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의료계 KS마크 부여기관 될 것”

저조한 인증률 제고 위한 ‘단계별 인증제도’ 개정안 빨리 통과돼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19.08.08 08:22
한원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KS(Korea Industrial Standard, 한국 산업규격)인증은 제품·서비스·농수축산물 가공식품에 부여하는 인증 마크로 국가가 정한 KS 수준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KS마크는 소비자들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 지침서 역할을 한다. 병원에도 유사한 인증 체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의료기관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하 인증원)이 의료기관의 시스템과 의료서비스 품질을 조사하고 평가하여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원곤 인증원장은 “의료기관인증제도는 병원의 질적 수준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절대지표”이며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개선이 의료기관 인증의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중소병원의 인증률이 1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며 “인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중소병원을 위한 ‘입문인증제도’를 신설하는 ‘단계별 인증제도’를 구축함으로써, 의료기관 인증에 대한 환자와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인증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보는 인증으로는 식품안전관리인증 HACCP 마크, 한국 산업규격 인증인 KS마크 등이 있다. 이런 인증은 정부가 제품 품질에 대해 우수하다고 승인하는 것이다. 공산품이라는 하드웨어에 대한 승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기관 인증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의료기관의 하드웨어인 건물을 인증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시스템과 의료서비스의 질이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지,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인증하는 소프트웨어 인증이다.

-의료기관인증제도의 정의와 인증받은 병원의 수는
▶국민의 소득수준 증가와 소비자 권리 신장에 따라 의료 질 향상은 세계적 추세*다. 특히 의료기관의 의료 질과 환자안전의 수준을 공식적으로 평가하는 의료기관인증제도는 의료 및 보건서비스 정책에서 중요하다. 2011년부터 시작한 의료기관인증제도는 의료기관이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도록 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인증제도 이전의 평가에서는 ABCD의 등급으로 평가 결과가 나와 순위가 매겨져서 평가대상 간 상대평가가 가능하였던 반면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이 인증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여부를 의료기관간 결과를 비교할 수 없고 과잉경쟁을 방지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운영한다. 공표된 인증조사 기준의 일정 수준을 달성한 의료기관에 대해 인증 마크를 부여하게 된다. 현재 의료법 제58조에 따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자율적으로 인증을 신청할 수 있으며, 2013년부터 시작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인증은 병원의 인증신청이 의무이다. 2019년 6월말 현재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5806개소 중 2248(38.78%)개소가 인증조사를 신청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병원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대전 중구 병원 앞에서 3주기 의료기관인증 현판식을 개최하고 있다.대전성모병원은 지난 2011년 1주기 종합병원 의료기관인증 획득에 이어 2023년까지 12년 연속 인증의료기관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사진=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제공
-인증을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조사 기준과 방식은
▶인증기준은 의료기관 전체의 질적 수준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본가치, 환자진료, 조직관리, 성과관리 등 크게 4개의 영역과 91개 기준, 52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인증기준은 표준화된 서비스 제공과 질 관리를 위한 의료기관 차원의 규정, 절차 등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우선 확인하고, 실제 갖춘 시스템에 따라 수행하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3주기 급성기병원 인증기준은 올해 6월 ISQua(국제의료질향상학회)의 인증 프로그램을 재획득하여 우리나라의 기준이 국제적 수준임을 인정받았다.
인증조사는 전문교육을 이수한 조사팀이 4일간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진료와 치료 경로에 따라 의료진 및 환자 인터뷰, 서류검토, 현장관찰 등 추적조사를 통해 520개 항목의 충족여부를 확인한다. 현장조사를 통한 조사결과는 의료계, 소비자시민단체, 보건의료전문가와 정부 등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인증심의위원회에 상정되어 인증등급을 판정하게 된다.

-지진과 재해 등에 대비한 설계 및 시설 설치 의무 등도 들어가는가
▶설계나 시설 설치에 국한하기보다는 재난 발생 시 실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전반적으로 마련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인증조사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 재난에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난, 의료기관의 물과 전기공급 차단, 지역사회 화재 등이 해당된다. 우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재난 유형을 파악해 재난 시 의료기관 내(외)부에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다음으로 대응팀을 구성해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여 훈련을 수행하는지 확인한다. 대비책은 의료기기와 필요물품을 확보해 적시에 물품 제공이 가능한지까지 확인하며, 연 1회 이상 모의훈련을 수행하고 결과를 평가해 취약 부분에 대한 개선방안을 수립하도록 유도한다.
재난상황 외에도 의료기관 설비시스템과 관련해 무정전전원장치(Uninterruptible Power Supply, UPS)를 설치하고 가동상태를 점검하도록 해 비상 시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가 중단 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확인하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암 환자 수술을 하고 있는 의료진/사진=화순전남대병원 제공
-인증원은 인증 외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크게 의료기관 인증 사업과 환자안전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자안전사고를 보고받아서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보건의료기관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확산하는 보고학습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선진국 수준의 환자안전 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부에서 수립한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18~‘22)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9년에는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를 비롯하여, 보건의료기관의 환자안전활동을 돕는 현장지원 사업 및 환자안전지원센터 예비사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연구 과제 기획, 성과 교류와 홍보, 성과 활용 및 확산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환자안전연구 코디네이팅센터 역할과 보건의료환경 변화나 정책 방향에 따른 기준 개발 등 인증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018년 환자안전 통계연보’를 발간했다. 통계 결과로 본 최근 환자안전사고 현황은 어떤가
▶지난해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건수는 「환자안전법」 시행일(’16.7.29)로부터 3년간 꾸준히 증가해 전년 대비 약 2.4배 증가한 9250건이 보고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고 유형은 낙상 사고가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다음으로 투약 오류 사고다. 하지만 이는 자율보고 현황으로 전체 현황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규모를 추정하고자 공공의료원을 대상으로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
보고자 유형별로는 보건의료종사자의 보고가 가장 활발했고, 특히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약국 등 보건의료기관의 참여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반면 환자와 환자보호자의 자율보고 참여율은 저조한 상태여서 대국민 환자안전제도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교육·홍보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환자안전사고는 자율보고제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동시다발 사망사건의 원인이 신고가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보건의료인이 의료사고 정보 공유에 따른 처벌의 두려움으로 보고를 꺼릴 경우 환자안전 문제 파악에 어려움이 있어, 현행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의무가 아닌 자율로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환자안전사고 자율보고 건수는 2017년 3864건, 2018년 9250건, 2019년 6월말 기준 583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환자안전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의무로 하면 더 확실하게 체계를 잡을 것이라는 생각에 의무를 종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 자율보고체계가 우리나라 환자안전문화로 정착되면서 의무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된다.
의무부터 시작하면 사고의 원인이나 문제점을 파악하기보다는 처벌에만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환자안전법」시행으로 환자안전사고의 자율보고가 도입된 이후 3년이 경과하였다. 자율보고와 함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의무보고를 함께 추진함으로써 체계적인 환자안전사고 예방과 견고한 환자안전관리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계 역시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있다. 헬스케어 스마트화에 따른 인증기준 및 안전시스템 변화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4차 산업혁명 기반 헬스케어 발전전략에 따르면 앞으로 의료인력과 자원관리, 환자 스케줄링, 병원설계 등 의료 프로세스 전반이 스마트 병원으로 구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접수, 수납부터 진료, 검사, 투약 및 자원배치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빅데이터·알고리즘을 이용해 즉각적인 데이터 수집과 판단으로 환자 치료가 결정되면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정확하고 빠른 진단과 치료 환경이 병원에 구현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인증기준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지능형 기기, 3D프린터 등 신개념 의료기기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 관리 기준의 세분화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증제는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스스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오류를 개선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을 두는 제도다. 그런 만큼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 의료계 현장과 미래 분석을 통해 스마트화되는 의료기관의 현장을 오롯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6월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3D 프린팅 2019’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이 전시되고 있다./사진=뉴스1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나 의료환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환자안전법 시행 이후 지적된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정기적인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 실시, 중앙환자안전센터 및 지역환자안전센터 지정과 운영,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의 의무보고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환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보건복지상임위에서 심의 의결됐으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5월 29일에는 ‘환자안전일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안전한 의료환경 만들기’를 주제로 보건의료기관 내에서 발생하는 폭언·폭행을 근절하고 보건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회복을 도모하고자 개최됐다. 이는 故 임세원 교수의 사망사고와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폭행 사건 등 보건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환자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자의 의식 변화다. 의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없다. 과거에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사가 갑, 환자가 을인 관계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자를 나의 고객, 내가 보살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의식 변화가 생겼다.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사와 간호사, 의료인들의 의식 변화가 환경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기관 인증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병원은 어떤 곳인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계획은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은 자율적으로 인증에 참여할 수 있으나 중소병원 참여율이 저조하다. 상급종합병원과 절반 이상의 종합병원은 인증에 참여하고 있고, 의료법에 따라 모든 요양·정신병원이 의무인증을 받고 있지만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의 인증 참여율은 5~7%다. 중소병원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인증기준이 높고, 인증 준비에 드는 비용에 비해 이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예를 들어 인증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100만원을 썼는데 차후에 매출은 10만원밖에 오르지 않는 식이다. 별도의 인증제도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인증기준을 낮추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지만 모든 병원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기준을 낮추면 전체 병원의 의료 질의 수준이 떨어질 수 있어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이에 지난해 의료기관인증혁신T/F를 만들어 인증제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인증 관련 인센티브 마련 및‘단계별 인증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인증 전 단계에 입문인증과정을 신설해 중소병원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의료 질 관리체계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인증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계별 인증제도를 포함한 의료법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한 상태이며 현재 국회 논의 중에 있다. 향후 의료계와 협력을 통해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법 개정 노력과 동시에 정부 협조를 통한 시범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제도 안착 및 확대를 위한 방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여 중소병원의 인증 참여율을 높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원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원장
1952년생
연세대학교 의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제7대 강북삼성병원 병원장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장
주한미군 121병원 외과 임상자문의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대한외과학회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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