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찌든 아이들..."15세 이후 '번아웃' 된다"

[대한민국을 진단하다-(2)교육분야]효과 없는 사교육, 학부모 자성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8.03.12 10:06
편집자주머니투데이 <더리더>에서는 ‘대한민국을 진단하다’라는 코너로 6개월간 각 사회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질적인 진단을 한다. 2월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정치, 교육, 외교, 안보, 문화의 세계적인 흐름과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읽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편집자

3월 신학기를 맞아 대한민국 교육분야에 대한 현주소를 점검하고 교육개혁의 방향을 진단했다. 대담은 2월 22일(목)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진행됐으며 국회 4차 산업혁명포럼 공동대표인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반상진 전북대학교 교육학 교수가 참석했다. 진행은 <더리더>의 임윤희 기자가 맡았다.

*박경미 의원(이하 박), 반상진 교수(이하 반), 임윤희 기자(진행)으로 표기한다.


▲공교육 정상화 문제


-진행: 공교육 정상화 문제도 이야기해보면 예전에는 국영수 위주로 사교육을 진행했다면 지금은 예체능까지도 사교육 열풍이다. 줄넘기에 악보 보기, 공 던지기까지 배우고 있다. 과연 사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보나


▶반: 교육학자들이 사교육이 학업 성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굉장히 연구를 많이 한다. 아직까지는 사교육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중학교까지는 미미한 영향을 주지만 고등학교까지는 영향이 없다. 그 이유는 사교육은 선행학습을 통해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면 선행학습이 아니다. 자기주도학습이다. 이런 결론을 볼 때 사교육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설명하듯이, 남들이 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동조현상의 사회심리적인 역기능 결과지 사교육 효과는 사실 미미한 것이라고 본다.

▲대담을 하고 있는 박경미 의원/사진= 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박: ‘영화관에서 일어나서 영화보기’라고 말하고 싶다. 편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면 되는데 첫 줄이 일어나면서 다같이 힘들게 일어나서 영화를 보는 양상이다. 국영수뿐 아니라 예체능까지 사교육화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공립 대학교를 보내봐서 어떤 사교육 양태가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줄넘기 과외도 있고 일요일 아침에 농구 자유투도 한다. 10개 던져서 몇 개 넣었나 이런 걸 점수화하는 것은 교사들 역시 각성해야 한다. 예체능은 정말 즐겁게 친구들과 협동하고 공감하고 이런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사교육 ‘카더라’가 지나고 보면 효과가 없다.


-진행: 효과가 없다면 어떤 방향으로 공교육 정상화로 가야 하나


▶반: 정부는 사교육을 없애기보다는 정상적인, 애들이 학교를 즐겁게 여기도록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노벨경제학자인 시카고대 경제학과의 Gary Becker 교수는 미국이 PISA나 TIMSS(국제학력비교)에서 한국, 일본, 싱가폴 등의 국가에 비해 뒤처져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언급한 바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 국가의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까지는 학력이 상승하지만, 정작 대학 입학 이후에는 학력이 하향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고등교육단계에서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다”고 주장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뼈가 아픈 지적이다.


대한민국의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이 새벽까지 학원 다니고 두세 시까지 졸면서 공부하지만, 정작 대학 가면 새벽까지 매일 공부하는 학생이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무한경쟁으로만 내몬 교육제도는 결국 정치권이 만들었다. 제도에 의해서 애들이 희생되는 상황이라면 제도 개선을 통해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


▶박: 부가 설명을 드리면PISA는 만 15세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고, PIAAC(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는 국제성인역량조사다. 거길 보면 만 15세까지는 우리나라가 상위권인데 그 이후에는 평균 이하로 떨어진다. 대학 갈 때까지 반짝했다가 하향곡선을 그린다. 심각한 것은 국제비교연구에서도 확연히 나온다. 대학 이후 성인 전체에 걸쳐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연구 결과에도 나온다.
만약 다시 아이를 초등학교에 들여보낸다면 책을 많이 읽히고, 책 읽고 토론하는 학원 하나 정도 보낼 것 같다. 나머지는 다 공교육으로 된다.


사교육을 너무 시키면 아이들이 ‘번아웃’ 된다. 제대로 뛰어야 할 때 못 뛴다. 선행학습을 안하고 오는 아이들이 없으니까 선생님들이 기초부터 가르치질 않는 것도 문제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도 결국은 사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사교육 시장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교원은 학생의 선행학습을 전제로 수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렇게 기초부터 교과서대로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진행: 사교육 하면 영어를 빼놓을 수 없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와 관련해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엄청났다


▶박: 사실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 폐지는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이 점에 대해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폐지와 관련한 공교육 정상화법은 2014년 9월 나왔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교과 과정으로 들어가니까 1, 2학년이 방과후 영어를 하는 것은 선행학습으로 인정되어 그 당시에 3년 반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아이들이 저렴하게 1/3가격에 영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사설로 옮기려니 많은 비용이 든다”, “100만원 이상 고가 사설 영어유치원은 내버려두면서 소박하고 저렴한 방과후 교실을 왜 규제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교육부가 초등학교에서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기로 결정할 때, 그 시기가 적기라는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해서 정한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법에서 역시 방과후 영어 역시 1,2학년에선 금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아 시기부터 영어를 놀이로 배우며 편하게 접하게 하고 싶은 학부모들의 수요가 있고, 실제로 어린 나이부터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현실 역시 교육부가 고려해서, 정책을 도식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담을 하고 있는 반상진 교수/사진= 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반: 정책적인 측면과 수요자의 학부모와의 괴리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치공학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가 확실하다. 사교육 팽창은 죄수의 딜레마게임이 적용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따라가고 또 그 심리를 이용해서 학원들은 불안마케팅을 한다. 사실 교육적으로는 무의미하다. 영유아기에 영어를 배운다고 실력이 향상된다는 연구보고는 없다.


영어 몰입교육이 주는 또 다른 문제는50%의 학습량이 영어, 수학으로 집중돼 과목별 불균형 심화로 학습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거다. 그리고 영유아의 지적 성장 발달에 조기 영어교육이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실증적으로 규명되어야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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