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은 산업화시대의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고,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입력 : 2018.08.01 10:35
위협(威脅)에 기반한 군사대비태세를 견고히 유지하되

능력(能力)에 기반한 군사대비태세로의 전환에도
대비해야 하며,
인사의 공정성을 위해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

요즘처럼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추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적이 있었을까. 우리 사회는 마치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듯 곳곳에서 일부 가진 자들과 힘 있는 집단이 적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행정부는 전직 대통령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사건으로, 사법부는 청와대와의 재판거래로, 입법부는 엄청난 규모의 특별활동비 문제로, 삶에 지친 국민을 분노와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도대체 저들을 국가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가. 저들에게 국민은 어떤 존재일까. 

사회적으로는 어떤가. 민생경제 악화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어느 항공사의 총수일가 갑질 횡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있는 자와 없는 자라는 이분법적 인식을 심어놓았고, 불법촬영 편파수사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여성들의 성차별 반대운동은 점차 남성혐오운동으로까지 변질되면서 약자의 반란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드루킹 및 경제적 공진화 모임(일명 경공모) 회원 등이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행위를 수사하기 위해 특검(특별검사제도)이 가동 중인 가운데 한 유명 진보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그래서 지도층이라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들의 부정부패와 타락이 만연해 있고,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더 이상 보수·진보의 싸움은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자기 밥그릇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군(軍)도 예외는 아니다. 장성들이 부하 여군을 대상으로 성추행과 성폭력을 가하고, 기무사령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을 때 탄핵 기각 시 예상되는 촛불집회 참가 국민들의 극렬한 저항을 진압할 목적으로 계엄령을 검토했다고 한다. 사태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인식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으로 구성된 독립수사단을 꾸려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자칫 군의 주도세력 타파를 위해 비주도 세력에게 한풀이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군 지휘관들은 병사들의 국방 헬프콜 전화 한 통으로 언제 보직해임 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우호적 대북관계로 국방개혁 추진동력이 상실되고, 갑작스러운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 유예조치로 갈팡질팡하던 차에 군 장성급 지도자들의 부도덕한 행위와 수뇌부의 쿠데타적 발상은 군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분명 위기이다. 그러나 군을 획기적으로 변화·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회 요인에는 군의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이 있다. 외적 요인은 본질적 문제요인으로 곧 정치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정치의 문제는 비단 군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이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국정농단사건도, 사법부의 재판거래도, 입법부의 국회의원 특별활동비도 모두 다 본질은 정치인들의 문제이고, 국가지도자들의 문제이다. 군의 문제도 본질은 정치의 문제이다. 따지고 보면 군 인사에 영향을 미친 정권의 문제이고, 기무사를 정권의 수단으로 악용하고자 했던 정치지도자의 문제가 아닌가. 따라서 정치지도자들은 군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들부터 돌아보고, 군을 개혁하기 전에 정치권력체계부터 개혁해야 하지 않겠는가.

군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스스로 내적 요인의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첫째, 군은 산업화시대의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학화·정보화로 군의 무기체계가 발전했고, 인간감성의 시대를 사는 지금, 군은 싸우는 방식과 운영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전략적·작전적 수준에서 전쟁 수행방식을 바꾸고, 전술적 차원에서 각개 병사에게 요구되는 능력과 강인함의 의미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전투체력과 정신력이 기본이지만 팀워크가 중요시되고, 계급에 의해 통제되고 운영되는 저차원 방식이 아니라 인권 존중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고차원 방식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임을 깨달아 계급이 인권을 넘어설 수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곧 병영문화의 변화이고, 전략문화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통제적이고 폐쇄적인 군의 성격을 자율과 개방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지휘관들에게는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白衣從軍) 정신이 필요하다. 군 본연의 임무를 다하되, 오늘 군복을 벗고 떠날 수 있다는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의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무조건적이고 무차별적인 처벌로 군 간부들을 위축시킬 것이 아니라, 소신(所信)과 담대함으로 지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둘째, 군은 현재의 남북관계 변화에도 불구하고 위협(威脅)에 기반한 군사대비태세 및 한미동맹체제를 견고히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평화체제 구축에 대비하여서도 능력(能力)에 기반한 군사태세로의 전환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군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조성되고 있는 평화분위기에 도취되어 대비태세가 흔들려서도 안 되겠거니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 등 북한의 비핵화와 전혀 관계없는, 우리 민족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를 거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될 것이다.

셋째, 군 인사의 공정성을 위해 외적 요인인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부분의 군 내 문제는 인사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인사문제는 곧 정치권의 영향력이 본질이다. 어느 정권도 이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터키의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는 오스만튀르크의 몰락 원인을 분석하고, 군을 정치와 종교로부터 분리시켰다. 터키 국민은 그를 존경하여 모든 관공서에 그의 존영(尊影)을 게시하고 있다. 군은 국가 생존을 위한 최후 보루(堡壘)로서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적(敵)과 부하만을 바라보아야 하고, 소신과 담대함으로 지휘할 수 있는 인재를 등용해야 할 것이다.

차동길 교수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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