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이젠 ‘젊은 농부’ 시대 “생산량 경쟁 아닌 지속가능한 농업 가치 찾아내는데 노력

[농어촌은 지금, Jump-up]

임윤희 기자입력 : 2017.03.07 10:02
편집자주농가경제 활성화를 6차 산업이 책임지고 있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 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민택기 사진관 제공
젊은 층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 역시 인구 초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귀농귀촌종합계획(2017~2021년)’을 발표했다. 청년층의 농업 창업을 촉진하고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귀농귀촌 종합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청년(39세 이하) 귀농 창업 1만 가구를 육성하고, 귀농 초기 소득 문제를 완화해 귀농 5년차 가구 소득을 농가 평균 소득의 90%까지 향상시키며,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과의 상생 협력으로 농촌 활력도 증대해 나가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정부의 귀농·귀촌 대책이 점점 실체를 찾아 가고 있다는 평이다. 이런 바람직한 모델로 충남 홍성군의 한 농장이 언급되고 있다. 홍성군의 젊은 협업농장의 정민철 이사는 2~3년 사이에 20대 젊은 사람들이 농촌과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농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농업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가르치던 교사였지만 스스로 농업에 대한 높은 진입 장벽에 선뜻 농사를 시작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에 농업과 농촌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보고자 두 제자와 함께 2012년 협업농장을 시작했다. 교육이라는 ‘업’을 주로 했던 그가 잘 아는 방식으로 농업을 전파하기로 했다. 그렇게 젊은 협업농장은 젊은이들에게 농업뿐만 아니라 농촌사회를 접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의 노력에 화답이라도 하듯 점점 20대 젊은이들이 농장을 찾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정 이사는 “젊은이들의 톡톡 튀는 생각들이 농업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일깨우고 있다.”고 말하며 “예전처럼 생산성만 높이는 농업이 아닌 그 가치와 의미를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농업과 본인의 업을 연결하면 어떻게 풀어 낼 것인지 아이디어가 나온다. 도시에 앉아서만 계획을 세우지 말고 현장을 자주 접촉하고 들여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진로가 만들어질 것이다.” 라고 조언했다. 이미 젊은이들에게 귀농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협업농장을 찾아 농촌의 다양한 기능과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협업농장 이사를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라고 농업학교가 있다. 지역 농민을 키우는 것이 목표인 학교로 지역사회와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다. 거기 선생으로 있었다.
최근 늘어나는 청년 귀농은 부모님 세대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농촌의 인프라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농업이 중요하다고 하고 실습도 많이 시키지만 막상 청년들이 농사를 결정하는 순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역사회의 네트워크도 없고, 자본금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의지가 있더라도 실천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것이 되어 버린다.

▲민택기 사진관 제공

무언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그 해 졸업하는 제자 두 명이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나도 학교를 그만두고 실질적인 귀농의 길을 택했다.”


-농작물 선정은 어떻게 했나
▶“도시가 아니라 농촌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다. 지역에 영농조합에 가서 “돈은 없고 젊은 몸만 셋이다. 뭘 하면 되겠나?”했다. “농기계 살 돈도 없고, 묘목을 키울 땅도 없다.”라고 말하며 “어떤 품목이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어르신들이 중심인 농업은 이미 기계화 되었고 일반 농가에서 하지 않으려는 틈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설 하우스에서 쌈 채소를 재배하는 것이 그런 종류였다.”


-자본금은 얼마나 투자했나
▶“시설 하우스 한 동에 200평이고, 1년 임대가 100만 원이다. 첫 해 200평에 1년간 쌈 채소 농사를 했다. 상추, 쌈추, 로메인, 겨자채, 오크리프, 다홍채, 적상추, 셀러리 등 한 10개 품목을 했다.”
-첫 농사 1년간 지어보니 어땠나
“남는 게 없었다. 밥값 하니 끝났다. 현금 없이 시작하니 계속 돈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형태였다. 농촌에서는 젊은 남자 셋이 일을 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많이들 찾으시더라. 첫해 많이 도와드렸다. 배우는 입장으로 일도 도와드리고 주변 네트워크도 구축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터가 좋은 하우스가 나온 그런 곳들을 직접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1년 해보니 노하우가 쌓여 3~4동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2년째는 3동 300만 원 투자 임대를 해서 농사를 지었고 지금은 8동 정도로 확장해서 하고 있다.”


-협업농장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7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에 농촌 인구가 50% 정도 되었다. 외가나 친가 중 한군데는 시골에 있었다. 대부분 농촌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은 농촌이라는 곳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체험한 경험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태에서 청년들에게 농촌과 농업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면 되겠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설 하우스를 8동으로 한정 지어 놓고 1~2년 같이 일하면서 농사를 경험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훈련 받은 사람은 나가고 그 뒤에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구조다.
그랬더니 꽤 오더라. 어떤 선생은 안식년에 농업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오고, 석사 논문을 쓰는데 일하면서 지역 조사를 하러 오는 분도 있고, 대학 졸업 후 해보고 싶은 농사를 경험 해보고자 오는 분들도 있었다.”


-협업농장을 찾는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올해 들어올 사람은 9명 정도 되고 그 중 6명은 20세이다. 20대 친구들이 2~3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전엔 30~40대였다. 농업을 경험하고자 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이런 젊은 친구들에게 농업을 지속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더 깊게 고민을 하게 됐다. 20대 친구들은 농사일을 하면서도 팟캐스트로 교육방송을 듣는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농사를 배워보려고 왔는데 반복적인 일이 많아서 스스로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일을 마치고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강사는 지역 사람들이고, 커리큘럼은 일본어 핸드 농업책 공부, 영어 유기농 책 공부, 인물로 보는 중국사, 사진, 자전거 등 이런 식으로 만들어 간다.”


-일하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은 어떻게 운영되나
▶“새벽부터 일어나서 저녁까지 일하는 시스템을 젊은 친구들은 너무 힘들어 한다.
그래서 일을 압축적으로 하도록 했다. 아침에 시작해서 농장 일을 오후 4시에 마칠 수 있도록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알려주고 압축해서 일하는 것을 교육했다. 그리고 오후 5시부터 수업을 해서 6시 30분이면 끝난다. 일반 농업의 패턴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케줄이다. 이전의 어른들이 일하는 스타일을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면 농촌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쉬는 스타일이 아닌 아침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인터뷰 하고 있는 정민철 젊은 협업농장 이사

-협업농장이 농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농업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고 있다. 협동의 중요성을 교육하기 위한 장소가 되기도 하고 농촌 지역 사회에서는 관계 맺음도 배울 수 있다. 실제로 청년들이 농업 기술을 몰라서 농사를 못하는 게 아니라 농촌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크다. 현장에서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줌으로서 농촌 사회를 이해시키고 농촌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연습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농업이 가진 기능인 교육과 복지 기능을 다시 회복 할 필요가 있다. 젊은 청년들이 농사를 하면 “열심히 일해서 돈 벌자”는 것보다 일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최근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이 장애인과 만든 농장이 바로 ‘행복농장’이다. 농업을 통한 치료를 결합해서 기존에 없던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농업의 다른 기능을 만들어 낸다. 물론 노동시간과 생산량으로 따지면 보잘 것 없지만 농업의 다른 기능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농산물을 많이 생산한다고 농업이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께 농업이 가진 가치를 찾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농업에서 풀어낼 수 있다고 보고 농업이 그 기능을 맡아 주어야 한다.”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귀농해서 뭐하지?”하고 도시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단은 자유롭게 농촌과 농업을 만나보고 여유 있게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으면 좋겠다. 최근 회계로 평생 사신 분이 귀농을 하고자 하기에 조언을 해드렸다. “농사를 짓겠다.”고 하길래 “아마도 회계능력 때문에 농사지을 시간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농촌이 무슨 회계가 필요하냐?”고 묻더라. 얼마 후에 만나보니 “농촌에 이렇게 회계가 필요할 줄 알았으면 진작 왔을 것이다.”라고 했다.
농촌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모든 직업과 모든 기능이 필요하다. 농촌은 농업만 하고 돈 있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 홍보, 패킹, 회계, 디자인 등 모든 업종의 사람이 필요하다.
기존과 다르게 농업이라는 업과 연결이 되어 농촌과 농업을 이해하면 재능을 어떻게 풀어 낼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도시 앉아서 계획 세우지 말고 현장을 자주 접촉하고 자주 가서 들여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진로가 만들어질 것이다. 열린 상태로 농촌을 접근하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민철 젊은 협업농장 이사
1967년 2월 24월 출생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교사
現 협동조합 젊은협업농장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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