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RM 영어 선생이 왜 ‘프렌즈’여야 하는가?

[오쌤 칼럼]

머니투데이 더리더 오승종 대충영어•중국어 대표입력 : 2018.01.03 10:07

▲오승종 대충영어•중국어 대표
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하는 길에 엘렌쇼에 출연(11.27)한 영상을 보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 미국의 톱클래스 엘렌쇼에 참석하는 것이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특히 영어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가 처음부터 궁금한 터였다.

사회자 엘렌이 방탄소년단 리더인 RM에게 영어를 어떻게 공부했냐고 묻자 RM은 독학을 했다면서 자신의 영어 선생이 미드 ‘프렌즈’라고 말했다. 자신이 14~15살 때 어머니가 ‘프렌즈’ DVD 시리즈를 사줘서 그것을 통해 영어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RM은 엘렌의 몇 개 어려운 질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질문을 소화하면서 방탄소년단의 통역 역할을 아주 잘해냈다. 다른 팀원들도 영어를 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함께 한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국의 영어 교육은 어디로 가고 ‘방탄소년단 RM의 영어 선생이 프렌즈여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다른 멤버들도 영어를 잘할 수는 없는가? 옛날과 달리 요즘은 영어 공교육이 초등학교부터 시작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보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접한다.


교육으로 유명한 유대인들은 모국어를 습득한 후인 9살에 영어를 배우고 10살에 제2외국어를 배운다는 말도 있다. 어린이들은 천재적인 언어 습득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같은 우랄알타이어족이며 교육 경쟁력 세계 1위, 영어 말하기 3위 국가로 알려진 핀란드는 1990년대에 이르러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의 문제점을 깨닫고 문법과 시험을 없애고 교실에서 듣고 말하기 교육을 통해 국민의 70%가 영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영어는 수학이나 과학처럼 고도의 지능이 필요한 학문이 아니다. 그래서 영어를 도구 과목이라고 한다.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인데 이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다만 한국인에게는 가장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에 속하기 때문에 슬기롭게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매년 영어에 10조 원 이상을 쓰고 있는 한국의 영어 말하기 실력은 2009년 토플을 주관하는 미국 ETS 자료에 의하면 소말리아나 우간다보다 못한 121위라고 한다. 핀란드는 1990년대에 ‘영어 혁명’을 통해서 거듭났지만 한국의 영어 교육은 아직도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아직도 초등학생들이 동네 학원에서 영어 단어를 100개씩 외우는 것을 보면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곤 한다. 기존의 구시대적인 교육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영어 혁명’을 해야 한다. ‘영어 혁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법과 이론에 집착하는 부질없는 시험만 없애도 가능한 것이다.


어린이들은 천재적인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공교육으로도 충분히 영어를 잘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들은 물론 모든 한국인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공교육을 통해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영어 혁명’을 하자. 그래야“내 영어 선생님은 ‘프렌즈’입니다”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또 생기지 않을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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