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연습 및 훈련’ 유예(Suspend)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입력 : 2018.07.02 13:01

군(軍)은 평화정착 마지막 순간까지 ‘군사적 판단’을 해야


북한의 체제보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려면 대남적화통일전략부터 포기시켜야


한미 국방부는 지난 6월 19일, 8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방어적 성격의 프리덤 가디언(Freedom Guardian)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suspend)하기로 했다며,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한다는 것은 그동안 진행해온 연습 준비의 날짜와 시간을 미루거나 늦추는 것으로 사실상 연습 시행의 일시적 중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청와대는 군사연습과 함께 시행해 온 정부연습 즉 훈련명 을지연습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고, 합참도 한국군 단독으로 시행해 온 태극연습마저 연기했다. 이에 따라 이미 연습 구상 단계에 있는, 2019년 봄에 실시될 예정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 훈련(FE)도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 국방부가 일각의 반발기류에도 불구하고 연습 및 훈련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것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이행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북중 혈맹관계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양국의 긴밀한 공조를 드러내어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을 볼 때,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의 유예조치가 한미의 의도대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진할 수 있는 통 큰 결단이 될지, 아니면 평화적 분위기에 도취된 나머지 균형을 상실한 결단이 될지 두고 봐야겠지만, 우려되는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군사적 관점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 군(軍)은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힘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적 판단을 해야 한다. 새뮤얼 헌팅턴은 국가정책에 대한 군의 관점은 오직 국가만을 보아야 하고, 국가안보에 대한 지속적 위협과 전쟁 가능성의 관점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며, 안보 위협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강조하고, 강력하고도 다양한 군사력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국가 간 약속은 안보적 관점에서 심사숙고하여 필요하다면 반대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헌팅턴의 말대로라면 한미 군 당국자들은 군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남북한 문제는 군사적 힘의 공존단계를 넘어, 평화정착을 위한 정치적 타협이 진행되는 중이다. 이는 힘의 공존단계를 넘어서지 않고는 평화정착으로 이행할 수 없다는 이론적 근거에 따른 것으로, 남북한은 6•25전쟁 이후 힘의 균형 유지를 위한 군비경쟁을 지속해왔다. 즉 힘의 균형이라는 군사적 생존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군비를 증강시켜왔고, 북한의 핵무장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됐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한과 미국은 힘의 공존 다음 단계인 정치적 타협에 속하는 평화정착단계에 진입하기 위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한미 국방부는 평화정착단계 진입 전에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의 일시적 중단조치를 취했다.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유도할 의도라고 하지만 스스로 힘의 균형을 깨버렸다는 점에서 위험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무리는 아닌 듯하다. 비록 군은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한미연합연습의 조기 중단 결정은 군(軍)이 지나치게 평화 분위기에 도취한 나머지 군사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둘째, 북한 체제 보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이다. 국가안보라는 관점에서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 중단 조치는 미국에는 별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한국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은 정치적으로 한미동맹의 근간이고, 군사적으로 성격상 북한의 전면전쟁 도발에 대비한 방어적 훈련이면서, 전략상 북한의 전쟁 의지를 억제하기 위한 현시전략이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한국군 전쟁지도능력 배양 및 숙달의 연습 목적도 있다. 연합연습 및 훈련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키리졸브(KR) 연습 그리고 독수리 훈련(FE)이 있다. 이러한 연합연습 및 훈련을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의 철회와 체제 보장 목적으로 중단한 것이라면 이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겠고, 단순히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위한 압박용이라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사력 제한조치를 취한 잘못된 판단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맨 나중에 써야 할 전략적 카드를 맨 먼저, 그것도 아주 작은 협상용으로 사용한 꼴이라는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동맹에 관한 인식이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연습에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한다면 연습 및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국가에 이익이라는 식의 언급을 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 아무리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당시만큼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사활적 이익의 가치가 크지 않다고 해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패권경쟁 중인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한 핵심 이익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인식과 그의 리더십에 의해 결정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중단은 미국에는 별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한국으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셋째,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려면 그들의 대남적화통일전략부터 포기시켜야 한다. 이는 김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 요인으로 신뢰 구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이 정권을 잡은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남적화통일전략을 바꾼 일이 없다. 2010년 9월28일 제3차 조선노동당 당 대표자회에서 개정 의결한 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 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데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북한에서 사회주의체제를 완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 한반도를 사회주의국가로 건설한다는 전략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한미동맹은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남적화통일전략을 추구하는 체제를 보장해 줄 이유가 없다고 본다.


차동길 교수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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