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호원 English3.0 연구소장, “공교육·사교육 윈윈 생각할 때”

[차홍규가 만난사람]공교육 문제는 학생들 의욕상실, 학원과 협업으로 해결 가능

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입력 : 2017.02.08 11:08

진호원 English3.0 연구소장
미술을 전공한 필자는 교수로 정년퇴직은 하였지만, 우리의 현 교육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답변이 난감하다. 우리와 같은 대학교수나 교육부 관리에게 교육의 현주소를 물어보면 안보아도 모범답안이 뻔히 나올 것 같다. 그렇다면 차라리 현장에서 교육에 전념하는 분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그런 뜻에서 교수나 교육부 관리가 아닌 일선 현장에서 영어 교육에 평생을 종사한 English3.0의 진호원 연구소장을 인터뷰하
게 되었다. 공교육의 패러다임(Paradigm) 변화에 따라 현재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변화가 아닌 체계의 변화이기에 충격이 적지 않다. 현재의 변화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바로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망의 기회를 말하고자 함이다.


패러다임이란 큰 사고의 체계 혹은 가치관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만큼 기존의 생각과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자기화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최근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사교육비는 늘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입시 제도의 방향 전환으로 교육시장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기가 도래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은 결국 ‘변화와 혁신’이다. 2021년에 바뀌는 수능은 이제 통합 수능이다. 문과 이과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통합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1을 준비하는 중3학년 학생들에게는 절대적인 변화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과서의 디지털화 및 스마트 러닝Smart Learning 시스템의 도입은 향후 국내 교육의 흐름을 바꿔 놓을 만큼 큰 변화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세상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높여주는 것이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 주어야 하나? 그동안의 교육은 지, 덕, 체, 인성과 지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21세기 교육은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이제 인성 교육을 넘어 그 무엇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는 학문이 아니라 언어다.’ 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귀담아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 영어는 좀 더 나은 학교를 가기 위해, 보다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공부해야 하는 관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언어로 영어에 접근하는 공부가 아니라 습관이나 놀이처럼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미래의 영어공부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평생을 교육사업에 종사한 영어전문가 진호원 연구소장를 만났습니다.


영어 교육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그동안 영어 교육을 해오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15년 전에도 유아 영어는 물론이고 초·중등 영어학원에 붐이 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온갖 프로그램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이 검증되지 않은 원어민에게 맡겨져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중·고등부까지 쉬지 않고 영어교육을 받은 학생도 영어로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건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 영어학원은 영어유치원 따로, 초등부 저학년, 고학년, 중·고등부 따로 분리가 되어있거든요. 문제는 각각의 학원들이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서 결과적인 교육 효과로 볼 때 오히려 투자한 시간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언어 교육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언어 교육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이 서로 연계성을 가지고 공부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이후에 상급학교 진학을 하든, 토플을 하든, 유학을 가든 어떤 형태로든 실제 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실력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영어 교육 현장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분으로서 요즘 영어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이 입시 제도와 절대적 연관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입시 제도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군요. 아시다시피 1969학년도부터 1981학년도까지 대학예비고사가 시행되었고, 그 이후 1982학년도부터 1993학년도까지 학력고사가 시행되었지요. 그리고 1994학년도부터 수능이 도입되었습니다. 학력고사에서의 영어는 기본적 독해 능력, 문법과 어휘능력에 대한 단편적 지식 중심의 시험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수험생들이 텍스트 중심의 영어를 암기해야 했지요. 수능의 도입은 학력고사와 근본적으로 궤를 달리합니다. 단순한 암기가 아닌 사고력 중심의 시험이기 때문이었지요. 학력고사와의 결정적 차이점은 “듣기”의 도입이었지요. “듣기”의 도입과 함께 수험생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부터 23년 전 이야기네요. 아시다시피 바로 몇 해 전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흔히 Neat의 도입이 검토되었다가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Text 중심의 학력고사를 영어 입시 1세대라면, Listening이 도입된 수능을 영어 입시 2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에 대해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Neat가 도입되었더라면 명실상부한 영어 입시 3세대가 되었을 것입니다. 영어 구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Four Skills에 대한 멀티미디어적 Test였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교육 현장에서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Neat가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폐기된 것입니다. 물론 멀티미디어에 기반을 둔 Neat를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입시에 대한 실질적 반영을 다소 늦추고 일단 Neat를 도입하여 현실적으로 부족한 여건을 시간을 두고 보완해 나갔더라면, Neat가 우리 영어 교육에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어 교육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적 여건을 제외하고 진정 우리 학생들을 위한 영어 교육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Neat라고 대답할 사람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입시 제도에 대해 말씀하시니까, 요사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서울대 폐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대 폐지에 대한 주장이 왜 나왔겠습니까? 지나치게 과도한 교육 열기를 바로 잡기 위해서, 지나치게 경쟁 위주의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 일부의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그런 현상이 서울대 때문일까요? 우리나라는 고려 광종 때부터 본격적인 과거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소수 좋은 집안의 자제들만이 출사할 수 있는 음서제를 대신하여 나라 곳곳의 능력 있는 인재들을 등용하기 위해서였지요. 조선시대에는 과거제도가 소위 “줄”이 없는 자들의 유일한 출세 길 이었습니다. 우리사회에는 출세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급제하는 것, 현재로 치자면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하나의 코스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학 입시가 신분 상승의 유일한 기회라고 여기는 상황이 전개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욕구는 자식들을 위한 부모들의 자기희생적 태도를 가져왔고, 이것이 과도한 교육열로 번지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목할 만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어느 한 학생이 서울대와 지방 의대에 동시에 합격했다고 합시다. 서울대 입학을 원하는 부모가 많을까요, 지방 의대를 원하는 부모가 많을까요? 답은 지방의대입니다. 학부모들은 서울대 그 자체가 아니라 입신양명의 확실한 길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서울대는 하나의 상징일 뿐입니다. 대학 입시를 대학 입시 그 자체의 상자 안에서만 보아서는 올바른 선택과 결정이 나오지 않습니다. 상자 밖에서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고민하고 결정해야 올바른 결정이 만들어집니다. 서울대를 폐지하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치열하게 노력만 한다면, 사회에서 확고한 기반을 쌓을 가능성이 있는 사회를 어떻게 조성할 것이냐 하는 것에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교육 과정에 굳이 “창의력 신장”을 강조하지 않아도 우리 젊은이들이 창의적 사고에 진취적 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것입니다.”


조금 시야를 돌려볼까요? 요즘에 기초 영어 회화에 대한 학습이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비교적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 다수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같던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거에 공부했던 사람들, 학창시절 영어 학습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습니다. 다만 몇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테크놀로지의 발달입니다. 요즘에는 스마트 폰이 여러 언어에 대한 동시통역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단순히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심도 있는 학습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이런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기초 영어 회화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영어 학습 방향성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영어 교육을 크게 Formal Educational English와 informal Educational English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 영어 회화를 informal Educational English라고 한다면, 대입과 내신 성적을 전제로 한 영어를 Formal Educational English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똑같이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학습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학습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이러한 informal Educational English보다는 Formal Educational English에 초점을 맞추어 학습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는 초등 영어, 중등 영어 그리고 고등 영어의 주안점이 서로 다르군요? 서로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초등 영어는 영어의 기본적인 표현에 대한 말하기가 중심입니다. 초등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만 외워 두면 기본적인 영어 구사가 가능합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있어서 초등 단계에서 언급되지 않는 관계대명사, 수동태 등이 별 필요가 없으니까요. 중등 과정에 들어오게 되면 영어라는 언어의 규칙, 즉 영문법을 공부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 영문법이라는 것을학습하는 것은 지루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또한 일부 규칙성에 대해서는 암기도 필요하고요. 자연히 일부 학생들이 영어를 귀찮게 생각하게 되지요. 하지만 중학 영어의 70~80%는 영문법입니다. 중학교에서 영어를 포기하는 학생들은 바로 이 영문법에 대한 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학 영문법은 영문법의 거의 모든 항목을 포함합니다. 중학 과정에서 영문법만 확실히 잡아두면 고등학교 과정, 토익, 토플 등 모든 시험에 대한 기본적 능력을 갖추게 되지요. 고등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독해 능력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독해 능력 신장 비결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어휘 능력 신장이고 두 번째는 영어의 구문, 즉 영어의 문장구조를 볼 수 있는 능력의 신장입니다. 단편적인 문법 지식이 아니라 구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영어는 우리말과 구조가 다릅니다. 우리말은 주체 중심(주어) 구조라면, 영어는 대상 중심(목적어)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또한 관계대명사 등에 의해 수식관계가 복잡한 문장이 아주 많습니다. 우리말 해석을 먼저 읽지 않고, 구문에 대한 지식으로 난이도 있는 지문들과 치열하게 씨름을 하는 것이 독해력 신장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능 절대 평가제와 내신 강화 정책으로 인해 영어 교육 방향이 상당히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내신 공부하랴, 수행 평가 공부하랴, 수능 대비 하랴 하면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신 대비, 수행 평가 대비, 수능 대비를 각각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면 그렇겠지요. 이 세 가지를 하나의 뿌리를 가진 세 개의 가지로 생각하면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좀 막연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만 영어는 영어니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까요? 영어의 4가지 skill, 즉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를 분리시켜 따로따로 공부한다면 학습의 과부하가 걸리기 쉽지요. 읽기와 쓰기, 듣기와 말하기를 묶어보면 어떨까요? 읽기 지문의 주요 문장을 쓰기와 연결 짓고, 듣기 Script의 주요 문장과 표현을 말하기와 연결 지어 학습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제작된 교재가 어떤 교재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겁니다. 정답은 바로 교과서입니다. 상당히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교과서보다는 부교재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교과서가 영어의 4가지 영역을 제대로 묶어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첫째가 교과서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부교재이지요. 그것이 내신 대비, 수행 평가 대비, 수능 대비를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진호원 English3.0 연구소장과 차홍규 교수
영어 공부에 대해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면
“어떤 사람들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영문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고급 영어 구사에 반드시 필요하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은 영문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영문법의 주요사항 95% 이상이 중학 과정에 제시됩니다. 따라서 우리 학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중학교 때 영어를 철저히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그 시절에 영문법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평생 영어의 기초를 단단히 놓는 셈이 될 테니까요.”


영어를 떠나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문제점이 많음에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해결 대안에 대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모든 정권들은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를 교육 정책의 첫 번째 방향으로 내세웠지요.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부도 학원비 인상 억제, 선행학습 금지, EBS 연계 교육, 주요 교과 과정 난이도 조정, 교원 전문화 강화, 내신시험 부담 경감 등의 정책을 제시했지만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님들의 교육열과 출세 등으로 사교육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공교육은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의 교육 열기는 근본적으로 사다리 올라가기의 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단 사교육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 관계자들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즉, 공교육과 사교육의 윈윈 전략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방안에는 “사교육은 나쁜 것, 없애야 할 것”이라는 인식이 보이지 않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사교육의 선행 학습 때문도 아니고, 교과 과정의 난이도 때문도 아니고, 교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바로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의욕상실입니다. 일반 고등학교 교실에 수업 광경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교과목에 의욕이 없는 학생들은 대부분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고, 한 옆에서는 핸드폰으로 오락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 의욕을 잃었을까요? 목표의식의 상실과 학교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기 실력에 대한 좌절 때문입니다. 영포자, 수포자가 계속 나오는 것이지요.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 철학과 역사 교육 그리고 현실 사회와의 접촉면 확대입니다. 학생들이 현장 체험을 통해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알게 하고, 자아를 성찰하게 하고, 역사의 흐름 속에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중학교 1학년 학교 시험을 없애고 진로 선택의 다양한 영역을 접할 수 있게 한 것은 참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의 강화를 통해 나약해지고 자기 중심화 되어가는 우리 학생들의 영혼을 책임감 있는 영혼으로 다시 일깨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학교와 학원의 제휴입니다.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 간의 학력차가 매우 심하게 나타납니다. 수준별 방과 후 수업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들을 지도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준별 방과 후 수업이란 우수 반 하나를 키우는 것이 고작입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학습과정에서 소외되기 마련이지요, 같은 현상이 반복될 뿐입니다. 학교와 학원이 제휴를 맺으면 어떨까요? 하나의 학교를 중심으로 다수의 학원이 있습니다. 대체로 학원의 한 반 수업 인원은 아무리 많아도 10명을 넘지 않습니다. 충분히 수준별 수업이 가능합니다. 이때 물론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보충 수업비 정도를 부담하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원하고 학원도 저렴한 수강료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학교와 학원이 협업관계를 구축한다면 구체적으로 다양한 정책이 펼쳐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인데 다소 엉뚱한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문화 대중화에도 한 말씀 부탁합니다
“문화는 시각적인 것, 청각적인 것, 미각적인 것 모두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연극, 영화, 음악, 미술, 음식, 의류 등이 문화의 범주에 속하지요. 그러나 문화에 대해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문화는 그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의 자연스런 사고 패턴”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화는 권력자에 의해 위에서 뿌리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민중 속에서 형성되고 확산되어 나가는 것입니다. 권력자는 문화적 토대가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 주도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중문화는 철저한 상업성으로 무장한 소수의 문화 권력자들에게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민중 속에서 잡초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못하고 문화 권력자들과 상업주의에 끌려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에 직면해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문화의식의 고양을 위한 대중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우리를, 우리 사회를, 우리 역사를 느끼게 하고, 그를, 그들을, 그들 사회를 이해하게 하는 문화 의식 운동이지요. 요즘 TV에서 나오는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가 그런 역할을 잘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속할 수 있겠지요. 그런 노력을 문화인이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만 확보되면 가능합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때로는 맥주를 마시면서 강사(사회자)를 중심으로 함께 토론하는 장이 우리 사회에 두루 퍼져 있다면 정말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권력에 의한 자의적인 문화, 상업성에 의한 스타 중심의 문화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이해하며 소통하는 무수히 많은 작은 문화 공간의 창출, 바로 그것이 대중 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요?”


진호원 소장님의 살아온 얘기를 듣고 싶군요. 얘기하고 싶은 것이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젊을 때는 부모님이나 교사, 직장 상사로부터 주의를 받거나 무언가 가르침을 받더라도 반발하기 쉽습니다. 저도 부모님으로 부터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종종 ‘젊어서 고생은 팔아서라도 하지말자.’라고 말을 바꿔치며 반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발 할 때는 하더라도 인생의 선배들로부터 들은 얘기들은 마음속에 잊지 말고 잘 기억해 두는 게 좋습니다. 스스로 인생을 걷는 것은 지도 없는 대양에서 노를 저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는 인생의 선배나 멘토로부터 배운 것들이 하나하나 나침판이 되어 줄 것입니다.
저는 인생 30여년을 교육자로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는 ‘기본에 충실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리 똑똑하지 않는 존재일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면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서 자녀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걱정스레 주의를 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부모와 자녀 모두 인생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청년 시절을 언어의 다양화를 위해 중국과 관련 교육 사업을 하였고, 지금은 영어교육의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일하는 즐거움’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일에 열중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면서, 자기 자신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부디 그 순간이 너무 늦지 않기를, 적어도 만회할 시간이 남는 나이에 깨닫기를 바랄 뿐입니다.미국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자유롭고 활발하게 인간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을 받습니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을 갖습니다. 이른바 인생 목표를 양성하는 시기입니다. 이후 상급 학교에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기초 학문을 공부해 나가는데, 실제로 미국 학생들은 자신만의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목표와 관련된 학문을 익혀 나갑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교를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하고 일깨워 주는 교육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조차도 목표의식 없이 공부하여 그 자리에 오른 이들이 많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인생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야 말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그 목표를 이끌어가는 나침반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은 저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2,500년 전에 공자 말씀이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學而不思則罔 학이불사즉망)’처럼 생각하면서 노력을 한다면 꿈꾸는 희망의 땅에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흥미롭습니다. 진 소장님의 인생관에 관해서도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Do your best, and Good will do the rest.”는 최선을 다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면 할수록 ‘Good will do the rest’ 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공부도 스포츠나 예술과 같아서 기본적인 것에 충실히 투자하지 않으면 안정감 있는 레이스를 펼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뜻에 얼마나 올바르게 정확하게 시간 투자를 했느냐가 인생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재미를 강조합니다. Exciting과 Interesting의 의미는 다르지 않습니까? 학습은 Interesting한 것입니다.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아가면서 느끼는 재미 말입니다. 무엇인가 쉽고 편한 방법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항상 원칙과 기본을 강조합니다. 기본과 원칙은 저에게로 향하는 마인드셋이기도 합니다. 또한 하늘은 우리에게 먼저 ‘Do your best’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받는 도움만이 진정한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라는 말입니다.”


▲진호원 English3.0 연구소장
진호원 소장님과의 인터뷰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3일 동안 만나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왜, 우리의 사교육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학부모들은 찾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평생을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꿰뚫고 있는 진 소장님은 역시 전문가답게 질문에 시원한 대답을 하여주었다. 그가 제시한 공교육과 사교육의 콜라보도 우리 교육 현장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아야만 지탱 할 수 있었던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그 이면에는 누가 무엇이라 하여도 학부모님들의 피땀 어린 교육열 덕분이었고, 그 부모의 자녀들을 열심히 가르쳐 준 교육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자들이 현 한국의 사회에서 상응한 대접은 고사하고 교직의 숭고함조차 잊어버린 채,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직업인의 처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실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지면에서 상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공교육 사교육을 떠나, 이제는 우리 2세 교육에 힘써 주는 선생님들에게 학부모님부터 최소한의 존경심을 가져야 자라나는 우리 후세들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밝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거창한 구호나 해박한 논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솔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진호원 소장님에게 배운 귀중한 인터뷰였다.


차홍규 교수
서울과기대 학사, 홍익대 석사, 동신대 박사 / 장애인 기능올림픽 운영위원 역임. 기능올림픽, 장애인 기능올림픽 심사위원 / 제2회 국제디자인(KJDA) 공모전 심사위원 / 88올림픽 기념 공모 작품전 등 서울시장상 및 장관상 등 다수 수상 / 한-중 수교 20주년 초대전 작가(주중한국대사관, 주한중국대사관) / 한국 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 한-중 조각가협회 고문, 한국조각가협회 회원 / 개인(초대)전 32회, 단체전, 국제아트페어 등 300여회 / 전 정수폴리텍대학, 우송대학교 교수, 북경 칭화대학교 미술대학 정년퇴임 / 현 한중미술협회 회장, 현재 중국 광저우 화남이공대학 고문 교수, 폴리텍 대학 화성캠퍼스 명예교수 / 북경 SUN ART 갤러리 전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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