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와 미중 무역분쟁, 그리고 정보지정학

[이일환의 情(정보의 눈으로)•世(세상)•思(바라보기)]

이일환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 2019.04.17 09:33

이번 호에는 지난 3월호에 실렸던 칼럼(‘화웨의 딜레마, 경제정보전의 딜레마’)에 대한 후속적인 내용으로 작성하고자 한다. ‘화웨이’가 상징하는 미중 무역분쟁과 정보패권 전쟁을 정보화 시대와 정보지정학 및 정보역사의 거시적 흐름으로 관측해보려는 의도이다.


“우리는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은 ‘역사의 힘’과 충돌하면서 ‘역사의 황혼’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미국은 번영과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중국은 사이버스파이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사이버전 공격능력을 국가안보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미국은 국가의 가장 귀중한 자원인 ‘정보’를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는 지금도, 다음 세기에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 될 것이다.”
“데이터를 집약하고 통제하는 집단이 헤게모니를 장악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전문가집단에서 튀어나온 말들이다. 이 경고성 어구에는 미국의 승리 가능성을 예견하는 말도 있으나, 정보패권을 상실할지 모른다는 걱정스러운 경구도 종종 나타난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미국이 중국을 제압하고 정보 및 경제 패권국의 지위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김완규 한반도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진핑은 서서히 침몰하고 트럼프는 서서히 일어선다”고 단언한다. “시진핑이 경제회복을 위해 인민은행의 지불 준비율 인하, 투자 촉진을 위한 채권발행 확대,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감세 등 각종 양적 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는 회복의 기미는커녕 한없이 추락하면서 민심이반도 가속화되어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시진핑의 지도력에 큰 위협을 주는 등 시진핑을 점점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부언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 같은 재야 전문가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보방어와 획득전략’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찍부터 중국은 정보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달았다. 관련 법체계를 다듬고, 정책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2017년 7월부터 시행 중인 ‘국가정보법(the National Intelligence Law)’이 대표적이다. 동법은 제7조에서 중국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제7조는 중국 인민들이 국가의 정보와 관련한 일들을 의무적으로 돕도록 하고 있다. 서로를 감시하라는 내용도 있다.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공공기관들에게 ‘공안’이나 정보기관들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정보기관에서 국가안정을 흔들 위험이 있는 기관이나 조직, 개인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때 지원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물론 중국 측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확대 해석되었다고 반박한다. 선제적인 정보활동을 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중국의 기밀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이러한 정보통제 및 감시조치 강화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국 내부의 역사적 맥락과도 같이한다. 마오쩌둥 시절, 1966년 문화혁명을 시작하면서 “사회주의 노선 관철을 위한 투쟁에 필요하다”는 명분 아래 인민대중 속에 정보요원을 배치하고 감시했다. 1만여 명의 정보요원을 전국 각지에 철도를 이용하여 내려 보냈다. 공안국 지부(정보소조)들은 독자적으로 요원을 충원하고 가동할 권한도 부여받았다.


각 노동단위마다 정보요원을 은밀히 배치했다. 당시 정보책임자였던 Luo Ruiqing은 “성공적인 공작활동은 ‘이질적 계층요소’, ‘적대층’에 속한 인물을 협조자로 채용해서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매우 도덕적이라면서, 도덕적이냐의 기준은 인민의 이익을 위한 행동인지에 두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의 임무는 적들에 대한 정보수집과 보고서 작성, 공안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 수집이었다. 협조자에게는 커뮤니티에 대한 기본정보와 충성분자, 친밀한 사람, 정치적 결사체에 관한 프로파일을 축적하고, 방문객이 누구인지와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 등에 대한 동태를 파악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특히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타도 대상이 되는 인물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손바닥 보듯 꿰뚫었다. 이웃이나 직장 동료, 그리고 가족 구성원끼리도 스파이 활동을 해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이 말로 선동하고 분위기를 잡았다면, 시진핑은 법으로 중국 인민들로 하여금 스파이 활동에 가담하도록 하는 차이일 뿐이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 구석구석에 눈과 귀를 가지려는 목적이었다.


이런 중국 측의 다각적인 정보패권 장악 공세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한편으로 낙관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의 정보기술과 인터넷 기술에 대한 우월성은 도전받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불행히도 지정학적 자원만큼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의 지배력을 약화되어왔다.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경제정책의 오랜 강령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문호개방이 과연 득이 되느냐이다. 정보패권의 추구는 국가 간의 관계를 흔들면서 재조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정보화시대’라는 단어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정보를 가장 중대하고도 경쟁적인 지정학적 자원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라는 한물간 문장도 다시 꺼낸다. 특히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잘 안다. 좋은 데이터는 기업이나 국가에 우월한 경쟁력을 갖게 해준다는 것을 인식한다. 인도 모디 총리의 언급내용도 강조한다. “데이터를 집약하고 통제하는 사람이 헤게모니를 장악한다.”

이런 위기인식을 바탕으로 미국이 조치할 새로운 방안을 내놓는다.

❶ 정보화시대에는 데이터 중심적인 안보와 경제전략을 필요로 한다. 국가안보에 대한 네트워크 중심적 접근은 실패하고 있다는 이유다.
❷ 개인정보의 프라이버시는 국가안보의 문제이자 경제적 우월성을 좌우하는 요소인 만큼 소비자 보호가 병행되어야 경제적•국가안보적 측면에서의 우위 유지가 가능하다. 정보패권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자 권익을 무시하는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❸ 정보지정학은 경제•사회•국가정보기관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모든 분야가 전례없는 협업을 통해 중국과 같은 국가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군사기술분야에서 ‘first mover’로서의 이점도 줄어들고 있다. 과거 독일이 영국의 선박건조기술을 서서히 따라붙었듯이 지금의 중국도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데이터 이전을 수월하게 하고, 이는 ‘first mover’의 이점을 약화시키고 있다. 아테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가 일으킨 전쟁 ‘투키디데스 트랩’의 교훈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고 주창한다.


중국의 장래와 미중 무역전쟁의 결말을 놓고, 필자는 다소 소수의 의견에 가까운 내용을 서술했다. 정보나 정보기관의 역할은 정보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선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듣기 싫은 내용이나 소수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반영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 때문이다. 99명이 흰색이라고 해도, 1명은 붉은색일 수 있다는 주장이 공존해야 정보실패, 나아가 국가실패를 막을 수 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의 물결이 유럽을 뒤흔들고 있는데도, 광범위한 정보망과 탄탄한 정보조직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폭풍처럼 밀려오는 역사적 변혁의 물결을 이해하지 못했던 합스부르크 왕조의 과오를 우리나라를 비롯 서방정보기관들은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일환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정치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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