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정치론 : 연합정치와 거버넌스

[박상철교수의 정치클리닉]

경기대학교 박상철 교수입력 : 2018.08.01 10:25
한국정치에 ‘협치’가 정말 필요한 모양이다. 학술적으로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용어 중 하나가 협치 또는 거버넌스 등인데 한국정치 해법의 중심에 와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외적인 현상인줄 알았던 여소야대 정국이 자주 반복되고 심지어는 보수ㆍ진보, 여ㆍ야 대결구도가 완전히 무너져 버리는 선거결과가 속출하는 곳이 한국정치의 장(場)이기 때문인 것 같다. 굳이 용어정리를 하자면, 협력정치로서 협치는 상위개념으로 상정하고 주요 구성으로서 연합정치와 거버넌스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일종의 실험정치로서 남경필의 경기연정과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정부론 그리고 서울ㆍ경기도 등의 일방적인 지방자치 정치 구도 등의 정치현상이 한국정치에서 협치를 일상용어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남경필의 경기연정 평가와 협치개념의 정립
민선 6기 남경필의 경기연정은 한국의 잘못된 정당정치로 인한 중앙정치에의 종속으로부터 지방정치를 분리ㆍ독립시키는 계기는 되었으나, 무규범적 정치실험이었다. 다만, 현재 한국 지방자치가 정치권력의 각축장 → 정권심판의 장 → 지방권력 교체의 장 → 풀뿌리 지방자치로의 진화ㆍ발전했기 때문에 정치실험으로서의 경기연정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으로 남경필의 경기연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남경필 지사의 경기연정은 정책연합ㆍ정부연합ㆍ선거연합 중 정책 및 정부연합이 혼재된 것으로서 무원칙한 야합과는 구별된다. 경기연정은 한국 민주주의 제도 및 문화에서의 다수결 민주주의와 협의민주주의의 혼재현상이 반영된 정치현상으로 해명할 수는 있으나, 기관대립형의 지방정부형태 규범을 정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의회의 도정 견제기능을 실종시키기도 하였다.

그리고 연정으로서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많이 결여되었다. ① 과연 경기도 연정에 남경필 지사의 후보 선거공약과 지방선거 후 당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충분한 협의의 시간을 가졌는가, ② 과연 연정과정에서 경기도민의 여론조사 추이를 수시로 살펴보았는가, ③ 과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연정협의 과정에서 당원들의 찬반의견을 묻거나 승인받는 장치를 마련한 적이 있었는가 등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남경필 지사의 광폭의 연정시리즈(도의회 외, 교육청ㆍ기초단위의 시군 및 타 광역단체와의 우호적 만남도 연정)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어 연정의 의미와 규범적 효과가 반감되었다. 단순한 포용 및 소통과 협력적 정치행위에 ‘연정’의 의미를 과잉ㆍ과다 부여함으로써 연합정치의 규범적ㆍ개념적 혼란을 초래하였다. 

6ㆍ13 지방선거의 결과는 중앙정치 혁명의 산물로서 일방적인 도ㆍ의정 구조를 가져왔기에 협력정치 중 연합정치의 필요성이 전무하다. 협치는 연합정치의 상위 개념으로서 협치는 크게 거버넌스와 연합정치로 구분할 수 있고, 연합정치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대통령제에서의 연합정치와 내각제에서의 연합정치로 나누어볼 때, 수많은 정치협상 및 타협과 협력의 패턴이 있을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정의 협치필수론
민선 7기 경기도는 협치가 불가피하다. 한국 지방자치는 기관대립형으로서 정부형태로 볼 때 내각제 아닌 대통령제 유형으로서 주민은 도의회와 도지사에게 각각 이중적 정통성을 부여하고 있다. 도의회가 최소한의 여ㆍ야 경쟁체제에서는 의회에서 다양한 도민의 의견을 수렴ㆍ대의할 수 있으나 현재의 일방적인 135:7 구조에서는 협치 중 주민 및 시민사회의 직접민주의로서 거버넌스의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리더십 및 스타일과 정당정치 제도외적 변방의식에 비추어 볼 때 거버넌스는 경기도정의 본질이 될 수 있겠다. 거버넌스는 1970년대 등장하여 거듭 진화ㆍ발전을 하고 있는데 1980년대에는 국가차원의 발전과 통합을 다루는 개념, 1990년대에는 시민단체로의 확장과 이해관계자의 참여 및 합의형성이라는 민주주의적 요소 강조를 거쳐서, 시민사회를 포함하게 된 거버넌스는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글로벌 거버넌스와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사회 간의 지역거버넌스로 그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내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구조 속에서 광역과 기초단체 간의 이해관계 대립과 협치 그리고 기초단체 중심의 지역적 협의ㆍ공존의 네트워크 등으로 분화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구조가 오히려 중앙정치의 여ㆍ야 대결과 차단된 진정한 의미의 경기도 및 각 기초단체별 생활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로 심화ㆍ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관대립형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치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대결 및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으며, 정당정치차원에서 생활정치차원으로의 변경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거버넌스의 핵심은 시민사회가 정책과정에 참여하는데 있으며 경기도정의 협치 좌표로서 협력적ㆍ로컬 거버넌스를 제시할 수 있다.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시민사회는 대표성과 정통성은 결여되지만 전문성ㆍ지역성ㆍ이해관계성에 있어서는 매우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기도의 지역별 이질성과 상호의존성에는 협력적 거버넌스, 지역공동체와의 네트워크ㆍ주민참여 등에 있어서는 로컬 거버넌스 등을 상정할 수 있겠다. 거버넌스의 강점은 시민사회 활동ㆍ경제 및 국제화ㆍ지방자치 활성화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촛불혁명과 문재인의 통합정부론
‘통합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끌고 싶은 최종형태의 내각일 수 있겠다. 2017년 4월 18일 문재인 후보는 수원역에서, “정조의 대탕평 정치를 본받아 부패기득권에 반대하는 이들과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유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여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큰 틀의 목표를 설정한 바 있었다. 

최근 청와대 대변인이 ‘협치내각’을 언급하자, 협치의 한 축인 야당들은 조건반사적으로 거부반응부터 보이는가 하면, 이왕 하려면 ‘연합정치’ 수준으로 가자고 다른 목소리들을 내고 있는 지극히 관망적이고 탐색적 형태다. 역대 한국정치에 있어서 여소야대 정국이 자주 발생되었다. 여소야대 상황을 대처하는 세 가지 타입의 대통령(노태우의 3당 통합ㆍ노무현의 대연정ㆍ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상정할 수 있으나 모두 좋지 않거나 실패한 경우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ㆍ탄핵ㆍ조기대선으로 졸지에 출범되었기에 국회에서의 야당의 수적 우세, 여소야대 정국은 이미 주어진 정치적 조건이었다. 대통령의 통합정부론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꿰뚫어본 것으로서 야당과의 ‘공동정부’와는 거리를 둔 것이다. 즉 국민적 적폐대상으로서의 과거 보수야당과는 분명히 선을 긋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야당의 몫을 내각에 할애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1기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없었다면, 이제부터 대통령 공약사항 실천으로서는 물론 제2기 국정운영을 위해 통합정부론을 구체화할 때다. 

대통령이 구상하는 통합정부는 야당의 협조와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통합정부의 분명한 목표와 과정 및 조건을 제시하여야 한다. 대연정은 제1당이 정치적 색깔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군소정당과 하는 소연정과 달리, 정책노선 및 정책이 크게 차이가 날지라도 국가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서 제1당과 제2당이 연합정치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통합정부론이 대연정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단순한 협치내각을 의미하는 소연정이 아닌, 국가적 난제 해결 및 국민통합을 위하고 평화노선과 포용성장 정도의 경제정책을 연합하는 중간형태의 ‘중연정(中聯政)’을 제안한다. 협치내각이 야당의 몫으로 장관 몇 자리를 내주는 것으로 귀결되면 통합정부의 가치와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통합정부론은 ‘정치권’ 외에 ‘국민통합’의 영역까지 이므로 국민참여형의 거버넌스가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 특히 정당 간의 합의가 사회적 합의와 직결되지 않는 한국정당정치의 사회적 통제력과 규율이 약한 특성상 대통령의 시민사회와 국민참여 거버넌스는 불가피하다. 사실, 통합정부론은 대통령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바쁘게 한다.

박상철 교수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칼럼은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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