 일을 하고, 남편 혼자 귀농해서 1년간 혹독한 농부 수업을 받도록 했어요. 농촌에서 1년을 버틸 수 있다면 농부로서의 재능과 적성을 인정해주겠다는 의미에서요.

-서울토박이가 농부의 꿈을 꾸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찬규 특별한 계기나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진로나 적성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농업분야를 떠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단순한 이유인데, 제가 굉장히 부지런하고 아침형 인간, 아니 새벽형 인간에 가깝기 때문에 해 뜨자마자 일을 시작해야 하는 농촌 생활을 잘해낼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주변에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없고 서울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하면서 늘 마음속으로만 귀농을 꿈꾸던 상황에 장모님의 적극적인 지지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장모님의 적극적인 지지가 귀농의 시기를 앞당겨준 건가요
▶박찬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모든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던 중 약간의 위기가 생겼습니다. 교육기관에 교구를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본사에서 갑작스럽게 운영지침을 바꾸었습니다. 그동안은 교육기관과 직접 계약을 하고 교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후불제를 운영해왔는데, 선입금제로 바꾼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교육기관에서 비용 처리가 늦어지는 동안에도 고스란히 우리 회사가 그 비용을 감당하다보니 3개월 정도부터 자금 운영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매월 사무실 월세와 직원 월급 등 고정비용이 발생하는데, 납품한 교육기관으로부터 수금은 어렵고 본사에서 교구를 가져올 때는 무조건 입금을 해야 하니 어렵던 차에 우리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 하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삼은 거군요
▶박찬규 회사를 좋은 가격에 인계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자연스레 회사도 정리하고 자금이 마련되어 장모님이 계신 전남 나주시로 귀농을 계획했습니다. 서울에 아내와 아이들은 남겨두고 저 혼자만 귀농을 하는 거라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장모님이 계신 곳으로 귀농을 하니 든든한 마음에 빠른 진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마을에 좋은 땅이 매물로 나와 있어 구입을 하고 시설하우스 3동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토마토 농사를 지었습니다.
▲에코왕곡교육센터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1년 동안 혼자서 농사를 지으셨는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박찬규 정말 1년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었고, 농부로서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4시부터 하우스에서 일하는 일상이 힘들지 않고 저에겐 딱 맞았습니다. 제가 노력한 만큼 잘 자라준 토마토를 수확해서 농협 공판장에 경매를 받으면 다른 농가들보다 수매 가격이 3배나 높았으니, 그야말로 의기양양했습니다. 혼자서 3동을 관리하면 매출에 한계가 있으니 내년부터는 하우스 시설을 확장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더 많은 매출과 수익을 이루리란 야심 찬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토마토 농사를 짓지 않으시죠
▶박찬규 그렇게 의기양양 야심 찬 계획을 세우는 동안 갑자기 제 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생활하면서 농사일에 몰두하다보니 끼니도 거르고 일에 매달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한 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내가 농부로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내의 말대로 그저 서울 토박이가 동경하는 농촌생활일 뿐이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몸이 아파 농사일을 더 이상 못하는 상황에서도 왕곡을 지키셨네요
▶박찬규 새로운 위기가 왔으니 새로운 기회가 올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입니다. 1년 동안 토마토 농사를 지으면서 정말 행복했고, 농촌생활이 참 좋았습니다. 그야말로 완전한 ‘전남 스타일’이 되었는데,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마을 이장님께서 병문안을 오셔서 저에게 토지 구입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이장님께서 오래전부터 꼭 사고 싶었던 땅이라고 하시면서 부탁을 하셨습니다. ‘아, 이것이 또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오는 신호구나’ 싶었습니다.

-에코왕곡교육센터를 운영하게 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신 거죠?
▶박찬규 그렇게 1년 만의 영농을 넘어선 ‘열농(열심히 농사짓기)’을 마감하고,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던 중에 농촌체험휴양마을 에코왕곡교육센터 운영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만 혼자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 교육전문가인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아내도 제 진정성과 노력을 인정했는지 함께해주기로 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위기 때마다 구해준 두 명의 천사가 있다면 아마도 장모님과 아내가 아닐까요?

-천사로 인정받고 계시는 박지선 사무장님의 전남 스타일 만족도는 어떠세요
▶박지선 저를 천사로 인정해주니 고맙기도 하고, 사람의 능력 그 이상으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동시에 느끼게 돼서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장모와 사위의 합작품에 어느새 저를 자연스럽게 초청한 상황이었어요. 유아교육자로서 서울에서 일하는 동안에 자연에서 뛰노는 교육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중요하고 필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또 도시에서는 돈을 내면서 자연체험활동을 해야 하는데, 남편과 함께 귀농을 한다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부분이죠. 무엇보다 농촌생활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참 좋을 거란 생각은 늘 했지만 결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지금의 생활 만족도는 매우 만족함이지만 에코왕곡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데는 아쉬운 점이 많아요.

-에코왕곡교육센터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박지선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산적해 있지만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운영자금이에요. 처음에 우리 부부가 운영을 맡을 때는 한 달 월급으로 60만원을 받고 시작했어요. 그러다 지금은 월급은 반납하고, 체험학습비로 얻은 수익의 10%를 마을운영위원회에 드리는 체제로 바꾸었어요. 우리가 더 독립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운영해서 예전에 비해 잘되고 있다곤 하지만, 과다한 업무에 비해 적은 수입이라 어려움이 커요. 30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밤새워 작업하는 때가 많아서 육체적으로도 무척 힘들고, 한정된 예산에서 직원을 채용하기도 쉽지 않아요.

-에코왕곡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데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면요
▶박찬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바라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자립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다만 교통서비스나 인력충원과 관련해서는 우리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서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을 권역에는 다문화가정과 소외된 아이들이 많이 있어서 더 큰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데, 농촌마을의 특성상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권역은 넓어서 이동하는 수단과 인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원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귀농인 유치에 적극적인 것처럼, 정착하고자 애쓰는 귀농인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잡은 고기도 밥을 주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끝으로 에코왕곡교육센터 소개와 자랑을 부탁드립니다
박찬규 자연순환 녹색마을 에코왕곡마을 교육센터는 에너지하우스로 설계되었으며 농촌체험마을, 인성학교로 지정되어 각종 행사와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편안한 숙박시설이 완비되어 전국에서 민간기업 세미나 및 동호회모임, 워크숍, 가족모임을 하러 오십니다. 사계절 에너지 체험과 농촌체험 프로그램, 치즈 만들기, 두부 만들기, 목공체험, 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작은 도서관 평생학습 프로그램 운영과 자유학기제 현장체험처로 초, 중, 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배 테마파크 및 전망대, 2000평 정도의 천연 잔디 축구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배우며 뛰놀 수 있는 아름다운 에코왕곡으로 오세요!

가현정 작가는
귀농인문학아카데미 대표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자유학기 진로체험 작가부문 /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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