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늘어나는 ‘협동조합’, 희망이 생긴다는 증거

김보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인터뷰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8.08.23 17:12
▲김보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최근 은퇴자나 청년층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협동조합을 활용한 창업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더리더>에서는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의 김보하 센터장을 만나 협동조합의 의미와 설립 시 유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물었다. 김 센터장은 협동조합에 대해 “계 모임이나 동업이 협동조합의 역사”라고 정의하면서 “소비의 선택에 따라 지역사회 발전까지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합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모델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의미가 정확히 와 닿지 않는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기업으로 함께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보통은 협동조합 하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동업과 같다. 동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다가 뜻이 맞지 않으면 갈라지게 된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서로간에 약속을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사업적으로 어찌 갈 것인가가 나와있다. 예전부터 계 모임이나 동업 같은 경우 암묵적으로 진행되었다. 협동조합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진 이후 5명이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늘어나는 조합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모델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 부분 해결, 운영시스템 등을 센터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을만한 대표적인 협동조합에는 어떤 곳이 있나
▶“2012년에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진 다음에 1호는 ‘대리운전 협동조합’이었다. 택시 협동조합은 그다음에 생겼다. 기업주가 수수료를 30% 떼고 대리운전비를 받는 시스템에서 협동조합은 주주가 주인이 아니라 조합원이 주인이기 때문에 대표한테 가는 수익을 배당해서 나누는 구조다.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택시나 번역, 프랜차이즈 등의 분야에서 갑질문화를 없애기 위해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의료 분야 역시 협동조합이 생기고 있다. 과잉 진료를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의료 협동조합은소비자가 신뢰하고 찾을 수 있다. 조합원이 의료 협동조합의 주인이기 때문에 의사도 진료비에 대해 부담이 없어 과잉 진료를 권하지 않고 약도 필요 이상으로 쓰지 않는다. 

우리 삶 속에서 조합인 생협의 예를 들면 대기업에서 하는 마트의 경우는 홍수나 가뭄으로 생산물이 적어지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협의 경우 1000원에 팔겠다고 약속했으면 폭등하거나 폭락해도 그 가격을 정상적으로 주기 때문에 생산자는 삶을 유지하고 소비자 역시 그런 약속을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너무나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유통단계가 빠지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방식으로 그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흔히 알고 있는 썬키스트나 버거킹, FC바르셀로나, AP통신도 대표적인 협동조합 중 하나다. 협동조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마트는 개인이 수익에 대해 영리를 취하는데 협동조합은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한다. 내가 소비를 협동조합에서 하면 소비의 결과물은 나한테 오고 일부가 내 이웃에게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2012년 협동조합의 기본법이 만들어졌는데 어떤 취지였나
▶“한국에서는 2011년 12월29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하고, 2012년 12월1일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협동조합의 시대가 열렸다. 기존에 농협, 신협, 생협 등 8개 개별법 협동조합이 존재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과 발기인 수를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설립할 수 없다. 그런데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5명이 모이면 자본금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업종(금융·보험 일부 업종 제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주식회사는 1인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고, 협동조합은 출자액과 상관없이 1인 1개의 의결권과 선거권이 부여된다. 또 주식회사는 누군가 자본을 많이 투자하지만 협동조합은 5명이 나눠서 출자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적게 든다. 적은 비용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을 자유롭게 해 서민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단위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인식이 부족해서 비즈니스모델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원센터에서 맞춤형 컨설팅과 코칭 등을 통해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창업에 관련된 시작 단계부터 그 이후까지 컨설팅한다. 협동조합이 완성도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졌을 때보다 예비협동조합의 인식도 성장해 사전준비가 탄탄해졌다.”

-협동조합의 가치는 무엇인가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 책임, 민주, 평등, 형평성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조합원은 협동조합 선구자들의 전통에 따라 정직, 공개, 사회적 책임,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의 윤리적 가치를 신조로 한다. 내가 무언가를 할 때 누군가 시켜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목표를 위해 같이 힘을 모아서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가 상상하고 그 밑에서 추진하는 것과는 다르게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어떻게 하면 성장으로 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함께 고민하는 구조고 그것이 협동조합의 가치다.
한 예로 대리운전 협동조합에서 쉼터를 만든 사례가 있었다. 대리운전 조합원들이 일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그런 의견을 모아서 요구하고 이런 욕구가 반영되어 서울에 쉼터가 생겼다. 제안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모여서 이뤄낸 성과다.”

-지원센터에서의 주 업무는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는 협동조합의 설립과 확산, 성장을 돕기 위해 2012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문을 연 협동조합 전문 지원기관이다. 센터는 상담, 교육, 컨설팅, 홍보 등의 방식으로 서울지역 2700여 개의 협동조합 설립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센터의 지원활동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협동조합인들에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돼왔다. 특히 서울지역 협동조합은 폭발적인 힘으로 확산하면서 짧은 기간에 의미 있는 초기 역사를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그간 축적한 사업 운영과 경험을 토대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하며, 계속 성장해나갈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센터는 협동조합 설립뿐 아니라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 지원하고자 한다. 개별 조합의 판로 지원과 조합 간 협업 활성화 등에 필요한 상담 및 교육도 강화 예정이다.”

-지원형태는 주로 어떤가
▶“초기에는 전화상담이 대부분이었고, 주로 관심 있어서 연락 오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또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운영하는데 법률적으로나 노무와 관련해서 갈등이 심화됐다든가 회계나 이런 부분을 놓쳤다면 1대1로 매칭해서 전문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화상담에서 맞춤형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설립 부분을 집중해 진행하는 상담이 많아 기존에는 평균 4분이면 끝났을 일이 지금은 깊이 들어가서 한 명이 30~40분 상담을 이어간다. 협동조합 설립은 줄었지만 욕구는 늘고, 내용이 깊어져 상담의 질도 전문화되고 있다.”

-서울의 협동조합 현황은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서울시 협동조합은 총 3263개고 전국에는 1만3470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도매 및 소매업이 가장 많고 교육 서비스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국에 있는 협동조합과 서울지역 조합의 업종 영역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서울에는 소비자 중심, 생산자 중심, 교육, 예술분야가 많은데 지역은 편차가 있지만 농산물, 생산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지역보다는 서울에 협동조합이 훨씬 많은 편이다.”

-스타트 업 말고도 국내에서 주목할만한 협동조합의 형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시장에서 영업하는 어르신들은 홈페이지나 온라인을 활용한 홍보를 잘 못한다.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그런 어르신의 홍보를 맡아 대행하는 협동조합도 생기고 있다. 청년들이 지역을 다니면서 그런 욕구를 찾아내서 사업화하고 있다. 지난해에 센터에서 지원한 사례 중에 서울역수제화 사회적협동조합이 있었다. 수제화 장인들과 청년들이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 죽어가는 수제화 시장을 부흥시키는 조합 생성을 밀착사업으로 지원했다. 지금 인터넷 쇼핑몰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협동조합이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만큼 제도적 걸림돌이 많을 듯하다.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협동조합은 많이 늘어났지만 가동하는 것은 반 정도로 보고 있다. 폐업이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까다롭다. 예를 들어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데 조합원들이 많기 때문에 다 모여서 폐업을 할 수가 없다. 제도적 어려움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긴 하나 현행 기본법상 협동조합 연합회는 기본법 협동조합으로만 구성하게 되어 있다.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개별법 협동조합과 짧은 역사이지만 다수를 이루고 있는 기본법 협동조합 간의 협력이 법적인 연합조직으로 성장 가능하다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 현재 여성이나 장애인기업 인증은 상법상의 회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무리 여성이나 장애인이 이사장이더라도, 또는 그들만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더라도 우선구매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법률 자문도 수 차례 받았는데, 협동조합이 상법상 회사와 달리 취급될 이유가 없다는 게 결론이었다. 센터의 제도개선 사업을 통해 기획재정부에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2017년 1월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2차 협동조합 기본계획(2017~2019년)에 협동조합도 여성기업, 장애인기업 등의 대상에 포함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2019년까지 이러한 부분이 꼭 개선되길 바란다.

네 번째로 주식회사는 온라인을 통해 법인 설립이 가능하지만 협동조합법인은 불가능하다. 전자(투표) 총회도 할 수 없다. 아울러 협동조합은 액셀러레이터로 등록이 안 되는 실정이다. 현행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상 액셀러레이터는 상법상의 회사, 민법상의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협동조합은 아무리 전문가들이 좋은 뜻을 가지고 모여도 초기창업자들을 전문적으로 도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개선해야 할 제도는 센터가 직접 지원도 함께 병행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협동조합활성화 지원 조례 안에서 직접적인 지원은 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간접지원 방식으로 협동조합을 지원했다. 예산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컨설팅, 교육 등 지원 범위에 한계가 생겼다. 빠르고 원활한 사업 운용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 센터 지원사업에 참여한 (예비)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0% 사업 지원금과 같은 직접 지원을 원했다. 직접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 센터장의 인생 스토리가 궁금하다 
▶“일반 무역회사에서 16년 정도 일했었다. 한살림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한 후 생산지 방문을 통해서 생산자들의 가치와 철학의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감동을 받아 조합 일을 시작했다. 한살림 생협의 매장 팀장, 활동 팀장, 북동지부 지부장, 이사, 성북구 협동조합 협의회 부회장 등의 역할을 거치며 연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임기를 마친 후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으로 오게 되었다.” 

▲김보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을 생각하는 분들께
“‘요즘 사회적 경제라고 들었는데 뭐지? 협동조합 나도 하고 싶어.’ 이런 사람들이 많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우리 지원센터를 이용해서 구체적으로 사업화하면 좋겠다.
소비자들께는 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면 나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전체적으로 높이는 결과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의 소비의 선택에 따라 지역사회 발전까지 견인할 수 있다. 그 지역에 협동조합이 생기면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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