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정책 계승, 국가 백년대계 감안한 정치 성숙도 보여야

[한국의 싱크탱크8 -세계경제연구원 사공일이사장]독일처럼 노동개혁 굉장히 중요

임윤희 기자입력 : 2016.01.08 11:29
편집자주<더리더>는 5월부터 다양한 국내 싱크탱크에 대해 소개하고 설립취지와 주요 연구실적 등 양질의 자료가 연구로만 끝나지 않고 공론화 되는데 기여하기 위해 ‘한국의 싱크탱크’를 기획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더미래연구소▲한국지방행정연구원▲한국미래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싱크탱크 AAA▲동반성장연구소▲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 유수의 싱크탱크를 취재하고 있으며, 1월호에는 세계경제연구원을 찾았다.

▲세계경제연구원 사공일 이사장
한국의 싱크탱크 그 여덟 번째 순서에는 세계경제연구원의 사공일 이사장을 만났다.
사공일 이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화려한 인맥은 일흔 다섯의 나이에도 멈추지 않는 학구열에 있다. 해외 포럼에 가는 비행 내내 책을 보고 공부를 하는 모습에 스튜어디스가 와서 괜찮은지를 묻기도 했다는 일화를 보면 그의 비결이 노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인맥을 일컫는 말로 자주 거론되었던 ‘국제 마당발’ 이야기를 하자 국제 사회에 그냥 마당발이 통하느냐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G20정상회의준비위원장으로서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어냈고, 멈추지 않는 연구정신을 통해 세계의 경제 패러다임에 우리나라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공일 이사장은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재무부장관,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위원장,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세계경제연구원의 이사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연구원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린다.
세계경제연구원은 1993년에 만든 비영리법인이다.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정책과 기업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화란 용어가 우리 귀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그것의 정책적, 전략적 함축성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세계경제연구원의 대외활동을 통해 정부정책담당자들과 기업경영전문가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이를 잘 이해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설립의 주목적이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정부정책담당자나 기업경영인들 모두는 국제적인 안목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어떻게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고, 기업 전략이 나올 수 있겠나.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가, 특히 금년에는
설립 이래 지난 20년 넘게 세계적 석학과 사상가, 주요국 및 주요 국제 기구의 최고위 정책담당자 그리고 세계적인 기업인과 주요 언론인 등 수많은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서 새로운 세계 경제 안보환경과 질서 변화에 관한 그들의 고견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왔다. 그리고 경제 금융 및 안보 통일 등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해왔다.


2015년에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을 추가했다. 라가르드 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호베르투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장들과 다수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와 주요국 최고위 정책담당자들과 만나 세계 경제 금융 문제를 짚어보고 그들과 의견 교환을 해왔다. 그 주요 내용은 이미 주요 언론에서 보도되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연구원에서 곧 출판할 것이다.


이런 분들과 대담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주요 국제기구 장들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람들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고, 무엇이 중요한 과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주요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정책 수립에 큰 영향력이 있는 세계적 석학들과 전현직 정책담당자들의 생각을 모아보는 일은 아주 뜻있는 일이다.


▲세계경제연구원 사공일 이사장
다양한 외교 활동을 해서 국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계시다. 이런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얼마 전에도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 연설자로 참석했고, 주요 국제 회의에서 초청은 많이 받고 있지만 모두 갈 수는 없어 선별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과거에도 언론에서 종종 그렇게 폭넓은 글로벌 인맥을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비결은 그저 공부하고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 나를 왜 만나겠나. 바로 서로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나. 사람만 좋다고 해서 네트워크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상호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후배들에게 계속 공부하라고 말한다. 모든 활동의 원동력은 실력에서 나온다.


OECD가 한국 경제 성장률을 2.7% 하향 전망했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견해는.
이것은 OECD의 단기전망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고,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 경제가 지지부진하고, 기타 신흥국의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 자체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성숙되고 인구노령화와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성장률이 계속 7~8%대로 갈 수는 없다. 현재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3~3.5% 정도로 추산된다. 너무 낮다. 쉽지는 않지만 노동시장과 서비스산업 개혁 등을 통해 앞으로 4~5년 이내에 1~1.5%포인트 정도 더 높일 수 있는 여력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힘들지만 경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정치권부터 바뀌어야 한다.


성장잠재력을 올리기 위해 정치권에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국민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 국민들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높은 교육열과 성취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식기반시대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고 자산이다. 우리 국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IQ를 가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지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한다.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지식기반시대에 가장 높은 자산이다. 우리는 이걸 잘 활용해야 한다.
나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교육대통령을 뽑자고 했다. 지식기반시대를 대비하여 국정의 우선순위를 교육개혁에 두고 앞을 내다보는 개혁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개혁은 비단 입시제도를 바꾸고, 학제를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교육의 내용과 방식 등 모두를 바꾸는 것이다. 특히 교육방식은 달달 외우는 것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 있는 인재 육성에 적합한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지금은 새로 생기는 일자리와 인재 간 미스매치가 많이 존재한다.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득권이 과보호되면, 특히 경험이 부족하고 기술 습득이 안된 미숙련 청년실업이 늘어난다. 그리고 임시직, 파트타임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 결과 경제 자체도 그만큼 능률이 떨어지지만, 높은 실업과 고용의 질의 악화는 사회정치적 안정을 해친다.


▲세계경제연구원 사공일 이사장
중국이 7~8% 성장하다가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그 해결책은.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장이 8%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금기시해 왔지만 최근에 와서는 중국 정부도 7% 내외로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고, 중국도 계속 고도 성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위 중국 비관론자들이 말하는 중국 경제의 예를 들면 5% 이하 성장 같은 ‘경착륙’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현재 중국은 우리 수출의 1/4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수출 성장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내수시장 진출과 서비스 수출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독일 하르츠 노동개혁과 관련 강연을 했다.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참고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독일이 한때는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 경제발전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 잘나가던 독일 경제의 침체가 시작됐다. 사회보장제도가 지나치게 후했던 이유도 있지만, 노동시장 경직성이 그 주된 이유였다. 고용도 늘어나지 않고 독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것이다.
슈뢰더(Schroeder) 당시 총리는 사민당이었다. 노동조합에 가장 큰 지지를 받던 슈뢰더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한 것이다.


일전에 슈뢰더 전 총리와 저녁식사를 할 기회가 있어 든든한 지지기반인 노동조합에게 영향을 주는 개혁을 할 수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의 답은 바로 “다른 옵션이 없었다.”였다. 이 개혁을 주도한 슈뢰더 총리는 반대당인 기민당에게 선거에서 졌고 메르켈 총리가 정권을 이어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반대당의 노동개혁을 이어받아 잘 집행했다. 오늘날 독일 경제가 잘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전체 근로자의 10% 정도이다. 이 중 7%는 대기업 및 공공부문 근로자다. 그러나 이들이 기득권을 너무 앞세우면 나머지 대다수 근로자들이 피해를 본다.


현재 우리는 임시직과 파트타임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핵심은 정규직에 있다. 정규직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으면 고용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임시직을 쓸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작년에 외국에 투자를 더 많이 했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개혁이 중요한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는 기업이 국경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면 그만큼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외국 기업이 오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일자리가 줄어든다. 지금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기업하기 좋은 곳에 기업이 투자한다. 노동시장 개혁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2년 남았다. 앞으로 어떻게 노동개혁을 이끌어가야 할 지와 또 다음 정권은 어떤 노동개혁 플랜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부탁 드린다.
독일의 경우엔 사민당이 했던 정책을 기민당이 이어갔다. 독일 정치가 우리나라보다 앞서있지만 정말 부러운 일이다. 우리 정치도 이제 변해야 한다.
노동개혁을 할 때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한다. 올바른 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우리 정치도 한 단계 높은 성숙도를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정치개혁이 제대로 돼야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정부는 정치권 탓만 할 게 아니라, 직간접으로 국민과 적극적 소통을 통해 국민의 여론과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위로부턴 청와대와 대통령과 각 부처 장차관, 그리고 주무과장∙사무관에 이르는 차원의 대국민 소통에 힘써야 한다. 언론매체를 통한 대국민 설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경제연구원 소개
세계경제연구원은 세계적인 석학, 세계지도자와 주요국 및 국제기구 고위 정책담당자 초청 특별강연회 등의 주요 경제 현안의 대안 제시를 위한 연구를 위해 1993년 설립된 순수 민간비영리재단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특별강연회와 연구업무, 국제협력사업 및 법인회원을 위한 특별세미나, 간담회 등이 있다.
특별강연회는 세계적인 석학 및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바깥세상에 그들의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수립과 기업의 경영전략 선택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국제적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목적에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이런 특별강연 및 국제회의의 내용들을 정리하여 정부, 학계 등 우리 사회 각계, 각층에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국영문 대역본으로 출판, 배포하고 있다(http://www.igenet.com/대표전화 : 02-551-3334).


사공일 이사장 프로필
1940년 1월 10일 출생, 경상북도 군위
서울대학교 학사
UCLA 대학원 경제학 석사, 박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장관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대통령직속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위원장
제27대 한국무역협회회장
중앙일보 고문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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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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