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시아문화교류 중심 될 것”

[지역리더에게 듣는다–이병훈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 이사장]아시아문화전당 통해 원활한 소통과 삶의 질 제고 기대

이재규 기자입력 : 2015.08.26 19:10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 이병훈 이사장은 31년을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일한 타고난 공직자다. 문화체육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대통령비서실, 광양군수, 전라남도 기획관리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주민지원본부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제도국장,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 등 한 부처에 머무르지 않고 중앙과 지방행정기관을 넘나들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퇴직 후에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서 행정이론과 실무경험을 후학에게 전하는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최근 들어 그는 광주 동구를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도시재생전문가로 거듭났다. 피폐해가던 동구를 지역민이 몰려드는 살아있는 도시로 탈바꿈시킨 이병훈 이사장으로부터 더불어 사는 세상, 지역주민이 행복해지는 세상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적협동조합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에 대해 소개해달라
▶연구원 소개에 앞서 도시재생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이란 산업구조의 변화와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를 역사·문화적 토대위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흥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도시재생을 위해 관련 건축·디자인 전문가 및 각 분야 대학교수, 문화예술인, 주민 등 74명이 뜻을 모아 지난 2013년 4월에 창립한 사회적협동조합이 바로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이다.
국토교통부 인가 제1호에 해당하며 비영리단체로 일터의 도시, 시민의 추억과 삶이 녹아있는 문화의 도시, 좋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도시를 목표로 각종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마을텃밭 조성에서부터 전통시장 활성화, 젊은 예술인을 위한 아트바자, 도시재생에 관한 정책연구와 인력양성,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걸로 안다. 어떻게 선정됐나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되려면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고 현재와 미래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외국의 경우 문화자원이나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사례가 많다. 문화시설을 동력으로 삼아 철강도시인 스페인의 빌바오, 영국의 쉐필드가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재생했다.
중국에서도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 사례가 많다. 군수 공장터였던 베이징 798다산쯔는 중국 현대미술의 상징적인 장소인 예술특구로, 도살장이었던 라오창팡은 상하이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소형 철강생산공장지대였던 홍팡은 예술과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광주는 참여정부시절인 지난 2004년 수립돼 2023년까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추진되는데 그 중심에 ‘아시아문화전당’이 자리 잡고 있다(올 9월 개관 예정).
또 도시재생은 지역특성에 맞아야 하고 지역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주민이 주축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
도쿄 세타가야구, 요코하마 코호쿠 뉴타운과 모토마치, 츠쿠바와 치바현 카시와노하 등 우리보다 먼저 도시재생을 추진했던 이웃 일본의 사례를 보면 모두 계획단계부터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민·관·전문가의 협업에 의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냈다.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지역사회에 대한 남다른 애착(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보이고 있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것이 중요한가.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초·중·고 학창시절부터 구 전남도청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근무시절, 현재의 사회적협동조합활동 등 내 인생 가운데 20년 이상을 광주, 특히 동구와 인연을 맺고 살았다. 동구는 과거 호남의 정치·경제 1번지로서 충장로, 금남로, 대인시장, 어느 곳을 가도 활기 넘치고 밤에는 불야성을 이루던 곳이었다. 계림동부터 지원동까지 어느 곳을 가도 아이들이 뛰놀고 주민들이 북적였다.
그러나 동구는 더 이상 호남의 중심지가 아니다. 충장로, 금남로, 대인시장은 텅텅 비었고 불야성은 불 꺼진 항구가 됐으며 활기 넘치던 동네는 적막하기만 하다. 빈집도 늘었고 도시가스조차 들어가지 않는 집, 화장실 없는 집도 많다. 32만명이던 인구는 10만여명에 불과하고 국회의원 선거구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동구가 살아나고 도심 공동화가 해결되려면 주민이 늘어야 한다.
인구가 증가하려면 일자리, 관광객이 늘어야 한다. 일자리와 관광객이 증가하는 계기와 동력이 문화전당의 활성화다. 문화전당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일자리,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충장로, 전통시장 등의 장사도 활기를 띨 것이고 개발수요도 창출될 것이다. 따라서 광주 동구의 재생, 광주의 발전은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도시계획이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 남광주시장의 시설·경영 현대화사업 및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는 데 지원한 것도 그 일환으로써 미리 대비한 것이다.



-지역사회 주민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몇가지만 소개한다면?
▶문화전당 공사기간 중 온갖 소음과 먼지로 영업에 지장을 받는 주변식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현장식당, 소위 함바집을 두지 않았다. 어느 공사장이든 함바집과 관련해 크고 작은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 몇년 전 함바집 비리로 세상이 시끄러웠을 때 함바집을 두지 않으니 오히려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고 주민들도 무척 협조적이었다. 세종시 건설 당시 1년 만에 협의보상을 97% 달성했던 것도 주민 편에서 생각하고 일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광양군수 시절에는 무조건 군수실로 찾아온 홍쌍리 여사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준 것이 오늘의 광양 청매실농원이 됐다.
이런 것들이 밑바탕이 돼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조합설립 중 마을텃밭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무료로 분양했고 경제적으로 힘든 젊은 예술가들을 돕고자 조합에서 아트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이사장이 생각하는 지역사회리더란?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지역사회리더에는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시민단체 등 다양하다.
그러나 지역사회리더는 무엇보다 다양한 주민의 의견 수렴과 갈등관리, 행정기관과 주민의 연결, 행정기관의 생산적인 계획수립과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지도록 선도적인 정책제안과 감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을 추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광주지역을 위해 앞으로 계획하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과거 5년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으로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했다. 외국의 사례를 돌아보고 30~40년 후까지 생각해 수많은 국내외 전문가와 의논하고 연구하며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다.
따라서 애정이 남다르다. 분명한 비전이 있고 광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문화전당의 성공적인 운영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앞서 말했듯 이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광주는 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심지, 문화경제의 도시, 평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끝으로 정부, 관계기관, 국민, 광주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회법과는 아무 상관없는 문화전당과 관련해 “아시아문화전당 같이 자신들이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빅딜을 해서 통과시키면서 민생과 일자리 창출 법안은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왜 여기에 아시아문화전당이 등장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문화전당이 야당의 몫인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문화전당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당초 계획과 대비해 큰 변화 없이 진행됐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당을 운영할 조직구성과 관련해 벽에 부딪히자 느닷없이 문화관광부에서 운영주체를 법인으로 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국회에서 겨우 원래의 위치에 가깝게 되돌려놓은 것이 지난 3월로 2년이나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되는 데도 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부산에 ‘아세안문화원’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머릿속에는 아시아문화전당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음을 보여준 사례다. 아시아문화전당은 특별법에 근거를 둔 국책사업으로 참여정부 때 시작해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고 아시아의 문화자원을 토대로 세계적 문화예술 트렌드를 발신하고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복합문화예술기관이다.
비록 광주에 소재하지만 문화국가의 터미널이자 창조경제의 수원지인 셈이다. 전당이 문화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제작하면 그만큼 일자리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고 전당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면 그만큼 국내외관광객이 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갖게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이제라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문화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고 창조경제의 핵심에도 문화적 상상력이 깔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화와 경제를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이재규 기자
theleader@

△ 이병훈 이사장
1957년 전남 보성 출생
고려대 행정학과 학사
전남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전남대 대학원 행정학과 박사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전남 광양군수
전라남도청 기획관리실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주민지원본부 본부장
행정자치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제도국 국장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단장
現 아시아도시재생연구원 이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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