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초대석-이유미 국립수목원장]유네스코 보존지역 ‘광릉숲’ 첫 여성 수장

[9월]“보물숲에서 식물문화 꽃피울 것”

조다솔 기자입력 : 2014.09.01 09:00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광릉 숲’ 지키는 첫 여성 수장.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이다. 1967년 산림청이 개청한 이후 47년 만인 올 4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고위직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연구직 공무원이 원장이 된 것도 첫 사례다.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농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광릉 숲의 보전과 산림식물의 보전·관리를 총괄하는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1994년 산림청에서 임업연구사로 공직에 첫 발을 디딘 이 원장은 1999년 국립수목원이 개원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만큼 수목원과 식물분류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이 원장은 그동안 수많은 저서와 언론기고 등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쉽게 숲과 식물을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조직 내에서도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움과 지성을 겸비한 리더십을 발휘해 신망이 두텁다는 후문이다.

취임 약 4개월이 지난 8월11일 광릉 숲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산림청 최초의 고위공무원 탄생에 관심이 상당했다. 그간의 소회를 듣고 싶다.
“정말 감개무량하다는 말이 정확한 것 같다. 연구자로서 한 분야에 열심히 매진해오면서 주변의 많은 지지와 사랑, 격려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지난 20여년간 가족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식물을 함께 연구했던 선·후배들과 숲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뜻이 모아진 결과라 여기며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특히 여성 직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다(웃음). 성별을 떠나 한 자리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하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가 되기 바란다.”

- 그만큼 직원들이 거는 기대도 크지 않은가?
“1994년 공직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누구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기관의 특성상 전구성원들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너무 자발적으로 업무를 잘 처리하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서 기관장으로서 거창한 구상을 하기보다는 소소한 것부터 하나씩 챙기는 노력을 하고 있다. 행여 그동안 몰랐던 문제점이나 오랜 시간 많은 어려움이 축적돼 발생한 문제가 있다면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성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직원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보물숲’ 찾으려면 예약은 필수


▲ 광릉수목원에 관심은 많지만 실제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광릉수목원의 경우 매주 5일간(화~토)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생물의 다양성이 가장 높고 세계가 보존하는 생물권 보존지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랑할 만한 숲과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광릉숲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은데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방문이 가능한 시간과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약에 대한 불편함 등 선입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다양하게 준비된 프로그램을 통해 숲과 식물에서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봄이나 가을처럼 붐비지 않을 때를 이용하면 제한인원(5000명) 선에서도 충분히 예약이 가능하다. 요즘엔 식당을 갈 때도 예약을 하는데 보물과도 같은 광릉숲에 올 때 예약의 번거로움 정도는 감수하길 당부한다.”

▲ 전국적으로 수목원이 많았으면 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수목원이 만들어질 것이다. 2016년에는 백두대간수목원이 완성되고 2018년에는 세종시에 현재 설계중인 수목원이 세워질 예정이다. 또 새만금에도 계획을 하고 있다. 앞으로 국립수목원(광릉)을 중심으로 각각의 특징을 가진 수목원을 전국 각지에 만드는 게 목표다. 일례로 백두대간의 경우 자연이 너무 훌륭한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식물을 가득 도입해 국민들에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나라 생물을 보존하고 자연화할 것이다. 세종시에는 도시 한복판에서 식물원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 이렇게 기능과 역할을 특성화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목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힐 것이다.”



숲·정원에서의 휴식 증가 추세


▲ 앞으로 국립수목원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사립(私立)과 공립(公立)은 미션이 다르다. 사립은 아름답게 보여주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될 것이다. 반면 우리는 전체 산림생물의 기초연구 기반과 문화의 활성화라는 기준을 잡고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 연계선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보다 많은 도시민들이 지치고 힘들 때 휴식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할 것이다. 특히 숲이나 정원에서의 휴식을 원하는 추세다. 그만큼 수목원의 역할이 커졌다. 앞으로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휴식을 최대한 제공하고자 노력하겠다.”


▲ 휴식으로서의 숲이 각광받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정말 숲이 많다. 전세계에서 산으로 유명한 곳은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숲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숲이나 나무가 가진 기능들은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정도다. 그만큼 중요한 기능들이 많다는 뜻이다. 우선 유형적 기능을 보면 ‘먹거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열매의 모든 기반은 나무다.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것도 결국 산에 있는 나무에서 자원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먹거리가 자연의 소재로 가장 중요하게 떠올랐지만 지금은 생물자원이 가장 큰 기반이 되고 있다. 산에 터를 잡고 있는 기반이 바로 나무와 숲 아니겠는가. 실제로 이들이 여러 창조예술의 영감을 주기도 하고 순환적인 구조를 선사하기도 한다. 숲과 나무는 생존 그 자체가 무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것도 나무가 만들어낸 산소이고, 결국 생명 자체가 시작되는 곳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공기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처럼 이들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숲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치유와 위로, 휴식과 회개의 시간을 많이 가지길 바란다. 우리가 삶을 영유하는 것이 숲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여러 역할 가운데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도 빼놓을 수 없겠다.
“현재 광릉숲 보존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민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다. 동전을 나무에 던져 넣는 게임을 해 그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기도 하고 바자회와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사회와의 상생협력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보존지역인 광릉숲을 지역주민들이 함께 기대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보존이라고 해서 자연을 인간과 격리시켜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광릉숲의 아름다움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보존함으로써 진정한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립수목원에는 우리나라 산림생물문화를 학문으로 만드는 데 있어 기초적인 것들이 잘 정립돼 있다. 하지만 기관의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이러한 자원들이 사회 곳곳에 확산되는 게 약하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는 평이다. 그는 이에 대해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 생물종 기초연구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미래의 자산으로 불리는 식물에 대해 막상 연구를 시작하면 마땅한 표본이 없어 많은 학자들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생물연구가 시간적·공간적 기록인 만큼 그동안 그가 수집한 엄청난 생물종에 대한 자료를 통해 기초생물연구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둘째, 식물산업의 플랫폼을 정립하는 것이다. 수목원에서만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약 1만여종의 식물자원들을 학계나 다른 정부부처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셋째, 식물문화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식물과 만나고 접촉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어 연구도 하고 문화·예술로도 꽃을 피웠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앞으로 식물과 관련된 문화가 수목원에서 꽃필 수 있도록 전국 각지의 수목원과 연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지난 4월21일 취임한 이유미 원장은 1967년 산림청 개청 이래 약 반세기만에 첫 여성 고위공무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연구직 출신 최초의 원장이기도 한 그는 서울대 산림자원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농학 석·박사를 마쳤다.
이후 1994년 산림청 임업연구사로 공직에 발을 들여 국립수목원이 개원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30여권의 저서와 10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학문적 지식이 튼튼하고 여성 고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과의 융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림청 첫 여성 고위공무원인 만큼 전체의 20%에 달하는 여성 공직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그의 남편인 서민환 박사는 현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고위공무원인 생물자원연구부장으로 재임 중이다.
  


조다솔 기자 the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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