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선 3•1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3.1혁명은 대한민국의 시작

‘3.1혁명 연구소’ 설립을 통해, 대한민국 정통성 바로 세우고파

머니투데이 더리더 정민규 기자입력 : 2019.03.19 10:00

[특집]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정부와 지자체, 학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일제 치하 36년간 치열했던 항일투쟁의 역사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식민지 극복, 산업화, 민주화를 향해 달려온 우리 현대사는 이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라는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통한의 역사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열었던 독립투쟁사의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매우 활발하며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아울러 좌우 연합체로서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역사성은 갈등극복과 사회통합을 위해 오늘의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기해년 새해를 맞아 3회에 걸쳐 임시정부와 3.1운동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은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함으로써 그간 부족했던 우리들의 역사 인식을 성찰해보고자 한다. 그 두 번째로 임종선 3•1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처칠의 명언이다.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도 <한국통사>에서 ‘한국사가 곧 국혼이며 국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설파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이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조문 앞에 있는 공포문으로 헌법 제정의 역사적 과정, 목적, 헌법 제정권자, 헌법의 지도 이념이나 원리 등을 규정해놓은 것이다.
헌법 전문에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시작으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임종선 3•1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유난히 3.1혁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종선 회장과의 일문일답.


▲임종선 3.1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회장님과 선대에 대해 소개해달라
평안남도 중화군 동두면 용산리 임촌이 선대의 고향으로 본관은 울진이다. 아버님 4촌 형제 중 가톨릭 신부와 수녀를 배출했다. 증조부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연암 임예환 선생으로 동학의 지도자로서 동학혁명을 이끈 후 천도교 대표로 3.1운동에 참여하셨다.
6.25전쟁 때 홀로 월남한 아버지는 남쪽에 정착하셨고 저는 서울 영등포에서 출생해 현재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하던 사업을 모두 접고 집안을 대표해서 독립운동 관련 단체에서 봉사한 지 18년째가 되고 있다. 대표적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책임 있는 생활과 폭넓은 사회활동을 통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의 명예를 위한 선양사업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사단법인 3•1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과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그리고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연구하여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3.1혁명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족회의 조직 구조는 어떻게 이뤄졌나
사단법인 민족대표 33인 유족회는 이미 1956년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족회의 폭넓은 활동이 필요하다는 3.1운동 유족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단법인 3•1독립유공자유족회로 확대했다. 그 후 민족대표 후손들뿐만 아니라 3.1운동에 가담했던 모든 선열의 유족까지 회원 자격을 부여해 독립운동 관련 최대 단체가 되었고, 현재 약 5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우리는 현재 1만5천여 명의 독립유공자 중 국민에게 잘 알려진 몇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독립유공자들이 국민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어 있는 현실을 바로잡고자 한다. 이를 위해 3.1혁명연구소를 설립하고 독립유공자 발굴 및 학술회의, 사적지 탐방 등을 통해 민족정기 선양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3.1독립유공자후손 장학사업을 통해 후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3.1운동과 민족대표 33인의 역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3.1혁명은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1901년 손병희 선생께서 동학 실패 이후, 일본에서 망명생활 중에 삼전론을 발표하셨다. 삼전론이란 도전(道戰,국민의 정신계발), 재전(財戰, 국가의 산업을 개발하여 자립할 수 있는 국력을 이루고), 언전(言戰, 외국 물정에 밝아야 외국과의 소통을 능히 할 수 있음)을 말한다. 선생은 똑똑한 젊은이 24명을 일본에 유학시켜 인재 양성에 힘쓰셨다. 국내로 돌아온 후에는 봉황각을 건립, 483명의 민족 지도자를 양성하여 훗날 독립운동을 준비하셨다. 그러던 중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발표에 발맞추어 상해의 여운형, 김규식, 장덕수, 신규식 등이 결성한 신한청년당에서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전달하게 되었다.
이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손병희 선생은 당시 3만원(현재 가치로 약 15억원)을 지원하고 국내 명망가들을 중심으로 민족대표 구성에 힘을 쏟았다. 당시 박영효, 한규설, 윤응렬, 윤치호, 심지어 이완용까지 교섭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그래서 종교인들 중심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고 최남선에게 독립선언서 초고를 맡기고 수차례 민족대표들과 협의 끝에 독립선언서를 완성했다. 그 후 각 지역 종교 지도자들과 신도들이 호응했고 학생들까지 적극 참여하여 3.1혁명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항간에 몇몇 사람이 말하는 역사 왜곡은 사실관계가 잘못됐다. 3.1혁명 이후 우리 민족의 조국 독립 염원을 실어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세워졌고 만주의 독립군이 결성되었으며, 전 세계 동포사회에서 독립운동의 물결이 일어났던 것이다. 또한 전 세계의 많은 민족운동에 영향을 주어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스와라지 운동 등 약소국가의 독립운동에도 크게 기여한 세계적인 혁명이다.
그리고 독립선언서는 정의, 인도, 생존과 대중화, 일원화, 비폭력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 당시 민족대표들의 철학인 문화민족으로서의 비폭력 평화사상과 광복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우리들의 역사이다.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최근 민족대표 33인에 대해 폄하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3.1운동은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시작됐다. 질서를 바탕으로 조국독립을 외친,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으로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무력항쟁 없는 투쟁은 평가할 수 없다’는 북한의 3.1운동 폄하논리에 경도된 몇몇 인사의 선동이 안타깝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지만 역사는 진실이 반드시 드러나는 것이다. 조만간 이러한 부적절한 평가는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대한민국 사회의 역량으로 볼 때 바로잡힐 것으로 본다. 역사적 인물들의 평가가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포퓰리즘에만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독립선열을 폄하, 왜곡하여 명예를 손상시키는 자들에게는 유럽의 홀로코스트법 같은 법률을 제정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왼쪽은 유관순 열사의 조카 유장부님, 오른쪽은 임종선 회장

독립운동가 유가족들의 삶이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고 한다.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이 꾸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제대로 받게 해야 사회에 나가 각자의 역할을 할 때 힘든 삶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의 보훈정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은
지금까지 정권별로 일관성이 부족했고 독립운동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도 부족했던 측면이 많았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올바른 역사관과 민족정기를 정립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으며 그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국가유공자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여 국가유공자들의 초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유가족들이 자부심을 잃지 않고 국민들의 귀감이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이 후세에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보훈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올해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이와 관련해 유가족회는 어떤 활동 계획이 있는지
학술회의, 사적지 탐방, 역사서 발간 등 여러 가지 일을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다.

반민족 친일파 청산 실패에 대해서 어떤 생각인지
현대사 왜곡과 굴절의 시작이 반민족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못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을 당당하게 심어줄 수 있고 우리 역사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다.

독립운동 유가족들의 모임에는 어떤 단체들이 있는지
3•1독립유공자유족회, 순국선열유족회, 독립동지회, 독립유공자유지계승유족회 등이 있다.

최근 김원봉 선생 독립유공자 서훈과 관련해 논란이 있다. 이와 관련해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생각은
독립운동은 종교와 이념, 계층을 초월했다. 조국의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모든 분들은 민족의 영웅으로 모셔야 될 것이다. 남과 북의 민족이 모두 숭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북한에도 역사적 동질성을 위한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김원봉 선생님은 정말 훌륭하신 독립투사다. 광복 이전의 의열투쟁과 광복 이후의 정치활동 모두를 역사적 사실 그대로 조명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추념식에서 연설중인 임종선 회장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역사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
역사 왜곡과 미화, 폄하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삐뚤어진 역사관을 심어주는 심각한 문제이다. 정부는 역사적 진실을 정확히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학자들은 지성인으로서의 양심과 실사구시에 바탕을 둔 연구를 통해 인기와 편향된 이념에 영합하지 않는 역사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장님이 정부와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민족의 독립투쟁사가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
광복 후 정치에 참여한 소수 명망가 중심의 독립운동사 교육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전국 각지에서 3.1혁명을 주도했던 수많은 동포와 만주, 연해주에서 풍찬노숙하며 민족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이름 없는 의병, 독립군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민들이 이분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계속 발굴해야 한다.
저희 독립운동 유가족들은 국가에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솔선수범할 것이다. 국민들께서 독립투쟁의 치열했던 역사를 가슴 깊이 담고 각자의 터전에서 더욱 분발할 수 있는 동력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 각지에서 3.1혁명을 주도했던 수많은 동포와 만주, 연해주에서 풍찬노숙하며 민족을 위해 목숨을 던졌던 이름 없는 의병, 독립군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임종선 3•1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전) 광복회 의전복지국장
 (현)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공동대표
 (현) 3.1독립유공자 유족회장
 (현) 민족대표 33인 유족회장
 (현) 3.1혁명 연구소 대표
 (현)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
 (현) (주) 이젠엘티이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mg19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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