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자사고 넘어설 새 교육정책 디자인”

고교 체계 근본적으로 개선할 통합된 ‘공교육’의 큰 그림 그릴 때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19.08.06 08:30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사진=더리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사고 폐지에 대해 전문가의 시각에서 들여다보고자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위원 출신으로 광명 소하고, 과천중앙고, 충훈고에서 교사로 15년간 근무한 현장형 학자다.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실의 장학사와 교육정책디자인 연구소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자사고 폐지에 대해 일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 정부에서 시작 해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고, 대법원까지 가다 보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사고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이라고 말하며 “정부 정책에 따라 각광을 받기도 찬밥이 되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수한 학생이 자사고로 가면서 일반고의 슬럼화가 온 현상에 대한 책임은 있다”고 언급했다. 자사고 생존전략에 대해서는 “자율형이란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에 관한 상상력을 작동시켰어야 한다며 학생 선발권보다 미래형 교육과정을 만드는 방향으로 올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지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내세우고 있는 홍익인간 이념이나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목표는 일단은 모호한 면이 있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해석이 다르다. 좋은 이야기는 담겨 있는 데 반해 삶의 원리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공교육의 목표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공교육을 통해 개인의 성장이나 행복에 도움을 받고 성장한 시민은 국가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개인과 공동체의 입장 사이에 차이가 있다. 또 문서로 만들어놓은 목표와 실제와도 간극이 크다.
개인과 공동체, 문서와 실제 교육 목표의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앞으로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교육의 비전과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합의해야 한다. 과거 합의한 교육의 목표는 오래전 상황에 맞는 목표였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정상화를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나라 교육 자체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사학정책이나 방과후 정책들을 더 정교하게 설계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맥락에 맞지 않게 들여왔다. 그러다 보니 대중적 호응이 부족했고 성공한 정책이 별로 없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개혁안을 쏟아냈지만 현장 호응이 적고 실패가 누적돼 정부가 무엇을 발표해도 잘 안 될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어떤 안을 내놔도 믿는 이들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교육 경감대책을 내놔도 학부모들이 따르지 않고 각자 도생한다. 비전과 목표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권 교체에 따라 정책과 사업이 바뀌어 연속성과 일관성이 떨어졌다. 공교육 시스템 전체에 대한 체계적인 디자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사회 불평등이 교육으로 해소되어야 하는데 이 희망의 사다리가 단절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본다. 많은 정책이 관료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관료들은 프레임을 깨고 변화를 만드는 것은 주저한다. 중요한 의제인데 정책으로 채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을 둘러싸고 본질에 호소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부분적, 기능적 개선에만 매몰되어 있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열정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공교육의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일단 각종 OECD 지표나 성과를 보면 우리가 양적 지표에선 앞서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교사 효능감은 낮다. 생활지도나 교과에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다. 학생은 인지적 영역은 앞섰지만 정의적 영역(인간의 흥미·태도·감상·가치관·감정·신념 등에 관련되는 교육목표의 영역)은 떨어져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교육비에 엄청난 돈을 쏟고 대학 등록금 내고 취업 뒷바라지를 한다. 그 뒤엔 결혼자금과 전세비 장만 등을 위해 애써야 하는 ‘갑’과 ‘을’의 인생이 된다. 노후에 쓸 돈을 몰빵해줬는데 자녀 인생은 보장되지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다. 양적인 확장은 있었지만 질적인 성숙이 부족하다.
우리 교육의 강점인 역동적 교육열은 한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이었다. 한국 사회의 엘리트 학부모들은 과거의 패러다임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학력고사나 수능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자산으로 자녀들에게도 그런 삶을 강조한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고 있다. 

대학 중심에서 학과 중심으로, 진학보단 진로가 중요한 시대로, 성적에서 성장으로 시대 정신이 변모하고 있다. 국영수사과가 아니라 본인의 강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래 교육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 현실을 보고 있다. 시대가 바뀐 건 알지만 주변사람들에 동요되어 움직이다 보니까 삶의 문법은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본다. 선택이 중요한 때다.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사진=더리더

-자사고 폐지가 서열화를 막고 학생에게 패배감을 준다는 이유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데

▶우선은 자사고, 특목고의 일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꺼번에 제도를 일몰하는 방식은 지금 현 정부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고, 대법원까지 가다 보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단계적 접근을 하는 건데 현재 여건에서 제도적 일몰은 어렵다고 본다.
다만 우리 고교체제는 땜빵 구조로 일관된 철학 없이 시행령 중심으로 그때그때 만들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체제는 복잡한데 내용상으로는 획일화되어 있다. 고교 체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통합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그렇다면 대입제도는 어떻게 보시나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대학교는 엄밀히 말하면 앞으로 선발 경쟁이 아니라 모집 경쟁을 해야 할 거다. 대학에서도 위기의식을 가지고 내신 절대평가 전환을 대비해야 한다. 수능이나 내신 절대평가를 하면 변별력을 운운하는데, 대학에서도 학생선발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1~2점 점수경쟁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보다는 들어온 학생을 잘 길러내겠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 스스로 어떤 인재를 길러내려고 하는지,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수능을 공정하다고 보지만 표준화된 평가를 통해 서열화하는 방식은 펭귄, 오리, 코끼리, 거북을 두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누가 빨리 나무에 올라가는지를 가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각각 특성에 맞는 방식이 있어야 한다. 대입 전형 역시 재능에 맞춘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서열화 문제는 대학 특성화로 풀어야 한다.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지 않고 서열화에 안주하고 있다.

-5년에 한 번 운영성과 평가결과에 따라 자사고의 운명이 나뉘게 된다. 기준과 방식에 대한 의견은
▶자사고 평가 기준을 보면 재정이나 시설, 교육과정, 선행학습 위반 등을 살피고 있는데 평가 기준에 문제는 없다. 다만 기준점이 교육청마다 동일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분명 자사고 안에도 옥석은 있다고 본다. 미래형 교육과정 모델을 제시한 일부 자사고 모델은 인정해주고, 그렇지 않은 학교는 일반고로 과감하게 전환하는 방식이 전략적으로 좋다고 본다.
자사고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정책에 따라 움직였음에도 각광을 받다가 어떤 때는 찬밥이 되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우수한 학생이 특목고나 자사고로 감에 따라 일반고의 슬럼화가 온 현상에 대한 책임은 있다고 본다.

-자사고 폐지와 더불어 일반고의 발전방향도 함께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책에는 어떤 것이 있나

▶공이 일반고로 넘어왔다. 왜 학부모들이 특목고를 보내려고 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첫째로 우수한 학생이 모여 면학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둘째로 대학에 갈 때 프리미엄이 있다는 거다.
일반고에서 교육 과정의 다양화나 특색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외고나 자사고를 안 가도 일반고 안에서도 어학이나 과학을 잘하는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해소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좀 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와 학교 간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출석일수로 졸업 기준을 잡는다. 출석일수만으로 졸업기준을 잡는 나라는 드물다. 최소한의 성취 수준에 이르지 못했어도 졸업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고교학점제는 최소한의 성취 수준에 도달해야 졸업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본인이 있는 학교에서 따기도 하고 일부 다른 학교나 온라인, 대학에서도 강의를 듣고 학점을 이수하는 유연한 학교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공동 교육과정이라고, A학교에서 연극을 개설하고 B학교에서 영화학과를 개설하면 A고와 B고를 서로 오가면서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지역을 하나의 캠퍼스로 보면 우리 학교에 없는 수업을 인근의 다른 학교에서 듣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면 굳이 특목고나 자사고를 가지 않더라도 적성에 맞는 교육이 가능하다. 개별 학교에서 학생들의 특성화 교육을 모두 감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근 학교 지역으로 펼치는 유연한 시스템으로의 확장에 투자가 필요하다. 공유경제의 정신을 고교체제에서도 살릴 수 있다.

-앞으로 남은 자사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준다면
▶자립형 사립고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자. 김영삼 정부에서 531 교육개혁에 자립형 사립고가 들어갔고 김대중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어왔다. 그 당시 자사고의 가치는 부모와 학생으로부터 선택받는 학교였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학교가 학생들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데 평준화 체제에 대한 보완은 약했다. 공교육에 대한 답답한 불만과 구별에 대한 욕망, 명문대 진학에 대한 갈망이 합쳐진 결과였다.
자사고는 자율의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에 관한 상상력을 작동시켰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입시경쟁에 함몰되면서 고교교육 생태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일반고의 슬럼화 현상을 만들어냈다. 자사고 정책에 대해서 온전한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근본적 질문이 필요한 때다. 

자사고 역시 공교육의 주체인데 예산 없이 학부모의 경제력으로 운영되는 게 맞는 방식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자사고에도 예산을 지원해주고 공교육의 가치와 비전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자사고가 그동안 일정하게 자율과 분권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기여했다면 이제는 일반학교의 전반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정책을 디자인해야 할 때다. 학교를 다양한 색으로 만들어낼 청사진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자사고에서도 학생 선발권보다 미래형 교육과정을 만드는 방향으로 올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치권에서 교육 정책을 수립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나
▶배는 물이 없이는 뜨지 못하지만, 배 안으로 물이 들어오면 침몰하는 것과 같이 이해관계는 고려하지만 매몰되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가 이념갈등보다는 학생들과 미래를 위한 길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치라면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고교체제는 단순화하고 내용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질적인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거라고 보긴 어렵다. 이를 복원하고 회복시키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에 정치의 역할이 크다고 본다. 미래형 고교체제를 구상해나가는 방식을 정치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가 꿈꾸는 이상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공교육 정상화를 넘어서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 수준이 목표가 아니라 그 이상을 꿈꾸어야 한다. 그간 우리 교육은 학생 하나하나를 귀하게 보고 키워나가는 교육이 아니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발견해내서 개별화,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표준화된 교육문법의 틀에서 탈피하여 개별형, 맞춤형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숙제라고 본다.

김성천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1973년생
●성균관대 교육학 박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실 장학사
●광명 소하고, 과천중앙고, 충훈고 교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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