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비례대표제도

[이종희 정치살롱]

이종희 교수입력 : 2017.07.06 17:3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2017년은 전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 총선, 프랑스 대선 및 총선, 그리고 우리나라 제19대 대선과 영국 총선에 이어 9월 24일 독일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독일에서 총선은 연방하원 선거, 즉 ‘분데스탁스발’(Bundestagswahl)이라고 하며, 원칙적으로 4년마다 실시된다.
독일의 입법기관은 연방 상원(Bundesrat)과 연방 하원(Bundestag)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방 상원은 16개의 연방 주(州) 대표들로 구성된다. 모든 주는 인구 비례에 따라 3명에서 6명의 대표를 파견할 수 있는데, 대개 주지사와 각료들로 이루어진다. 연방 상원의 정수는 69명이며, 주요 임무는 각 연방 주(州)의 이해관계가 달린 법률을 심의하는 일이다. 그러나 연방 상원은 법률 제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반면 연방 하원은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연방 총리를 선출하며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의 연방 내각은 연방 총리와 연방 장관들로 구성된다. 연방 총리의 임기는 4년이며, 연임에 대한 제한은 없다. 연방 총리는 연방 하원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통해 선출되는데, 통상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서 선출된다. 연방 총리는 국무회의 의장으로서 내각을 이끌 뿐만 아니라 장관의 임명권과 해임권을 가지고 있어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다.
독일의 대통령은 독일연방공화국의 수반으로 연방회의(Bundesversammlung)에서 선출된다. 연방회의는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각 주(州) 의회에서 선출된 동수의 주(州) 대표자로 구성되며, 연방회의는 대통령을 선출할 목적으로 소집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대통령은 독일연방공화국을 대표하여 외국과의 조약 체결 등 대외적이고 상징적인 업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법률 검토 및 공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독일 역대 총리(그래픽:김미소)
▲독일 역대 대통령(그래픽:김미소)

독일 연방 하원 선거의 특징
오는 9월 24일에 치러지는 독일 총선은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연방선거법 적용 60주년을 맞는 해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독일 연방선거법의 시작은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9년과 1953년 총선에서는 한시적인 성격을 띤 선거법이 적용되었고, 1956년에는 상시 선거법을 채택하여 1957년 총선부터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기조로 한 선거법이 적용되었다. 독일 연방 하원 선거법은 9장 55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선거 제도, 기구, 선거권과 피선거권, 선거 준비, 선거 행위, 결과 확정, 재선거 및 보궐 선거, 당선과 의원직 상실, 선거 비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독일의 선거법과 우리나라 선거법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선거 운동과 관련된 규정이다. 독일 선거법은 선거 운동과 관련된 규정이 거의 없는 반면 제18조부터 제29조까지에 지역 선거구 입후보와 정당 후보자 명부 작성 등에 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선거권은 만 18세 이상의 국민들에게 부여된다. 이번에 실시되는 총선의 선거권자는 약 6,150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그 중 여성은 약 3,170만 명, 남성은 약 2,980만 명이다.
2013년 총 선거권자가 6,190만 명이었던데 비하여 2017년에는 선거권을 가진 사람의 수가 줄어들었다. 지역별로 선거권자가 많은 주(州)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주 (1,310만 명), 바이에른(Bayern) 주 (950만 명), 바덴-뷔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주 (780만 명) 순으로 나타났고, 선거권자가 적은 주는 브레멘(Bremen) 주 (50만 명), 잘란트(Saaland) 주 (80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1) 혼합식 선거제도, 인물화 된 비례대표제
독일의 연방 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단순 다수대표제와 주(州) 명부에 의한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를 병행한 제도이다. 독일의 연방 하원 정원은 598명인데, 경우에 따라 의원 정수는 늘어날 수 있다. 전체 의석 가운데 299석은 단순 다수대표제 방식으로 선출되고, 299석은 주(州) 단위로 작성된 정당 명부에 따라 비례대표제로 선출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독일의 선거제도를 ‘혼합형 비례대표제도’, ‘인물화 된 비례대표제’라고 칭한다.


2) 당선자 결정 방식
선거권자는 투표용지의 두 곳에 기표한다. 단순 다수대표제로 선출하는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제1투표(Erststimme)라고 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을 제2투표(Zweitstimme)라고 한다. 제1투표에 따라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당선된다. 또한 제2투표의 득표율에 따라 수학적 방식을 통해 각 정당의 총 의석수가 정해진다.2)


3) 초과 의석
제2투표 결과에 따라 각 주에 배정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제외한 잔여 의석은 정당 명부 순서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에게 할당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에 배정된 의석수를 초과하여 당선자가 발생하더라도 모두 당선자로 결정된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598석으로 규정되어 있는 연방 하원 의석수 보다 당선자 수가 많아질 수 있다. 이 때 규정된 정원을 넘어선 의석을 초과 의석(Überhangsmandete)이라고 한다.3)


4) 보정 의석
보정 의석은 2013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었다. 보정 의석은 초과 의석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제2투표의 정당득표율과 정당별 최종 의석 배분 비율이 유사하도록 의석을 부여하는 것이다. 보정 의석은 높은 비례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의원정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문제점 또한 가지고 있다.


5) 진입장벽 (Sperrklausel) 4)
진입장벽은 연방차원에서 제2투표에서 5% 이상을 획득하거나, 제1투표에서 지역구 후보가 3명 이상 당선되어야 정당별 의석 배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는 정당의 난립을 방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의회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진입장벽이 기본법 제38조에 근거한 평등선거 원칙과 기본법 제21조에 근거한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의 변화
최근 몇 년간 독일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독일의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초과 의석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독일 선거제도에 있어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초과 의석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독일은 2009년 의석 배분 방식으로 헤어-니마이어 방식 대신 생라그/쉐퍼스 방식을 도입했다. 생라그/쉐퍼스 방식의 도입을 통해 초과 의석의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고, 득표수의 증가가 의석수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득표의 영향’ 또한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근래 독일 선거제도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08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선거법의 초과 의석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고, 2011년 연방 하원은 해당 조문을 개정하였으나, 개정 조문도 2012년에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연방 하원은 2013년 연방선거법을 개정하여 기존의 주(州)별 의석할당 방식을 정당별 투표수 기준이 아니라 유권자 수 기준으로 개정하였고, 각 주(州)간의 의석 배분 연계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였다. 즉 의석 배분의 순서를 정당-주(州) 순서에서 주(州)-정당 순으로 바꾼 것이다. 또한 초과의석으로 인한 득표율과 의석율의 불비례성을 보완하기 위해 보정 의석 제도를 도입하였다.

▲독일 하원위원 선거제도의 특징
▲독일 하원의원 선거제도 (그래픽 원출처:위키미디어/2차가공: 김미소)

2013년 독일 하원의원 선거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2013년 9월 22일에 독일 연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이 선거 결과에 따르면 기민당(CDU)이 255석, 기민당의 바이에른 지역 파트너 정당인 기사당(CSU)이 56석을 얻어 기사-기민 연합이 총 311석을 차지했다. 사민당은 193석을 얻었으며, 좌파당은 64석, 녹색당은 63석을 확보했다. 자민당(FDP)은 제2투표인 정당투표에서 4.76%의 득표율을 보였으나 5%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여 창당 이래 처음으로 원내진출에 실패했다. 2013년 연방 하원 선거의 특징은 주(州) 유권자 수를 중심으로 한 의석 배정과 보정 의석의 채택이다. 이에 따라 초과 의석이 상당수 줄어든 결과가 나타났다. 생라그/쉐퍼스 방식에 따른 의석 배분에 초과 의석을 추가한 결과 정당 명부 득표율과 배분 의석 비중 사이에 약간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다시 정당 명부 득표율과 유사하도록 보정 의석을 부여한 것이다.5)

▲2013년 독일 총선 결과:정당별 득표율과 의석수

▲2013년 총선결과: 정당별 득표비율, 최종의석 비율 등

우리나라와 일본은 병립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1인 2표제를 통해 1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1표는 정당에 투표함으로써 25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의 표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들의 표는 사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자에게 전략적으로 투표를 기피하는 등 선거 과정에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제도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또한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 어렵고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하원의원 선거제도는 혼합형 비례대표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고, 단순 다수대표제를 통해 결정된 지역구 당선자로 먼저 의석을 채운 다음 잔여 의석을 정당 명부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는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제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정확히 배분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아울러 소선거구제가 가지는 사표 문제를 해소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16년간 최장기간 독일 연방 총리로 재임하며, 1990년 독일 통일에 지대한 공을 세운 헬무트 콜이 지난 6월 16일 8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오는 9월 24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에서 독일 국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현재 독일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이 헬무트 콜 전 총리에 이어 최장기간 독일의 총리로 재임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다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 독일 총선에 세계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1) 이 글은 이종희 (2017), “독일의 비례대표제도”, 선거연수원 비공개 논문의 내용임을 밝힌다.
2) 2009년까지는 의석수 산정에 헤어-니마이어(Hare-Niemayer) 방식을 사용했으나, 2009년부터는 생라그/쉐퍼스(Saint Laguë/Schepers)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생라그/쉐퍼스 방식은 2011년까지 연방선거법을 개정하라는 독일연방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도입되었다.
3) 이러한 초과의석제도는 단점도 있다. 거대정당의 지지율이 낮아질 경우, 초과의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표의 등가성을 침해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4) 진입장벽은 저지규정, 봉쇄조항이라고도 칭해지고 있다. 

5) 홍재우, 2013. “독일 선거제도의 연대기: 제도적 진화의 정치”, 『유라시아 연구』, 제10권 제4호 (통권 제31호). pp.105-108

《자료 출처》
(1)김종갑, 2017. “독일의 선거제도 개혁논의와 한국에의 시사점”, 『이슈와 논점』, 제1283호, 국회입법조사처.
(2)이두하·장지연, 2013. “독일의 연동형 혼합선거제 도입 검토”, 『법과 정책』, 제19집 제2호, 제주대학교 법과정책연구소. pp. 307-328.
(3)이상명, 2015.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선방안”, 『법학논총』, 제32집 제4호, pp. 1-22.
(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2016. 『2016 해외연구관 보고서』
(5)홍재우, 2013, “독일 선거제도의 연대기: 제도적 진화의 정치”, 『유라시아 연구』, 제10권 제4호 (통권 제31호). pp. 87-113.
(6)http://www.bundestag.de (검색일, 2017년 6월 23일)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