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중도개발공사·강원개발공사' - "통합이 답 vs 그러다 파산"

[이슈인사이드]강원도, 중도개발공사 통합 검토…도의회 일부의원·시민단체 등은 반대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5.03.11 10:56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레고랜드 코리아/사진=뉴스1
강원특별자치도가 레고랜드 조성사업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놓인 강원중도개발공사를 강원개발공사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채가 3800억원에 달하는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존속하거나 폐지하는 것보다는 강원개발공사와 통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도의 입장이다. 하지만 강원도의회 소속 일부 의원들과 지역 시민단체 등은 부채비율이 높은 두 기업이 통합되면 ‘동반 파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한다. 

11일 도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업은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강원 춘천시 중도동 28만㎡(약 8만4900평) 부지에 건설하기로 한 레고랜드는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로,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과 5900억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강원도는 2012년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을 설립했다. 엘엘개발은 운영 과정에서 △불투명한 사업구조 △청동기 유적 개발 △막대한 부채 등 수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레고랜드 사업은 착수 후 준공까지 11년이 소요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엘엘개발은 2019년 회사명을 '강원중도개발공사'로 변경, 개발사업을 본격화했다. 2020년에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공사비 마련을 위해 205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는데 공사는 당시 춘천 하중도 땅을 개발해 이 어음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출자기관인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지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보증을 선 강원도가 사실상 갚지 않겠다는 것. 지자체의 이러한 선언은 큰 논란이 일으켰고 채권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책임론이 일자 강원도는 그해 12월 추경예산을 편성해 2050억 원을 상환하며 급한 불을 껐다.

◇유지할수록 손해…강원중도개발공사, 사실상 회복 불가능

도에 따르면 레고랜드가 영업에 들어간 지난 2022년 5월 5일 이후 강원중도개발공사가 거둔 수익은 사실상 없다. 춘천 하중도 땅을 개발해 수익을 내려고 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사업에 실패했고, 레고랜드 방문객 또한 예상보다 많지 않은 게 원인으로 꼽힌다. 윤민섭 춘천시의원(정의당·효자2·석사동)이 지난 2월 2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고랜드의 작년 한 해 입장객 수는 49만 4618명으로, 목표(200만명) 대비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도에 따르면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부채는 38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를 놓고 △파산 △존속 △강원개발공사와 통합,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결국 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와 강원개발공사를 통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진태 지사는 2월 17일 도청 브리핑을 열고 두 기관이 통합하는 것에 대해 "현재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존속시키면 부채 상환과 유적공원·박물관 건립 사업비 등 1800억원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현 상태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고, 우발 부채 시 대규모 재정지원 불가로 이어져 돌발 파산 위험도 있다고 했다. 만약 강원중도개발공사를 파산하면 4000억원의 손실에 더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고, 하중도 토지 소유권도 잃게된다는 것이다. 

도는 두 기관을 통합하면 손실금은 2050억원에 그치고, 하중도 토지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태 지사는 "(두 기관을)통합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말했다.
▲강원도청 전경/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의회·시민단체 한목소리로 '반대'…"합병 신중해야"

강원중도개발공사와 강원개발공사가 통합되려면 도의회의 승인이 필수다. 그러나 도의회에서는 부채 비율이 높은 두 기관이 통합하면 '동반 파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강원개발공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도가 5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도에 따르면 강원개발공사는 평창 알펜시아 사업 실패로 부채비율이 280%(6000억원)에 달한다. 정재웅 강원도의원(더불어민주당·춘천5)은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통화에서 "도민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강원개발공사의 경우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데, 통합되면 두 기관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두 기관을 통합하려면 도의회 의결이 필수"라며 "이같은 결정은 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채무 탕감과 면제 행위를 도의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강원중도개발공사 관련 보고회에 참석한 권혁열 도의원(국민의힘·강릉4)은 "강원개발공사도 힘든데 강원중도개발공사와 통합할 경우 잘못하면 두 곳 다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진 도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지난 5일 본회의에서 "양 기관의 통합보다 중도의 경쟁력 제고, 레고랜드 실적 개선을 위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보고된 레고랜드 투자 정보와 출처가 시기에 따라 일관적이지 않고, 문제 이해를 위한 MDA(총괄개발협약)도 여전히 비공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혈세 낭비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1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한 강원개발공사과의 합병은 시한폭탄을 한 바구니에 담겠다는 것"이라며 "두 공기업의 합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으로 도는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 연말까지 통합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지난 2월 통합 문제를 의회에 사전 보고했다. 상반기 중 지방공무원 평가원 신규 사업 타당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7∼9월쯤 도의회·행정안전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면 올해 말 통합을 이룰 수 있다. 도 관계자는 “두 공기업 통합을 통해 손실금 이상의 가치를 뽑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semi4094@mt.co.kr
PDF 지면보기
  • 더리더pdf이미지 2025년 04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