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클리닉

새로운 성장 동력, 아세안 경제공동체와의 협력 강화

[박번순의 아시아 읽기]

편집자주 | 중국, 아세안, 인도를 포함하는 아시아는 우리의 수출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21세기 들어 아시아의 영향력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서 성장한 중국, 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정책, 존재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도와 일본 그리고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뭉치고 있는 아세안 10개국. 우리에게는 어느 한 국가 한지역이라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리더들은 아시아의 경제구조, 질서의 변화, 그 특성을 잘 알지 못합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문제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박번순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출범 1년이 된 아세안 경제공동체

아세안은 2015년 12월 야심차게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출범을 선언했다. 경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아세안은 4대 영역, 즉 단일시장 및 생산기반구축, 경쟁력 있는 경제지대 육성, 회원국 간의 균형 발전, 그리고 세계경제와의 통합 등에서 수많은 세부 프로그램을 실천해 왔다. 이제 아세안은 2014년 기준 인구 6억2000만명, GDP 2조5000억 달러, 1인당 소득 4,000달러의 경제공동체가 된 것이다. 아세안의 규모는 한국에 비해 인구 12배, 경상가격 GDP 약 1.8배 그리고 구매력평가에 의한 GDP는 3.8배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봐도 아세안의 인구는 중국과 인도에 이은 제 3위이며 2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상품수출 규모는 세계 4위를 차지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15년 아세안의 경제성장률은 4.7%에 이르렀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2% 남짓인데 비하면 역동성을 보여준 것이다.


사실 경제공동체를 출범시켰지만 아세안의 경제통합 수준은 1958년 발족해 현재 유럽연합의 모태가 된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 아세안은 유럽연합(EU)이 아세안의 모델이 아님을 늘 천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은 현 단계의 아세안경제공동체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저개발국, 즉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의 경우 아직 관세가 남아 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관세장벽도 많다. 투자제도와 수송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서비스 산업의 개방도 확대해야 한다.


통합의 단계가 낮다는 점을 인식한 아세안은 AEC의 출범과 동시에 2025년까지 비전을 담은 “아세안 2025: 함께 전진하자”(ASEAN 2025: Forging Ahead Together)를 발표하고 시행하기 시작했다.2015년 청사진이 4개 영역에서 추진된 것과는 2025비전은 5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5년 비전을 보다 기능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전에 없던 연계성을 강조하고 내.외부 충격에서 경제의 복원력을 강조했다.


이제 아세안이 공동체를 출범시킨 지 1년이 경과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1967년 창설된 아세안이 경제공동체로 탈바꿈하기까지는 60여년이 소요되었다. 1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세안은 조금씩, 조금씩 통합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2016년 9월의 아세안정상회의는 아세안의 비전을 현실로 구체화하여 역동적인 아세안공동체를 만든다는 취지에서 개최되었고, 여기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의 하나가 ‘아세안통합을 위한 이니셔티브 작업계획 Ⅲ(Initiative for ASEAN integration work plan Ⅲ)’이다.


이 계획은 1990년대 중반에 아세안에 가입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과 기존 아세안 국가와의 경제발전 격차를 축소하여 아세안 경제통합을 원만하게 이루어나가기 위한 것이다. 아세안은 식량 및 농업개발, 무역원활화, 중소기업, 교육, 보건 등 6개 영역에서 후발국가들의 상황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 2025(Masterplan on ASEAN Connectivity 2025)’이다. 아세안이 연계성 강화에 관심을 갖은 지는 오래되었다. 연계성은 아세안 내의 물리적 연계성, 제도적 연계성 그리고 사람들과의 연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물리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공개하며, 서플라이체인을 줄이고, 상호인증 등 규제의 통일을 도모하고 사람들의 이동성을 보다 더 원활하고 자유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세안에서는 수많은 인프라 건설 프로그램이 진행되거나 논의 중이다. 중국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이프라투자은행(AIIB)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편 대외적 환경은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진전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의 정권교체는 아세안 각국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과거 부시정부와 달리 아시아 외교에 관심을 기울였다. 소위 ‘아시아회귀전략(pivot to Asia)’이었다. 부시정부에서 아시아에 관심을 줄이면서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강자로 또 오른 데 대한 반격과 다름없었다.


오비마의 아시아 회귀 정책의 중요한 축은 아세안이었다. 아세안 10개국을 자기편으로 붙들어 두면 대중국 전략, 대아시아 전략에 우리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실제로 오마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는 아세안 국가 중 브루나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포함되어 있었다. TPP 협정 협상이 끝났을 때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도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는 아시아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는 TPP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빠진 TPP는 거의 의미가 없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TPP에 참여했던 국가들은 난처하게 되었다. TPP가 제대로 출범하지 못한다면 아세안공동체의 강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세안경제공동체로 산업의 집중과 분산 현상 등장

그 동안 아세안의 노력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일반적으로 경제통합은 통해 역내의 교역을 확대시킨다. 관세 등 무역장벽이 없어지면서 교역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2007년 현재 아세안의 역내교역은 25% 이었고 역외 국가들과의 교역이 75%이었다. 2015년 이 비중은 각각 23.9% 및 76.1%로 약간 변했다. 역내 교역비율이 더 떨어진 것이다. 역내교역 비율이 감소했다고 아세안의 경제통합의 성과를 거두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세안 자체의 무역이 감소한 것이 아니고 중국 등에 대한 교역이 워낙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내 비율이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은 아세안의 역내 통합이 폐쇄적으로 흐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단일시장과 생산기지로서 아세안경제공동체의 효과는 시간을 지나면서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그럼 단일시장과 단일생산기지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국가와 기업에게 영향을 줄 것인가? 국제생산 체제, 즉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변화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전기전자, 자동차, 심지어는 섬유산업에서 조차 나타나는 생산제품의 분절화(fragmentation)이다. 제품의 분절화는 기술의 발전으로 특정 제품의 생산과정이 여러 개의 공정을 분리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일단 상품 생산의 분절화가 가능하면 다수의 지역에서 부품을 생산하여 한 지역에서 최종 조립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절화의 심화로 아세안 역내에서 단일시장과 단일 생산기지가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첫째, 최종 재화의 조립업체들이 공장을 통합할 수 있다. 과거 다국적 조립업체들은 개별 시장접근 용이성을 위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여러 국가에 분산 배치했지만 아세안 내에서 관세가 철폐되면서 거래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제 기업을 한 군데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비용을 줄일 것이다. 생산설비의 이동이 쉽고 수송비가 적은 분야부터 집중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둘째, 부품 생산은 비교우위에 따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지역으로 공장이 분산된다. 다국적기업 및 현지기업은 상품과 서비스의 공정을 보다 더 분절하여 각 공정은 비교우위가 있는 기업이 서로 다른 지역 및 국가에서 담당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기업들이 비용절약을 목적으로 아세안 역내에서 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으로 일부 공정을 이동하거나 확장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분절화와 생산네트워크의 확장은 투자의 증가를 수반하며 그 결과 서플라이 체인은 길어지고 더 한층 복잡하게 변한다. 그 과정에서 부품, 중간재, 반제품의 역내 교역은 증가하고 역내 무역의 증가는 다시 통합을 가속화 시킨다. 기업의 역내 자회사의 설립, 부품과 반제품의 조립 등을 위해 이동성이 심해지면 인프라가 취약한 아세안 각국은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이미 각국은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 SEZ)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간에 기업들의 유치를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이 전개되는 것이다.

한국의 대아세안 협력 고민해야

아세안은 창설과 통합은 경제적으로 소규모 개방국가들의 생존을 위해 등장한 지역연합체이다. 비록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많은 인구를 갖고 있으나 경제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들이 1967년 창설하고 1970년대를 계기로 협력을 강화하게 된 것은 인도차이나 지역의 공산화가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공산권 진영의 붕괴와 체제 전환국가들의 외국인투자 유치,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과 글로벌화의 진전, 중국의 개방과 고도성장, 아시아 외환위기, 이은 중국의 WTO 가입 등은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여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으로 성장해 온 아세안에 영향을 미쳤다.


아세안이 1990년대 초에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를 창설하기로 한 것은 아세안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어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동시에 대외적인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성립한 아세안과 한중일 3국이 형성한 아세안+3 체제, 여기에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한 아세안+6 체제 등 모두 아세안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아세안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그 하나는 대내적으로 아세안이 더욱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아세안경제공동체를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회원국들의 경제 발전의 격차가 존재하고, 정치적 체제가 서로 달랐지만 아세안은 조금씩 양보하여 경제공동체를 발족시켰다. 다른 하나는 대외적으로 중국과 미국,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갈등관계여야 한다. 여기서 아세안은 계속 세련된 외교전략를 통해서 아시아의 정치경제 질서를 구축하는데 아세안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아세안은 한국경제에 두 가지 차원에서 중요하다. 그 하나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것으로서 아세안과의 교역이나 투자가 우리에게 극히 중요하다. 2015년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수출은 748억 달러였고 수입은 450억 달러였다. 총교역량에서 아세안은 중국에 이은 제 2의 교역대상국이다. 아세안과의 교역은 미국과의 교역보다 많아진지 오래이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대아세안 수출은 10% 미만에서 현재 14% 이상으로 증가했다. 투자의 경우도 신규투자법인수나 금액에서 중국을 앞지르고 있다. 2015년만 해도 새로 800개 이상의 기업이 아세안에 투자를 시작했고, 4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아세안과의 교역이 최근 부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의 수출입은 2014년 대비 모두 각각 11.5% 및 15.7%가 감소했다. 2016년의 경우도 11월말 누계기준으로도 수출은 1.5% 수입은 3.2% 감소했다. 세계경기의 부진 탓도 있지만 우리상품이 아세안 시장에서 중국 상품에 비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과의 교역은 상당부분은 우리기업이 아세안에 진출하면서 중간재나 부품을 수출하는 형식인데 이제 이들이 반드시 한국에서가 아닌 중국이나 현지에서 조달률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점은 정치적 외교적 차원이다. 아세안은 동남아 지역의 중소국가들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열망에 결성한 협력체이다. 현재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내고 생존하기를 바란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을 들고 아세안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 전역에서 다리를 놓고, 철도를 건설하며, 공업단지를 만든다. 중국인 관광객은 아세안에서 돈을 물 쓰듯이 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세안을 안마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은 아세안의 산업을 형성했다. 이제 중국의 등장으로 다급해진 일본 역시 아세안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다.


우리는 어떤가? 아세안은 교역이나 투자 등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우리에게 힘이 되 줄 수 있다. 우리 외교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처럼 아세안에 자금을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과 같이 국제질서를 바꿀 힘도 없다. 그러나 한국과 아세안은 중규모 개방국가로서 세계적 자유화에 같이 몸을 싣고 있다. 어떻게 협력을 확대하고 냉혹한 국제 질서의 변화 속에서 서로 도울 수 있을까? 우리들의 리더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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