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로 가르쳐야

[李達坤(이달곤)의 思政慢文(사정만문)]

가천대학교 이달곤 교수입력 : 2018.06.06 08:00
▲李達坤(이달곤)의 思政慢文(사정만문)
2월 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중등학교 집필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보다는 자유를 뺀 ‘민주주의’로 하는 정책연구진 안을 발표했다. 2009년, 2013년 정권이 바뀌고 교육과정이 개편되는 시점에서 등장하던 이슈다. 좌파와 우파 진영 사이에 대립과 다양한 논쟁이 있었다. 상반기 안에 정부안이 나오면 논쟁이 또 뜨거워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일반기술 수준이 됐다
이제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초등학생들도 이해하는 일반개념이 됐다. ‘컴퓨터’와 같이 일반인이 모두 사용하는 일반기술(general technology) 수준이 된 셈이다. 그래서 이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한국의 정치이념과 체제를 설명할 때 단순한 민주주의를 넘어서, 어떤 성격의 민주주의를 하게 됐는가를 설명할 필요가 생겼다.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정치이념과 민주주의 정부 형태를 함께 실현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정치이념마다 민주주의의 해석이 다르다
민주주의는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정부다. 하지만 사상사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 간에는 해석이 달라진다. 주요 정치이념을 동그라미 위에 배치하면, 가장 아랫부분 중립적 위치에 자유주의가 있다. 그 오른쪽에 보수주의, 그 왼쪽에 사회주의가 있다. 사회주의 위쪽에 공산주의가 있다. 그리고 자유주의와 가장 대치되는 곳에 파시즘이 위치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민주주의를 존중하지만 다수의 횡포로부터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또 전통적인 제도들을 보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인민의 참여에 의한 급진적 민주주의를 지지한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자본가 민주주의라고 비판하면서 경제활동을 통제하려고 한다. 파시스트들은 전체적 민주주의(totalitarian democracy)를 이상으로 품으며, 진정한 민주주의는 절대적인 독재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자유주의자들은 개인주의적인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이해한다. 투표에 의한 동의가 중요하며, 정부는 항상 선거를 통해서 경쟁해야 하며, 권력의 남용은 견제돼야 한다. 그리고 항상 다수의 폭압을 방지하기 위해서 헌법적인 틀 위에서 통제돼야 한다. 자유주의자들도 자유와 평등을 똑같이 중요시하고, 시민권, 민주주의, 세속주의, 양성평등, 국제주의, 그리고 표현, 언론, 집회, 결사, 종교, 시장(market)의 자유를 지지한다.

◇자유주의 옷자락은 좌우가 넓다
자유주의는 농노나 노예제도를 반발하면서 생겼다. 1920년대까지는 절대적 통치를 반대하고 유산자들의 특권을 부정하였기에 전통보수주의자들과 대립했다. 그러나 개인의 가치를 수용하지 않는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등장하면서 곧 그들과 대립관계를 이루었다. 세계대전에서 민주진영이 승리를 거두면서 자유주의는 서구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자유민주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자유에 대해서는 어떤 이데올로기를 가졌는가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진다. 무정부주의자들은 자유를 어떠한 정치적 정당성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본다. 그들은 적극적 자유를 지향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의미의 자유가 창의적 노동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기 충족감을 구현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적극적 자유가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데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자유가 사회적 유대감 직조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미미한 지지를 보인다. 그러나 신우파들은 시장에서의 선택의 자유와 관련하여 규제가 없는 소극적 자유를 지지하고 있다. 파시스트는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유란 자발적으로 복종의 길을 걷고, 국가공동체에 개인을 흡입시키는 데서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고 본다. 다양한 개인의 판단을 체제의 의지보다 앞세우는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룬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사상과 신조를 포용하는 자유주의라고 하더라도 전체주의로 개인의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와 파시즘을 용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유주의나 민주주의는 자신을 부정하는 이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장치를 현실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상과 혼돈하지 않고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반드시 민주주의 앞에는 자유주의라는 상위의 가치를 추가할 때 그 의미가 분명해지고 다른 민주주의와 구분이 가능해진다.자유주의의 진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극적 정통 자유주의와 적극적 현대 자유주의를 비교해봐야 한다. 전자는 억압이 없는 소극적 자유를 기반으로 개인의 책임과 경제적 자유를 강조하는 데 비하여 후자는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하는 적극적 자유를 기반으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자유주의를 주창한다. 
또 전자는 최소국가와 자유시장경제를, 후자는 부여하는 국가와 관리된 경제를, 그리고 전자는 안전망으로서의 복지를, 후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를 지향한다. 현대 자유주의는 사회자유주의(social liberalism)나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의 성격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도에 위치시키지만 미국에서는 좌파로 인지한다. 물론 자유주의는 낙관론에 차 있는 경우도 있고 심각한 도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20세기 말 공산주의가 패망하자 자유주의에 대한 낙관론이 세차게 일어났다. 냉전 종식으로 자유주의적 평화가 주창되고 공산체제 국가의 변신 이후 나타난 국가에서나 신흥국에서도 자유주의가 대세를 이루어 지구적 자유주의(global liberalism) 시대를 거론하게 됐다. 하지만 불평등과 사회적 파편화, 그리고 좌파들이 지적하는 부의 집중을 초래한 초자본주의(super capitalism) 등으로 자유민주주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동, 아프리카, 남미,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비자유주의적 사상과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개인주의와 전제적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결합된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19세기까지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를 위험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대중의 이름으로 제약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온다. 특히 다수결주의(majoritarianism)는 기본적으로 다수가 소수의 우위에 서며 또 소수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할 때 개인의 자유는 희생될 여지가 커진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 정체가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투표권이 무산자에게까지 확장되고 정치적 참여의 다양한 방안이 실현되면서 다수의 횡포보다는 의견의 균형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합의 형성과정에 민주주의가 절차적으로 유의함을 경험하고서는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유동적인 현대사회의 여러 양상을 수렴시키는 데는 민주주의가 결정적인 작용을 함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또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정부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소수자와 무산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게 됐다.

◇중등과정에서 사회민주주의를?
한국을 자유를 뺀 민주주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고등학교에서는 민주주의를 넘어서 자유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교과서에서는 역사적 맥락으로서 민주주의가 활용되고 있는데, 좀 더 분명하게 사회주의가 아닌 자유주의를 추가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둘째, 자유를 넣으면 민주주의가 주창하는 평등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의미를 한정하면서 대결적 뉘앙스를 가지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자유주의에도 평등과 자유는 같은 비중을 가진다. 
또 자유를 넣어 한 단계 높은 정치체제를 설명할 단계라고 본다. 셋째, 사회민주주의가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문제는 심각한 사안으로 사회적 논의가 한층 더 진전돼야 한다. 사회 주요 제도의 헌법정신의 변화가 있은 다음에야 중등학교의 교과서에 올릴 수 있는 문제다.

이달곤 교수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책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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