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찬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 위원장, “시장변화에 뒤처진 규제 개혁”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걸다]과도한 의무 부과는 풀고 공정경쟁 위한 규제는 보완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임고은 기자입력 : 2018.04.12 14:12
정부는 규제개혁 신문고 제도를 부활해 각종 규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논의는 적은 편이다. 그것도 수동적이다. <더리더>에서는 선제적으로 사회에 자리잡은 각종 규제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보기 전에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들을 만나 각종 규제와 그 해결 방식에 관해 먼저 진단하기로 한다. 

첫 번째 주인공으로 4년째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전의찬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장을 만났다.

세종대학교에서 환경에너지융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전 위원장은 기후변화센터에서 개최한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 시상식’에서 개인부문 상을 받은바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위원회의 역할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규개위는 각 중앙행정기관의 당초 의도와 달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규제가 신설•강화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한편,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당연직 8명과 위촉직 17명으로 구성되는 규개위는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차에 한해 연임이 가능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위촉직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한다.
개인적으로 정부의 여러 위원회 에서 활동한 바 있는데, 규개위는 그중 가장 독립적이고 민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미리 만들어 놓은 자료를 가지고 토론하는 데 그치지만 규개위는 규제조정실에서 올린 안건을 예비심사에서 미리 검토하고, 이후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하고 해당 부처의 국장급 배석 하에 질의한 후 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다. 최종 결정은 거수투표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장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보장한다고 본다. 또 규제조정실 담당자들도 열심히 해서 규제조정실에서 만든 검토안 내용도 상당히 충실하다.
규개위에서 2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하게 되었을 때 기분이 좋더라. 다른 위원들도 한결같이 보람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만큼 운영이 잘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각 정부마다 활동해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 정부뿐만 아니라 전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기업규제 대못을 뽑는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2시간 예정이었던 규제장관회의가 몇 시간이나 이어져 밤 9시에 끝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규제개혁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규제들이 공론화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규제개혁이 성공했다는 말을 아직까지 듣지 못할까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규제라는 것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데, 특히 규제를 둘러싼 이해관계 갈등이 규제개혁을 통해 표면화하면서 찬반 논란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기존 규제를 바꾸거나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는 반대편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게 어렵다. 과학적 조사를 충분히 하고, 왜 바꾸어야 하는지 설명이나 근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굉장히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업무량에 비해 인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 규개위는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먼저 이슈를 던지는 능동적인 구조가 아니라 올라오는 안건 위주로 심사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을 주도적으로 드라이브하기엔 부족하다. 상근 위원이 없어 비상근 위원들만으로 구성돼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외에도 규개위에서 낸 안건이 여러 부처의 규제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부처 간 칸막이도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다루고 있는 영역이나 목표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규제개혁 실천에 걸림돌이 되는 실정이다.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장으로 2016년 5월부터 2018년 4월 10일까지 활동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처음 2년, 연임으로 2년 이렇게 4년을 역임했다. 규개위는 본위원회와 분과위원회가 있다. 분과위원회는 위원회 업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경제•행정사회로 나눠서 설치, 운영한다. 분과위에서 상정한 안건은 내용의 특수성,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위원장이 결정하는데, 여기서 심의•의결된 것은 위원회의 심의•의결로 간주된다.
매월 둘째와 넷째 금요일 본회의 개최 후 분과위 회의를 개최하고 특이 사항이 있는 경우 사전에 공지하기도 한다.
행정사회분과위는 경제분과위가 다루지 않는 것을 담당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100대 국정 과제에 ‘민생과 혁신을 위한 규제재설계’가 포함돼 있어 앞으로 규제분야에 더 활발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언을 통해 식수로 쓰이는 다목적댐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규제조정실에서 안건을 냈을 때 일부 부처에서는 반대했다. 다목적댐의 물은 식수로 쓰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하수도에 관련 재료를 쓰면 상관이 없지 않겠냐고 의견을 내서 합천댐, 보령댐 등에 수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었다.
규제개혁위원회 임기 중 현장 조사를 직접 나가기도 했다. 주택법 시행령과 관련해 단열 강화나 외단열 등에 관해 전문가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관련 부처 및 전문가들과 소위원회를 여러번 개최하였고, 그 결과를 규개위 민간위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서 전문성 강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자부한다. 

-활동하면서 느끼는 현장에서의 걸림돌이라면
▶많은 규제를 담은 의원입법 발의 통과 숫자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고 정부입법에 비해 규제 영향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신설 강화되기 쉬운 상황이다. 정부입법의 경우 규제영향분석,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등 다양한 검토단계를 거쳐 합리적 규제 대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 반면, 의원입법의 경우 규제영향분석 등이 없이 발의하여 다수의 규제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정부의 의지가 규제개혁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 논의됐던 안건 중 하나인 유연탄 석탄 민원 문제의 해결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업체에서 다량으로 사용되는 석탄은 야외에 야적할 수밖에 없는데 돌풍이나 태풍이 불면 석탄 가루가 날려서 민원이 많았다. 환경부에서 석탄을 옥내에 저장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올렸다. 하지만 규개위원장과 포스코, 현대제철 등을 방문해 물어보니 옥외 저장에서 옥내 저장으로 옮기는 데 조 단위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었다. 실제 옥내 저장소로 규제하는 나라는 소수이고 필요성보다 비용이 과도하게 들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었다. 그래서 새로 연료 저장시설을 지을 땐 옥내로 하고 기존의 옥외 저장시설은 규제하지 않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그러나 이번 정부 들어서 환경이나 에너지에 신경을 쓰니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기존 저장시설까지 옥내 시설로 넣겠다고 했다. 이전에는 불가했던 것이 정부가 바뀌면서 스스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보니 정부의 의지에 따라 현장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후와 환경 분야는 급성장으로 인한 폐해가 가장 심각한 분야다. 반대로 각종 규제가 가장 활발한 영역이다.
▶정부의 많은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규제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주 업무가 규제다. 그런 규제를 함에 있어서 정당성, 타당성에 대한 연구나 자료가 있어야 하고 당위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까지는 규제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설득없이 규제가 결정되는 경유가 많았다. 앞으로는 좀 더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이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고 환경도 발맞춰 급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실질적으로 심각한 문제인데 이를 심각하게 느끼는 국민은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국민에게 문제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환경부나 주관부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후 분야에 주요 규제는 어떤 것이 있나
▶선출직 단체장은 좋은 점도 있지만 표를 의식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대책은 실질적으로 상당히 조적적인 목표이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을 6% 정도로 보는데 이 중 약 40%는 수력과 폐기물이고 40%는 우리가 소위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재생에너지다. 폐기물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비중에 약 4%에 불과하다.
이걸 20%까지 올리려면 발전 태양광이나 풍력에 대한 시설 용량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지자체의 조례 제정으로 지주나 관련자 도장을 받으러 다녀야 한다. 반대하는 사람도 많고 이렇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 3020’은 어려울 것이다. 정부 방향성과 지역 조례안이 하나로 움직여야 하고 그에 따라 국민까지 모두 합의해줘야 가능하다.
정부 정책의 방향이 옳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해외 사례처럼 태양광발전협동조합이나 풍력협동조합에 주민이 참여해서 사업 승인이 나도록 한다든지 해야 한다. 조례로 하면 법으로는 안 보여도 한계가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기준을 강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로 에너지 주택의 경우 주택법에 보면 단열강화 규정이 나온다. 단열을 강화하면 주택산업협회에선 반발한다. 기술적으로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규제를 해줘야 기업들이 따라온다. 제로 에너지는 화석연료를 안 쓰고 태양광만을 가지고 냉•난방을 하는 기술인데 비용은 30% 정도 더 든다. 만약 법에 넣으려고 하면 관련 단체들이 심하게 반대할 것이다. 원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저항이 강하다.

-4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꼭 개혁해야 할 사회 전체적인 숙제가 있다면
▶우리나라 정부의 많은 정책, 대책, 입법 과정은 대부분 톱다운 방식이다. 이해당사자들은 자신의 이득만 이야기한다.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고 상대의 의사를 수용하거나 합일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좋은 예가 됐다. 한 주제에 관해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토론한 결과를 정부가 수렴하는 과정이 새로운 정책 주진 방향을 보여줬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었다. 모든 정책을 이렇게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게 숙의민주주의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비슷한 예로 일본에는 에너지환경회의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내 에너지 시스템을 되짚어 보기 위해 생겼다. 3개 분과위원회가 있는데 원전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원전 발전 비율을 축소할 것인가 확대할 것인가, 온실가스 감축대책을 더 강하게 할지 등에 대해 국민 10만 명에게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물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대책을 만들 때 해당 분과위원장도 모르게 한 곳에서 결정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정책은 시행하는 데 저항이 크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고 명분을 갖지도 못한다.
신고리 공론화 위원회도 그런 면에서 보면 굉장히 잘됐다고 본다. 아주 중요한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또 그 이야기를 국민이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이같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의 의견을 듣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규재개혁위원회의 향후 과제는
▶규개위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해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낡은 규제, 국제기준에 비해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또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는 보완•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규제심사 및 규제개선 과정에서 기업관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공청회를 열어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 소위원회에는 19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데 소위원회 활동을 좀 더 강화해서 전문성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있는 제도 중 좋은 것은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특히 규제 비용평가와 규제영향 평가는 매우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 현장 답사는 테크니컬한 면인데 사안에 따라서는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무인비행장치나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등 융합, 신산업을 기존의 법령의 잣대로 재단하거나 시장변화 속도에 뒤처진 규제는 적극적으로 정비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나 현실에 동떨어진 낡고 고질적인 규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전의찬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 위원장
現 세종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석사, 박사 
세종대학교 공과대학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세종대학교 대학원장
한국기후변화학회 회장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분과위원장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임윤희, 임고은 기자 yunis@mt.co.kr
imgo62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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