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멕시코 총선거 결과와 선거제도

[이종희 정치살롱]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입력 : 2018.08.02 14:48

2018년 7월1일 멕시코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선거를 치렀다. 이날 멕시코는 대통령 외에 상원의원 128명, 하원의원 500명, 멕시코시티 시장과 8개 주 주지사, 1600명의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을 뽑았다. 총 3400여 명의 공직자를 선출한 이번 선거는 멕시코 선거인수 8925만881명 중 5661만1027명이 투표하며 총 투표율이 63.4%로 나타났다. 규모도 사상 최대였지만 선거 결과도 사상 초유였다. 지난 89년간 지속해온 우파정권이 좌파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으며, 여성 후보가 상원에서 51%, 하원에서 49% 당선되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상원의원이 남성 상원의원보다 많은 나라가 됐다. 

멕시코는 31개 주와 연방특별구(Distrito Federal)로 구성되어 있으며 강력한 대통령제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은 직접 선거를 통해 상대다수대표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6년 단임제이다. 대통령선거는 총선이 실시되는 해 7월 첫째 일요일에 연방상원·하원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며 대통령 당선인은 같은 해 12월1일 취임한다. 

128석의 연방상원은 31개 주와 1개 연방특별구에서 각각 2명씩의 의원을 선출(64명)하고, 제2득표정당에 각 1명씩 배정(32명)한다. 나머지 32명의 의원은 비례대표제에 따라 전국을 1개의 선거구로 하여 전국후보명부로 정한다. 연방상원의 임기는 6년으로 같은 해 9월1일 취임한다. 

500석의 연방하원 중 300석은 인구수 비례 1인 소선거구에서 상대다수대표제로 선출되며 200석은 지역별 정당명부를 통해 비례대표제로 결정된다. 모든 주는 최소 2개의 선거구를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인구수 비례에 따라 소선거구 상대다수대표제로 결정되는 300석의 의석 중 주별로 많게는 40석, 적게는 2석의 의석이 배분된다. 연방하원 비례대표 200석은 31개 주와 1개 연방특별구를 5개의 대선거구로 나누어 각 선거구에 40석을 배분한다. 연방하원의 임기는 3년으로 총선과 중간선거에서 전원 다시 선출되며 같은 해 9월1일 취임한다. 

이번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 멕시코시티 시장이자 국가재건운동(MORENA, Movimiento Regeneración Nacional), 노동자당(PT: Partido del Trabajo) 등의 좌파 정당 연합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Juntos Haremos Historia)’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후보가 3011만3483표를 득표하면서 53.2%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우파성향의 국민행동당(PAN: Partido Acción Nacional), 민주혁명당(PRD: Partido de la Revolución Democrática) 등이 연합한 ‘멕시코전선(Por México al Frente)’의 리카르도 아나야(Ricardo Anaya Cortes) 후보는 득표율 22.3%(1258만3776표)로 2위를 차지했다. 현 집권당인 제도혁명당(PRI:Partido Revolucionario Institucional)의 호세 안토니오 미드(José Antonio Meade Kuribreña)후보는 득표율 16.4%(928만5240표)로 3위에 그쳤다. 이로써 오브라도르는 멕시코 근래 선거에서 유례가 없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것이다. 

현재 집권 중인 우파성향의 제도혁명당(PRI)은 1929년 창당 후 2000년까지 장기 집권하였고, 2012년에 다시 선거에서 승리하며 총 집권기간이 77년에 이른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집권했던 국민행동당(PAN)도 우파 성향이었다. 즉, 이번 선거를 통해 멕시코는 지난 89년간 지속해온 우파 정권이 처음으로 좌파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오브라도르는 2006년, 2012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했다. 그는 2006년 대선에서 0.6%(약 25만 표) 차이로 펠리페 칼데론(Felipe Calderón) 후보에게 석패했었고, 2012년 대선에서는 현재 대통령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ña Nieto) 당시 제도혁명당 후보에게 6.6%(약 333만표) 차이로 패했다. 그의 이니셜을 따 AMLO라고도 불리는 오브라도르는 1976년 정계에 진출하여 42년간 정치에 몸담은 베테랑 정치인으로 대중연설에 뛰어나며 토론에도 능하고,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여 기회로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민족 우선주의 성향과 거침없는 언행으로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멕시코는 부패, 빈곤, 폭력, 치안불안 상황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2만900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오브라도르의 높은 득표율은 집권층의 부정부패, 권력과 부의 세습, 높은 범죄율, 경제 침체 등에 대한 멕시코 국민들의 불만이 투표에서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브라도르는 대대적인 개혁을 천명하고 있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 빈곤 퇴치, 치안 회복, 재정건전화, 양성평등 및 지속가능발전 등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최저임금인상, 노인연금 증액, 청년층고등교육 확대 등의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부패 근절을 통해 아낀 예산을 복지 프로그램에 투자하겠다고 공약하였다. 

한편 그는 대통령 전용기를 팔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삭감하고 가능하면 대통령궁보다는 자택에서 거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15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예산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취임 후 월급을 10만8000페소(약 644만 원)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는 니에토 현 대통령이 받는 27만 페소(약 1611만 원)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오브라도르는 3년 뒤에 자신에 대한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며, 임기 중에 헌법을 개정하는 등 재임을 위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선에서도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상원의석 128석 중 이 연합은 총 69석을 얻었다. 국민행동당(PAN)이 포함된 ‘멕시코전선’연합은 38석을, 제도혁명당(PRI)이 속한 ‘멕시코를 위한 모두(Todos por México)’연합은 21석을 얻었다. 한편 하원 의석 500석 중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연합은 307석, ‘멕시코전선’은 131석, ‘멕시코를 위한 모두’는 62석을 획득했다. 

또한 지방선거에서도 국가재건운동(MORENA)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국가재건운동 후보인 환경운동가 출신 클라우디아 세인바움(Claudia Sheinbaum)이 253만7454표를 획득하며 47.1%의 득표율로 당선되어 멕시코시티 첫 여성 시장으로 취임한다. 다른 8개 주 중에서는 3개 주에서 국가재건운동이 승리했고,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연합 소속인 사회관계당(Encuentro social)이 1개 주에서 승리했다. 국민행동당(PAN) 소속 후보는 3개 주에서 당선됐고, 시민운동당(Movimiento Ciudadano) 소속 후보가 1개 주에서 승리했다.

이번 멕시코 총선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이다. 선거 결과, 총 당선자 중 여성 당선자가 상원에서 51%, 하원에서 49%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상원의원 수가 남성 상원의원 수보다 많은 나라가 되었다. 하원의 경우 여성 의원의 비율이 49%로, 멕시코는 여성 하원의원 비율이 세계에서 4번째로 높게 되었다. 지방의회에서도 대부분 지역에서 당선자의 절반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는 지난 2002년 여성 후보를 30% 공천하도록 하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였다. 그 후 여성공천비율을 40%로 상향조정하였고, 선거법 개정을 위한 법적 소송 끝에 2015년 여성공천비율을 50%로 상향하였다. 

이 과정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여성 정치인들은 정당과 계파에 연연하지 않고 단결하여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였으며, 2011년에는 정당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할당제 관련 예외 규정을 철폐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2014년 헌법 개정을 통해 2015년 남녀동수 공천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멕시코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 배경에는 여성공천비율 제도를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 제도가 있었다. 공천에서 여성할당제는 세계 약 75개국에 도입되어 있지만 실효성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 여성공천비율 30%를 정하고 있는 브라질의 경우도 실제 당선자 비율은 채 15%가 되지 않는다. 이는 공천과정에서 당선유력지역에서는 남성 후보를, 낙선유력지역에서는 여성 후보를 공천하는 편법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멕시코 선거법은 우세지역구에는 45%, 경쟁지역구에는 51%, 열세지역구에는 54%를 여성 후보로 공천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2018년 멕시코 선거는 지난 10개월 동안 후보와 정치인 147명이 암살당하는 등 많은 폭력이 수반되었다. 선거 당일에도 노동자당(PT) 당원과 제도혁명당(PRI) 당원이 각각 한 명씩 살해당했다. 컨설팅업체인 에텔렉트에 의하면 피해자 중 최소 48명이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 전의 대규모 정치인 암살사건은 그간 멕시코의 정치와 범죄 조직의 긴밀한 유착관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멕시코의 선거는 선거관리기관인 연방선거청(INE, Instituto Nacional Electoral)이 관리한다. 연방선거청은 ‘연방선거기관 및 선거절차법’에 의해 1990년 독립·상설기관으로 설립되었으며, 하급기관으로 주선거위원회, 선거구선거위원회, 투표구선거위원회를 두고 있다. 연방선거청은 선거인명부 작성 및 갱신, 선거구 획정, 정당 및 정치단체나 후보자 등록 신청의 접수, 선거감시활동 관리, 선거결과 집계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멕시코는 ‘헌법’과 ‘연방선거기관 및 선거절차법’에 따라 선거권 연령은 만18세로 정하고 있으며, 정당한 생계수단을 가진 자, 연방 선거인 명부에 등재된 자, 선거증을 보유한 자로 선거권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재외선거인은 재외선거를 통해 대통령선거, 상원의원선거, 주지사선거에 투표할 수 있다. ‘형사법’에 의해 유죄선고를 받은 자, 수감 중인 자, 도피범, 자격정지를 선고받은 자 등은 결격사유에 해당하여 선거권이 없다.

피선거권의 경우 상원의원은 25세, 하원의원은 21세 이상인 멕시코 국민으로서 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소유한 자, 선거구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자, 연방 선거인 명부에 등재되어 있고 선거증을 보유한 자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성직자, 현역 군인, 해당 지역의 지휘관급 경찰, 법관, 연방선거기구의 관계자나 주지사와 같은 특정 공직자는 겸직이 금지되어 피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번 선거관리는 전반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멕시코에 좌파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서 무역, 이민, 국경장벽 등을 둘러싸고 멕시코와 미국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브라도르는 경제, 노동, 에너지, 사회복지 등 주요부처 수장에 여성을 내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참고자료 (그래픽: 신인수)
·강경희(2012), “2012년 멕시코 총선”, 『선거연구』 2권 2호, 한국선거학회, pp. 251-260
·김달관(2003), “멕시코의 선거제도 개혁과 민주주의: 1964-2000”, 『라틴아메리카연구』 16권 2호, 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 pp. 350-385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2015), 『각 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
·멕시코 연방선거청(www.ine.mx) (검색일 2018.7.21.)
·http://www.electionguide.org (검색일 2018.7.24.)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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