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중적인 대남 행태는 평화통일에의 암적(癌的) 요소

강석승 미래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입력 : 2017.09.28 15:26
강석승 미래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북한의 대남 행태는 분단 7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화전양면(和戰兩面)적인 성향을 매우 짙게 나타내고 있다. 저 멀리는 민족상잔의 대 비극이었던 6·25전쟁 발발 이전부터 그 노골적인 양태를 보였던 바,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김일성의 ‘전 한반도의 공산화 혁명’ 달성을 위한 1949년 말의 모스크바 방문 은폐를 위한 남북한 대화 제의였다.
당시 김일성은 구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스탈린으로부터의 남침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이런 “겉 다르고 속 다른” 행보를 보였던 것이며, 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초에도 남북한 간 대화 제안을 내놓은 후 비밀리에 모스크바를 재방문하였던 것이다. 이런 북한의 이중적 행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장(僞裝) 평화공세(平和攻勢)’의 전형적인 사례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이런 양면성의 본질은 추호도 변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이후에 이어진 북한의 ‘청와대 기습사건’(일명 1·21사태)과 크고 작은 도발 사건의 배후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교묘한 흉계’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김정은이 집권하고 있는 작금에 이르러서도 변함없이 그 본질적 속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에서는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 특히 동북아의 긴장을 촉발할 수 있는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반 평화행위의 무모성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대화와 협상의 광장”에 나올 것을 거듭 촉구해 왔다. 특히 지난 5월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 맛이 난다”는 말처럼 이전 정부와는 달리, 정부 요직의 인사나 주요 정책을 새로운 차원에서 수립하고, 또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경색 국면에 처해있던 남북한 관계를 풀어 나가기 위해 매우 전향적인 입장과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지난달 6일 문대통령이 독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밝힌 이른바 ‘신 베를린선언’으로 불리는 ‘대북 구상’으로, 이 연설에서 “오는 10월 4일 민족 최대의 민속 명절인 추석이자 ‘10·4선언’ 채택 10주년인 추석을 기해 남북한 간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그리고 정전협정 기념일인 7월 27일을 기해 휴전선 일대에서의 남북한 간 적대 행위를 중지할 것” 등을 북한에 제안하였다.

그리고 이런 대북 구상의 후속 조치로 북한에 대해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남북 적십자 회담을 판문점에서 각각 열자”는 제안을 하였다. 이런 제안을 통해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 이래 전면적으로 중단되어 있는 남북한 간 접촉과 교류, 협력을 전격적으로 재개하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내고자 힘쓰고 있다.

이런 남측의 제안이 북한 측에 의해 받아들여진다면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남북이 회담 탁자에 마주 앉는 계기가 될 것이며,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다시 열리게 되는 결정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정부의 대북 제안 이전에 “화성-12호, 북극성-2형” 등 중·단거리 미사일을 다섯 번째 발사하는 가운데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과 교류를 위한 ‘접촉 승인’을 거부하는 등 아직까지는 나름대로 ‘관망적 입장과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
특히 정부의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승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사의 ‘논평’(6.12)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기초인 6·15공동선언부터 먼저 이행하라”는 요구를 함으로써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궤변(詭辯)을 늘어놓았다.

이후에도 북한은 로동신문 등 각급 관영 매체를 통해 “현 남조선 당국이 한편으로는 북남 관계 개선을 운운하면서 다른 편으로는 미국의 반공화국 압살 책동에 편승하고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민화협’ 대변인의 담화에서는 일면으로 “지금 온 민족이 북남 관계에서 극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자주 통일, 평화 번영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기를 그 어느 때보다도 절절히 바라고 있다”는 공감(共感)의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밑에 자주 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기 위한 가조적 투쟁에 힘차게 떨쳐나설 것”을 촉구하는 이중적인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북한의 이중적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이나, 새 정부에 대한 북한 당국의 남북 관계 개선에 임하는 입장과 자세는 불원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이 처하고 있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는 ‘제2의 고난의 행군 시기’라 명명(命名)될 정도로 그 정도가 매우 심하며, 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 위기가 자칫 정권 자체의 궤멸을 초래할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대내적으로 주민들의 실생활은 400여 곳에 장마당이 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간의 간극(間隙)이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앙집권적 계획 경제’를 특성으로 하는 북한의 이른바 ‘배급 제도’는 평양과 일부 도시의 ‘고급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끊어진 지가 오래일 정도”로 붕괴되었고, ‘주체 농법의 실패’와 ‘핵·경제 병진 노선’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여파는 국가경제 전체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김정은의 “견장 정치 등 공포 통치”는 권력 핵심들에게 일말의 불안감을 자아내게 하는 가운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차원에서의 국정 수행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정상 국가’로서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외 면에 있어서도 잇따른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제재결의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압박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자초(自招)할 만큼 “매우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특히 “전통 계승과 선린 우호, 미래 지향, 협조 강화” 등 이른바 ‘16자 방침’으로 대변되는 중국과의 관계는 과거 ‘혈맹국’으로서의 관계를 벗어나 날이 갈수록 불편하게 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지금 처하고 있는 상황은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렇듯 북한이 처하고 있는 대내외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이나 대안(代案)은 우리로부터 얻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 입지(立地)가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멀지 않아 ‘화해와 구원의 손길’을 뻗어올 것으로 예견된다.

다만 우리로서 유념할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접촉과 교류, 협력에 있어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전면적 이행 실천”을 빌미로 하여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중단, 북방 한계선(NLL)의 포기, 5·25조치의 전면 해제” 등과 같은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요구는 “버선목을 보여주거나 두부모를 단칼에 자르는 것”과 같이 일거(一擧)에 결정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론 등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보인다.

결국 지금 북한이 남북한 관계 개선과 관련하여 나타내고 있는 이런 이중적인 행태와 비난은 남북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하고 민간단체와의 접촉을 통해 방북을 수용함으로써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시너지 효과를 거양하는 가운데 산적한 남북한 간 현안(懸案)을 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평화통일의 암적(癌的)인 요소로 작용해 왔던 과거의 이중적 행태를 과감하게 버리고 오랜 기간 동안 끊어졌던 남북한 관계가 다시금 복원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화답(和答)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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