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우리 가까이 있는 법”

[한국의 싱크탱크]전광석 헌법재판연구원 원장

임윤희 기자입력 : 2016.07.15 15:18

▲전광석 헌법재판연구원 원장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의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날이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국경일로 지정되어 우리 헌법을 존 중하고 민주주의의 정신을 함양하는 각종 행사가 치러진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헌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대한민국은 민 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읊조리노라면 왠지 모를 애국심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제2조, 3조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통치체 제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지만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헌법을 읽고 지키자는 ‘손바닥헌법책’ 읽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손바닥헌법책은 ‘우리 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가 헌법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며 읽자는 취지로 지난 3월 손바닥 크기로 만든 52쪽 짜리 책자다. 석 달여 만에 8만부 가량 보급됐다. 대한민국 헌법과 1919년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헌장, 유엔 세계인권선언 등이 실려있다.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행복한 미래교육포럼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 읽기 운동을 통해 민주주 의 정신과 가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우리 사회에서 헌법이 올바르게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어렵고 멀기만 했던 헌법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고 있다. 더리더에서는 제헌절을 맞이하여 전광석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만나 우리 헌법에 대해 알고 싶었던 질문을 통해 헌법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 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 원장은 인터뷰에서 “헌법은 먼 법이 아니라 가까운 법으로 내가 분쟁이나 공권력에 의해 불이익을 당했을 때 나의 지위를 보존해 주는 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부터가 출발점이다.”라고 말하며 헌법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연구원 소개 좀 부탁드린다

 “헌법재판소는 88년에 생겼다. 20년 운영을 하다 보니 헌 법이라는 것이 다른 법률과는 달리 사회, 경제, 정치 전반을 한번에 아우르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또한 성공적인 헌법을 위해서는 국민의 의식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에도 연구부가 있지만 사건에 대한 연구 위주로 하다 보니 중장기적, 역사적 연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2011년 헌법재판소의 기관으로서 헌법재판 연구원이 설립되었다. 몇 가지 설립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과 헌법 재판 에 대한 중장기적인 연구와 국민에 대한 교육이다. 중장기 적 연구는 궁극적으로 헌법 재판에 도움이 될 것이고, 교육은 헌법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좁게는 헌법재판소의 연구관들과 지방자치 단체 공무원들의 헌법 교육, 사회과학 교원들에 대한 헌법 교육,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헌법 교육, 일반 대학생들에 대한 헌법 교육도 실시 하 고 있다. 또 하나 중장기적 연구과제로 통일 과정에 따른 헌법 과제들과 통일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헌법적 문제인 통일 법제 연구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연구가 뛰어나지만 서구사회에 비 해 그 역사가 짧기 때문에 비교헌법 연구가 중요하다. 비교 헌법 연구팀이 있어서 미국, 유럽, 일본에서 연구한 연구진 들을 포진하여 체계적으로 비교헌법을 연구하고 있다.”


▶3대 원장으로 2015년 6월 취임했고 1년이 지났다.

“학계에 있을 때도 헌법 연구 기관으로만 알았지 구체적 인 설립 취지나 목적에 대해 인지를 잘 못했던 것이 사실이 었다. 취임 전에 알던 것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 으로 연구 기관으로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또한 연구원으로서 학계·학술단체·대학 등과 긴밀한 관 계를 맺고 연구원에서 하는 일을 소개하여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눠 상호 보완적인 관계 를 도모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연구원에서 가장 중심사업으로 하고 있는 것 은 무엇인가 “1990년에 독일이 통일 되었고 독일의 경우를 거울삼아 대한민국이 통일 됐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 인가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통일 전에 동독주민이 서독 으로 왔을 때 어떤 권리와 의무를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 제가 발생되었고, 통일 과정에서도 선거법을 어떻게 할 것 인지에 대한 문제들이 발생했었다. 또한 통일 후에 오랫동안 사회 통합 문제가 발생했는데 더 깊숙하게는 심리적인 분단과 통일에 대한 문제가 논의 되었다. 그 중 헌법적인 측면에서 논의 할 수 있는 통일적 분단상 황에서 나타나는 헌법 문제, 통일 과정에서 나타나는 헌법 문제, 통일 이후에 장기적인 통합과정에서 나타나는 헌법 문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올해와 내년에 거쳐 독일의 이시기에 대한 판례를 연구하는 작업을 하고 그것이 끝난 다음에는 우리 분단상황에 헌법적 문제를 연구 하여 단행본을 4권정도 낼 예정이다. 그것이 올해와 내년에 할 중점 사업 중에 하나다.”


▶헌법이라고 하면 매우 딱딱한 학문으로 인식이 된다. 선택한 동기는

 “70년대 후반에 대학을 입학했다. 70년대 후반이라면 유 신시대라고 불리는 정치사의 암흑기였고, 그 당시 대학생들 은 정치적인 의식이 컸다. 법학을 공부 하다 보니 개인과 상인과의 관계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을 할 수 있는 과목이 흥미가 있었다. 헌법을 통해서 우리 정치질서 에서의 문제점과 역사와 전체 거시질서에서의 위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별 고민 없이 대학원에서 헌법을 공 부한 게 된 것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전광석 헌법재판연구원 원장

▶27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친 신념이 있다면

“우선 로스쿨이라는 것이 직업 훈련을 받는 곳이 되었고, 학생들은 곧 사회진출을 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졸 업 후 진로를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현실에 가까운 법학에 대해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공법보다는 사 법 쪽으로 관심을 가지는데 이렇게 되면 법학 그 자체도 그 렇고 법문화라는 것이나 법조인으로서의 법의식도 편향되 고 균형을 잃게 된다. 특히 로스쿨에 와서 사회적인 안목을 가지는 균형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강조 했었다. 헌법 열심히 하라고 했었다. 대학은 역시 기본적인 교육을 시키는 기관이다. 기초교육이 탄탄해야 응용능력과 사회적응능 력도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에 대해 졸업 후 즉각 쓰일 수 있는 지식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기초교육에 충실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생각해야 한다. 학부 때도 이렇게 기본, 기초 교육을 하다 보니 변 호사 시험과는 무관하다는 비난을 받아서 내 강의는 인기가 없었다.(웃음)”


▶헌법을 가르치며 보람이 있던 순간이나.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르치면서 보람이라고 하면 앞에서 말한 편향적인 공부를 하지 말라는 것과 기초학문을 튼튼히 하라는 나의 조 언을 공감하지 못하는 학생이 더 많지만 반면 일부 공감하 는 학생도 있다. 공법과 헌법에 관심을 가지고 대학원에서 전공을 하고, 또 그 후에는 교수도 되고 이런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보는 것이 보람 있다.”


▶우리 나라 헌법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던 헌법이 있다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으로 헌법을 제정했지만 완전한 제로베이스에 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1919년 임시정부 수립 때 거기에서 임시정부 헌장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수 차례 개정을 거쳤었다. 1941년에는 건국강령을 만들었고 이것은 우리 독립 후 헌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 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1948년 헌법을 만들 때 초안을 담당했던 분이 유준우 박사인데, 유준우 박사는 식민지 시대의 법학교육을 받은 세대라 일본헌법을 배웠고 당시 일본헌법 이론에 영향을 미친 것은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이다. 바이마르 헌법의 기본적인 특징은 사회기 본질서와 경제질서에 관한 규정이 있었고 사회 통합을 강조 했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 우리 헌법이 많은 개정을 거쳤는데 1962년 헌법에는 독일헌법에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것이 헌법에 가장 중요한 조항으로 도입되어 있고 이는 독일헌법 1조에 규정된 내용이다. 헌법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는 독일 헌법에 대한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출 발은 바이마르헌법, 식민지 임시정부헌법, 60대 이후에는 독일헌법, 그리고 1980년대 들어오면 미국헌법 연구자들이 많이 생기면서 80년대 개정 때는 행복추구권이 도입이 되었는데 행복추구권은 바로 버지니아 성문헌법에서 나온 것이다.”


▶국민으로서 헌법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지만 헌법에 대해 확실히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948년 헌법이 제 정되면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가까운 법이기도 했지 만 먼 법이기도 했다. 1970년대 초반 이후에 민주주의를 견 고하게 하기 위해 민주화의 시작이 곧 헌법의 개정이라고 여긴 것이 가까운 법을 말해준다. 먼 법이라는 것은 민주주의 질서에서는 헌법을 떠올렸지 만 그밖에 헌법은 어떤 기능을 수행 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 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의 분쟁 발생시 민법이나 형법을 떠올리지 헌법은 떠올리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중요한 사건들이 헌법재판소로 오기도 하고 상징적인 의미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1인시위가 이루어 진다는 것은 헌법에 대한 기대도 있다는 것 아니겠나. 생활과 밀접한 법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헌법은 먼 법이 아니라 가까운 법으로 내가 분쟁이나 공권력에 의해 불이익을 당했을 때 나의 지위를 보존해 주는 법이라는 것을 아는 것부터가 출발점이라고 본다. 최근 헌법재판연구원에서도 제한된 인력과 공간으로 전 국민 대상의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국민 들이 쉽게 헌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책을 준비 중에 있다. <함께 있는 헌법>이 7월 발간 예정이고, <알기 쉬운 헌법>이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나 탈북민들에게 쉽 게 교육할 수 있는 강의안을 만들어서 배포할 예정이다. 생 활 가까이 있는 헌법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광석 헌법재판연구원 원장

▶우리나라 헌법의 기능과 특징이라면 어떤 것이 있나

“우리 헌법은 건국에 대한 부분과 식민지시대의 사회 불 균형을(지주, 농민, 자본, 노동) 통합된 질서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시장이 상품을 교환하는 장소라는 단순한 논리 보다 소비자가 꼭 필요한 물건인데 값이 비싸서 사지 못할 것을 고려하여 경제 질서에 사회적 책임부터 존재 해야 한 다는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있었다.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공권력이 사회적약자의 편에서 적 극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권리, 사회적 기본법 등 사회 통합 을 주시한 헌법이다. 우리 헌법이 국민생활간에 밀접해 진 것은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크다. 모든 나라가 헌법재판소를 보유 하고 있는 것 은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헌법재판소를 처음 만 들었다. 헌법재판소도 잘해야 하지만 정치영역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 정치영역에서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해 서는 안 된다. 최근에 국회선진화법처럼 국회에서 필요해서 만들어 놓고 나중에 효력 상실 시켜 달라고 하면 굉장히 어 려워진다. 정치와 헌법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균형 관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헌법학자로서 개헌해야 한다면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한다고 보나

 “우리가 국가 건설 후 70년 동안 9번의 개정을 거쳤는데 평균적으로 헌법 하나의 수명이 7년 이상 된다고 볼 수 있고 지금 헌법은 30년된 최 장수 헌법이다. 최 장수 헌법에 대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좋은 헌법이다. 좋은 헌법이라는 것은 법이 좋다는 측면도 있지만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헌법재판소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했던 부분도 있고, 국민의 의식도 올라가고, 사회 전체가 발달하고 이런 전반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헌법이 장수하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참 개헌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었던 정국이 있었다. 여 소야대의 구조였던 참여정부 때와 국민의정부 때 국회의 다수세력과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달라 국정이 원활하게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분권형 정부, 이원정부, 책임 총리제 등 방법적인 부분은 다 나왔고, 학계에서도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많았기 때문에 연구적인 측면은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 헌법 개정이라는 것은 국회와 국민의 합의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정치적 선택만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되려 헌법재판소에는 조금 개정할 문제들이 있다고 본다. 헌법재판 구성에 있어서 대통령이 3명, 국회에서 3명 대법 원장이 3명을 지명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학계에서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독일방식으로 전원을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 이 다양한 정치적 이면을 반영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처음 헌재가 출범할 때 활성화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설립이 되자마자 사건이 폭주를 했다. 그런데 헌재재판관은 9명이고 그것이 헌법에 명시가 되어 있다. 사건이 많아 재판관을 늘리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는 등 제도 개선이 헌법으로 정해져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리 헌법을 헌법학자로서 평한다면

“나는 우리 헌법에 아주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고, 정치권에서도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개 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헌법은 영구적인 법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생기 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안정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개정이 어렵게 만들어 져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이 필요하다면 국민적 공감대나 정치적인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만 한다. 헌법개정이 또 다른 우리 사 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헌법개정은 신중 해야 한다.”


▶국민들께 한말씀 부탁드린다

“마음속의 헌법, 생활속의 헌법, 헌법은 우리 주변에 가까 이에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다. 또한 국민들만큼이나 공직자들도 헌법을 늘 마음에 담아 두고 공직수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필

연세대학교 법학학사 및 동대학원 석사

뮌헨대 대학원 법학 박사

한림대 법학과 교수

연세대 법학과 교수

제1대 한국사회보장법학회 회장

제19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現 제3대 헌법재판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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