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포르노 합법화, 이제는 논의할 때”

[인물포커스]미성년자 접근 쉬운 유통환경이 문제…걸맞은 규제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9.01.11 10:18

‘포르노 수난시대’


디지털 성범죄가 화두다. 여성들은 언제, 어떻게 찍힐지 모르는 불법 촬영 동영상을 두려워한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인 ‘리벤지 포르노’는 사회 문제로 번졌다. 양진호 위디스크 사장이 구속되자 불법 포르노 영상을 유통하는 웹하드 업체의 카르텔이 드러났다. 불법 동영상을 사고팔아 남긴 이익만 71억원이라고 알려졌다. ‘포르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나빠졌다.


포르노는 과연 나쁜 것일까. ‘범죄 포르노’ 때문에 기존의 포르노가 갈 곳을 잃었다. 1970년 미국의 존슨위원회에서는 ‘포르노는 무해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덴마크에서 포르노가 합법이 되면서 성범죄가 1/3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우리나라 정부는 포르노에 대해 규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르노 유통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 다. 대부분의 성인남녀가 보기 때문에 ‘수요’는 늘 존재한다.


우리나라 포르노의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안에 담긴 폭력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누구라도 올릴 수 있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포르노를 쉽게 접하는 유통 환경이다. 포르노가 합법인 나라에서는 내용에 대한 규제가 가능하다. 포르노에 아동이 등장하지 못하거나 강간 등 성폭력도 담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포르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은 “청소년이 포르노를 너무 쉽게 접하는 인터넷 환경이 문제”라며 “미성년자가 접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 진피 지방 이식 음경 확대술을 도입하고 1997년 <한국인 성생활 보고서>를 발간한 이윤수 한국성과학연 구소 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사진=더리더
-‘코리안 홈메이드 포르노’라는 이름이 붙여질 정도로 우리나라 포르노가 유명 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가 외국과 차별화되는 점은 리얼리티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포르노가 합법이다. 성인용 비디오 시장이 형성돼 있다. 법적으로 규제가 가능하다. 불법적인 내용이 들어갈 수 없다. 이를 테면 포르노에는 아동이 절대 등장하지 못한다. 그런 부분에서 명확하게 규제가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음지에 있다. 몰래카메라나 폭력을 동반한 성행위가 담긴 영상, 혹은 리벤지 포르노 등 내용 자체가 불법적인 게 많다. 이게 연출된 상황일 수도 있지만 실제 상황인 것들도 있다. 특히 1인 방송이 늘면서 이런 성격의 동영상이 더 늘고 있다. BJ가 후원을 받기 위해 이상한 포즈를 취하거나 성행위를 묘사하기도 한다.

-왜 우리나라에서 리얼리티 성격의 포르노가 발달했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외국에서는 인터넷이 느려 동영상을 다운받기도, 스트리밍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 인프라가 잘 깔려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동영상을 접하기 쉽다. 다른 사람들과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웹하드도 발달해서 ‘헤비 업로더’가 많다. 일반인 공급자가 많다는 의미다. 또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포르노를 구할 수 있다. 1인 방송이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1인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포르노의 형태도 변했다. 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유형의 포르노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 점이 인기를 끌어 우리나라 포르노가 유명해진게 아닌가 싶다.

-포르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성인이라면 포르노를 대부분 본다. 포르노의 좋은 점도 있다. 특히 나이 든 환자들은 대리만족하기도 한다. 사별하거나 배우자가 있어도 사실상 다른 방도가 없는 노인도 많다. 성매매는 금지돼 있다. 포르노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유행 하는 ‘먹방(먹는 방송)’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직접 먹는 게 아니지만 그 영상을 보고 대리만족하는 것과 같다.

-포르노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나라 문화가 포르노를 양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는 합법화하는 추세다. 잠재 가능성이 뛰어난 산업이다. 포르노 산업 시장 규모가 조만간 15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성인용 가상현실(VR) 산업이 미국과 일본에서 커지고 있다. 이걸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주축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IT와 엔터테인먼트 강국 이다. 이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합법화하기는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문화적 특성상 이런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데 이제는 논의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만의 문화적 특징은 무엇인가
▶신라시대나 고려시대 문학에는 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조선시대로 오면서 유교문화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외국에 비해 춘화도도 별로 없다. 재밌는 것은 민화에서 성에 대해 표현한 그림이 있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받는 압박 때문에 성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함부로 표출하는 것을 막았던 것 같다. 옛날부터 계속 내려온 것이다. 요즘 시대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몰상식하거나 예의 없다고 여기기도 한다.

-정부는 포르노를 규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나
▶미성년자가 너무 쉽게 포르노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문제다. 성인들은 알아서 선별하는 인격체니까 사리분별이 되지만 아이들은 미성숙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성년이 될 때까지는 그런 폭력적인 것들이 연출된 상황 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될 때까지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포르노는 굉장히 자극적인 게 많다. 아동이 등장한다든지, 폭력을 동반한 성행위를 하기도 한다. 모두 연출된 상황인데 미성년자는 잘 모른다. 청소년들은 스펀지처럼 습득한다. 그런 영상을 보다가 간혹 모방심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것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포르노에 아동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등 규제를 하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포르노를 구하려면 청계천에 가서 비디오나 잡지를 구해야 했다. 이건 오프라인에서 직접 얼굴을 보고 구해야 한다. 미성년자는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미성년자들이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에 맞는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포르노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본다. 어떤 장치를 걸지 않는 한 어렵다. ‘셧다운제’ 같은 강력한 제재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성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이전에는 성교육이 순결교육이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손도 잡으면 안된다든지, 혹은 순결서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교육은 시대에 맞지 않다. ‘너를 어떻게 스스로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조를 지키는게 도덕적이라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비뇨기과 의사가 한국성과학연구소를 만든 이유는
▶1997년 처음 연구소를 만들었다. 당시 성에 대한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외국의 성 연구서인 킨제이 보고서만 인용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 우리나라도 성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과학연구소를 만들어서 한국 남성 성 실태조사, 한국 여성 성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서 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이었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쉬쉬하던 분위기였다. 언론사에서는 이야깃거리가 되니까 메인 기사에 내보낼 정도였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 실태에 대해 조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생활에 대한 정기적인 기록물을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시대에 따라 성에 대한 개념이 변한다. 그 변하는 생각에 대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사진=더리더
-2000년대 초반부터 미디어에 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기폭제가 됐던 게 1998년에 비아그라가 나오면서부터다. 그전에는 비뇨기과 진료할 때 모형물 수술이라든지 발기 유발 주사를 놓기는 했지만 대중화되지 않았다. 또 수술을 해야 하니까 환자들이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1998년에 비아그라가 등장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성에 대한 담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문화도 변했다. TV에서는 비아그라를 인용한 개그까지 나왔다. 성에 대한 이야기가 미디어에 노출되니 전 국민이 전문가가 됐다.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한다고 보나
▶사회가 급변하듯 성을 보는 관점도 변한다. 사회 격변기에 맞게 성 문화도 같이 따라가고 있다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이건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다. 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성을 존엄성 있게 봤으면 한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중앙대 의대 의학학사·석사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미국비뇨기과학회세계남성과학회 회원
열린의사회 회장
이대목동병원 외래교수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
대한비뇨기과학회서울지회장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 이사장
한국전립선관리협회 감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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