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 생존율 높일 것”

[기관장 초대석–한정화 중소기업청장]창업 도약기 지원 확대…정부도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해야

편승민 기자입력 : 2015.06.04 16:48

경제가 어려울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중산층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말이다. 기업생태계에서는 중소기업이 바로 중산층에 해당된다. 중소기업층이 건재하고 두터워져야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고 안정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원정책 체계화를 위한 중앙행정기관이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창조경제 3년차를 맞아 중소기업 생태계를 강화해 대한민국의 허리를 단단하게 만들겠다”며 중기청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중기청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그동안 벤처창업기업 초기에 집중됐던 지원을 확대해 창업 3~7년차 도약기 기업의 생존율을 제고하는 것이다. 또 한 청장은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대기업의 갑질횡포 근절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뿌리가 튼튼한 중소기업 강국 실현’을 위해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고 있는 한 청장을 만나 한국경제가 뻗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우리나라 전체 기업생태계에서 중소기업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업체 수는 약 342만개로 이는 전체 사업체의 99.9%에 해당하는 수치다. 총 근무자 수는 전체 사업체 근로자의 약 88%인 1342만명에 달한다.
이를 다시 규모별로 나눠보면 중기업이 9만9000개, 소기업 35만5000개, 소상공인 296만2000개다. 중소기업 생태계 내에서도 더 규모가 작은 소기업과 소상공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조업 : 중기업(50~299인), 소기업(10~49인), 소상공인(1~9인)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는 창조경제 구축을 위해 다양한 벤처·창업 활성화 정책을 펴왔다. 그 성과는?
▶지난 2년 동안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비롯해 다수의 대책을 통해 ‘제2의 벤처창업 붐 조성’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엔젤소득공제 100% 확대와 같이 업계에서 요구하던 상당부분의 애로가 해소됐고 벤처생태계의 역동성이 제고되는 모습을 봤다. 그 결과 올해 1월 기준으로 벤처기업수는 3만개를 돌파했고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벤처기업수도 453개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벤처창업기업 등 정책수요자도 정책 만족도 조사에서 벤처창업 생태계가 지난 정부보다 많이 개선(64.8점→75.9점)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순환 벤처창업생태계 정착과 이에 기반한 성공사례가 더 많이 창출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고급인력이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TIPS프로그램과 같은 창업플랫폼을 확충하고 창업도약기의 생존율* 제고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제조업창업생존율(’08~’12년 평균) : 1년 후 68.2%, 3년 후 48.6%, 5년 후 39.6%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3년 미만 창업 기업에만 집중되는 정부지원으로 인해 데스밸리(창업 후 3~7년 기간)에 처해 실패를 경험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청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창업도약기 성공률 제고’를 꼽았는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창업기업은 기술사업화 단계인 ‘죽음의 계곡’(3~7년) 극복과정에서 생존율이 약 20%포인트(48%→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단계 창업기업들이 ‘시장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으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은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창업기업은 공공조달시장에서는 매출이나 업력 등 참여조건을 맞추기 어렵고 민간시장은 포화상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중기청은 성장단계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제고하기 위해 체계적인 성장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원스톱 서비스 전달체계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를 위해 창업 도약기에 대한 지원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창업과 R&D자금, 정책자금을 일괄 패키지로 지원하는 ‘창업도약 패키지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더불어 지방 중기청을 중심으로 창업자 현장밀착형 조직을 강화해 성장단계 창업기업의 현장 애로를 원스톱으로 해결하고 유관기관 연계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창업단계부터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본글로벌’ 기업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적극 검토해 수출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중소·벤처기업을 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진흥원(창업사업화지원), 중소기업진흥공단(창업자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R&D지원), 기술보증기금(보증) 등

-지난해 9월 창조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추진한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운영의 발전된 형태로서 TIPS 운영사와 스타트업이 모인 TIPS타운 조성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행 상황은 어떤가
▶민간투자주도형 TIPS프로그램*이 시행됨에 따라 기술창업팀과 투자사가 입주할 양질의 보육·네트워킹 공간이 갖춰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TIPS 창업팀의 입주수요는 현재 160여개로 내년에는 300여개, 2017년에는 450여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투자사와 창업팀 선호지역인 강남과 역삼 일원에 기술창업 거점공간인 ‘TIPS타운’ 조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에 TIPS타운 조성 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3월에 세부추진계획을 세웠다.
TIPS타운은 기술창업과 투자·네트워킹이 활성화된 스타트업 밸리로 구로·판교밸리와 함께 ‘벤처·창업 3대 클러스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형태인 TIPS를 통해 엔젤투자와 연계한 기술창업팀 집적공간으로 한국의 ‘테크시티’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까지 160개 창업팀, 10여개의 투자사와 유관기관들이 밀집되면 상주인원 3000여명 규모의 벤처타운이 형성된다. TIPS타운이 성공적으로 조성될 경우 1990년대 말 테헤란밸리 기술창업의 활력을 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 성공벤처인 주도 엔젤투자사와 기술대기업을 통해 유망한 기술창업팀을 엄선해 투자-보육-R&D-해외마케팅 등 최대 10억원을 투자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지난 4월1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산업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협업 및 창업지원 MOU를 체결했다. 문화콘텐츠 산업투자 활성화의 시도라고 보이는데 콘텐츠 벤처기업군의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세계는 지금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돌파구로써 문화와 콘텐츠 중심의 창조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뽀로로, 대장금, 카카오 게임 등 창의성에 기반한 문화콘텐츠들이 고성장·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많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정부와 중기청은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나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우선 콘텐츠 분야에 원활하게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콘텐츠에 특화된 투자와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에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ication Technology)를 결합한 융복합 콘텐츠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문체부와 미래부가 중기청과 공동으로 융합콘텐츠 펀드 500억원을 6월에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또 문체부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분야의 우수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창업지원 인프라의 공동 활용도 지원 중이다. 우수 콘텐츠 창업팀은 중기청과 문체부의 창업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창조기업 아이템의 사업화를 위한 R&D를 지원받을 수 있고 양 기관이 보유한 선배창업자, 투자자와 멘토 등의 인적자원도 활용이 가능하다.
저작권 분쟁에 노출되기 쉬운 창업초기 기업과 해외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과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식재산의 산업적 활용방법이나 합법적인 유통계약 과정, 저작권 침해 시 대응방안 등도 함께 교육하고 있다.
해외진출 거점이 필요한 콘텐츠 기업의 경우에는 수출인큐베이터 입주(12개국 20개소)를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CJ K-CON, MAMA와 같은 한류 콘서트와 연계해 우수 콘텐츠 기업의 전시와 판매행사도 공동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4 K-CON’의 경우 참관객은 약 4만명에 달했으며 중소기업 마케팅효과는 약 132억원에 달했다.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있다. 최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기청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은 서민경제의 근간임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187만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이 ‘100만원 미만’인 곳도 27%나 됐다. 그동안 정부에서 지원한 시장의 경우에는 일부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으나 전체 전통시장의 매출은 여전히 감소 추세다. 이에 지난해 마련한 ‘개성과 특색 있는 전통시장 육성방안’을 토대로 고객이 즐겨 찾는 시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먼저 전통시장의 입지와 역량 등을 감안해 ‘글로벌명품시장’, 문화관광형시장‘, ‘골목형시장’으로 체계화해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할 예정이다. 글로벌 명품시장은 글로벌 역량과 잠재력을 갖춘 전통시장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할 것이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지역의 문화와 관광, 특산품 등을 연계해 관광과 쇼핑이 가능한 시장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골목형시장은 도심과 주택가에 위치한 전통시장별로 개성과 특색을 발굴해 1시장 1특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매니저를 고용하고 공동마케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장 매니저는 유통과 마케팅분야의 퇴직 전문인력을 활용해 마케팅기법을 전수받고 시장 특성에 따른 자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개선을 통해 전통시장을 편리한 쇼핑환경으로 개선할 생각이다. 전통시장과 철도를 연계한 ‘팔도장터 관광열차’ 운영을 통해 소비자의 시장유입을 확대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제공할 것이다.
또 상품과 고객관리에 태블릿 PC를 활용하고 Wi-Fi 구역 설치해 모바일·온라인상의 상인교육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맞벌이 가정과 노년층을 위해 ‘상품검색→주문→배송→결제’가 가능한 온라인 장보기와 배송 서비스도 지원하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면 하품·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횡포를 빼놓을 수 없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취해야 할 정부의 정책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갑질횡포 개선을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것이 실정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하도급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도급업체들의 하도급거래 개선 체감도는 73.4점으로 전년 대비 0.6점 상승해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대기업 등 원사업자의 30%가 구두발주나 지연이자 미지급 등 하도급법 위반혐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저부가가치 제조단계에나 어울리는 이러한 원가절감의 관행을 지속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제조업체 사이에 수익성 격차는 더욱 확대됐고 중소기업은 존속마저 걱정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수직적 갑을 관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 중 하나가 ‘납품단가 인하 요구’인데 여전히 부당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고 감액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서는 공정한 수직관계를 합리적인 수평 관계로 전환하는 것, 즉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처벌을 강화하고 동반성장지수를 평가하는 등 동반성장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다양한 정책으로 대기업을 동반성장의 장으로 유도해야 한다.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며 거래할 수 있는 여건과 규칙을 확립하는 일이 가장 근본적인 숙제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청년실업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대기업만 선호하는 경향이 만연해 대기업 취업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중소기업은 반대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대책이 있는가
▶극심한 실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훌쩍 넘었으며 청년(15~29세) 실업자 수도 45만여명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는 21만개나 된다.
중소기업은 현장과 괴리된 교육으로 인해 필요한 능력을 갖춘 인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반면 구직자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복지 등으로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높은 대학진학률로 현장에서 필요한 고졸 기술인력은 부족하고 대졸 인력은 초과 공급되고 있으나 업무역량은 미흡한 상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의 수준은 모두 대기업 근로자의 50% 정도에 불과한 것도 불균형의 이유 중 하나다. 중소기업 수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해 공급하고 중소기업 재직자의 실질 소득 향상의 혜택을 부여하며 근로환경개선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과 특성화고나 전문대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기업 수요가 반영된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해당 기업으로 취업을 연계하고 있다. 특히 미취업자와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에 대한 직업교육을 기업이 직접 자체 교육과정으로 실시하는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해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또 소득세 감면,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실질 소득을 증대시키고자 하고 있다.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학위 취득을 지원하고 내일배움카드와 같은 직업능력개발 지원을 통해 역량강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달라
▶새 정부 출범 3년차에 맞춰 그동안 추진한 정책의 가시적 성과 창출에 주력하고 드러난 미비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범 부처적으로는 노사·금융·교육·공공부문의 4대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을 추진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므로 중소기업의 경영여건도 한층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도 중소기업청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디딤돌 삼아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업운영으로 더 높이 비상하기 바란다.

편승민 기자
carriepyun@

△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1954년 7월 30일 출생(광주광역시)
서울대 경영학 학사
조지아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조지아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경제분석실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한양대 창업보육센터 소장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한국벤처산업연구원 원장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
現 제13대 중소기업청 청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많이 본 기사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