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글로벌, ‘소통의 벽’ 허물고 일자리 절벽 넘다

조연정 대표, “시니어 한국어 튜터로 세대간, 문화간 벽 허무는 게 SAY 비전”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19.08.23 14:30
조연정 세이글로벌 대표
UN은 전체 인구에서 만 65세 이상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기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노년인구가 712만 명(전체 인구대비 14.2%)을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고령사회 진입 불과 7년 후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이 발표됐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5년 1000만 명을 넘기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기고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를 지칭하여 액티브 시니어라고 한다. 고령화가 점차 심화되면서 액티브 시니어층 역시 급증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새로운 소비주체이면서 동시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다. 세이글로벌은 새롭게 부상하는 시니어 고급인력을 활용해 시니어 한국어 튜터 강의 서비스인 세이스피킹을 운영하고 있다. 조연정 세이글로벌 대표는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1차적인 목표를 넘어 세대 간, 문화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세이글로벌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액티브 시니어 비중이 크게 늘었다.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예전에는 시니어 비즈니스라고 하면 시니어 전용 제품이나, 그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이글로벌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5년 전에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시작점이었다. 그때 프로젝트를 하며 깨달은 점은, 많은 시니어가 본인의 경력이나 경험을 살려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내가 젊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들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창구를 많이 만들면 우리 사회가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세이글로벌의 세이스피킹은 대표적인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인데 어떤 사업인지 소개 부탁한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분들을 선발해 자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을 한국어 튜터로 양성한다. 트레이닝이 끝나면 튜터와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매칭해준다. 세이글로벌의 미션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지만, 더 나아가서 세대 간, 문화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갖고 있다.
세이글로벌의 SAY는 Seniors And Youth의 약자다.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풀 네임으로 부르다가 간략하게 하자고 해서 SAY로 만들게 됐다. Say는 영어로 ‘말하다’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우리 사업과도 잘 맞는 것 같다.

-세이스피킹 아이디어를 처음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제가 세이글로벌 대표를 맡고 있고, 조용민이라는 친구가 COO, 윈쿠안이라는 친구가 CMO다. 이 세 명이 공동 창업자다. 용민이라는 친구가 군복무를 노인복지관에서 했는데 당시에 복지관에 있는 많은 시니어분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니즈를 들을 수 있었다. 시니어들은 시간도 많고, 뭔가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도 있었다. 고학력의, 좋은 직장을 다녔던 분들이 많은데 은퇴 후 너무 지루한 삶을 보내는 게 안타까워 아이디어를 내보자고 했다.
이런 시니어들이 단체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떠올린 콘텐츠가 한국어였다. 세 명 모두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교포들은 주말마다 한국어를 배우러 한글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니즈를 활용해보자고 해서 제가 다녔던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담당하는 교수님께 연락했다. 한국에 원어민 시니어들이 많은데 이들과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과 매칭해 회화 연습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시작했다. 2년 반 동안 봉사활동 개념으로 계속 진행했다. 그러다가 점차 프로젝트 스케일이 커지면서 스타트업으로 전환하게 됐다.

이계원 튜터가 외국인 학생과 온라인으로 세이스피킹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세이글로벌 제공
-세이스피킹 튜터로 활동하는 시니어들은 어떻게 선발하고, 튜터를 하기 전에 트레이닝을 따로 받나
▶현재 튜터는 25명 정도다. 먼저 세이글로벌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튜터 지원서를 쓰게 된다. 지원서에는 튜터에 지원하는 동기와 경력, 그리고 한국어 티칭 경험이 있는지 등을 쓴다. 지원서를 접수하면 1차적으로 검토를 해서 화상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을 통과하면 대면 면접을 마지막으로 한 번 거쳐 선발이 된다.
선발이 된 튜터들은 다음으로 트레이닝을 위해 온보딩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거기서는 한국어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도 있지만, 교수법과 소통하는 법, 외국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코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 이후에는 저희와 직접 만나 간략하게 트레이닝을 한번 더 받는다. 커리큘럼 사용법이나 그 외에 영상에서 배우지 않았던 부분들을 오프라인 트레이닝을 통해 배우고 나면, 학생들과 매칭이 된다. 예전에는 서울시 50+재단과 제휴를 맺어 재단을 통해 지원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웹사이트로 직접 들어오는 지원이 많아 제휴는 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갑자기 수요가 늘면 다시 재단과 협업해 리크루팅을 할 생각이다.

-시니어튜터와 함께 학습한 수강생들의 만족도와 피드백은 어떤가
▶세이글로벌에서는 각 수업마다 피드백을 받고 있다. 학생과 선생님 모두 피드백을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학생들이 작성하는 피드백은 튜터 평가, 오디오와 영상 품질 평가, 그리고 기타 요청 사항 등이다. 튜터들은 피드백에 그날 가르쳤던 어휘나 문법, 예시 등을 정리해서 쓴다. 각 수업마다 양쪽에서 모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지금까지 받은 학생 피드백은 2500~3000개 정도 되는데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92로 매우 높다. 자세한 코멘트를 읽어보면 선생님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다. 커리큘럼이나 웹사이트 기능에 대한 만족도 있지만, 학생들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선생님이 나를 케어해준다고 느낀다’, ‘선생님이 나와의 수업을 위해 정말 많이 준비하고 노력한다는 것이 느껴진다’와 같이 정성에 대한 피드백이 많다.

-최근 BTS 열풍 등으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을 것 같은데

▶최근 한류열풍이 정말 거세다고 현장에서도 많이 느낀다. 한류열풍에 따라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숫자도 많이 달라진다. BTS나 다른 K-POP이 좋아서 한국어에 관심이 생기고,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이유로 접속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K-POP으로 시작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실제로 한국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등 단계가 높아지면서 우리 사이트에서 수업을 배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1:1 수업을 듣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 와서 직접 한국어를 써보고 싶어 하는 학생도 많다.

-시니어 비즈니스 사업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세이글로벌의 사업영역 확장에 대한 계획은
▶우리는 한국어로 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고령화 이슈가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다. 그런 나라들 중 그 나라 언어 수요가 늘어나는 시장이 있으면, 그 언어로 세이스피킹 모델을 적용해서 확장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장기적 목표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1:1 영상 수업만 하고 있지만, 시니어들이 콘텐츠 개발에 참여한다든지,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직접 촬영을 한다든지 등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는 단계다. 시니어들은 가르치는 역할 외에도 더 다양한 것을 할 의향도, 능력도 있다. 티칭 경력이 쌓인 분들은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 어떤 커리큘럼이 필요한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시니어들의 활동 범위를 늘려나가는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니어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역할로 여겨져왔다. 민간분야의 역할을 더욱 활발히 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민간분야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환경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실제로는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특정 지원금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트레이닝을 수십, 수백 시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좀 더 스타트업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구성됐으면 좋겠다. 교육 이수도 좋지만 프로그램 스케줄이나 참여 방법을 유연하게 한다면 충분히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교육이면 시간을 쏟아도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상황들을 고려해서 지원됐으면 좋겠다.
또한 최근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이 많이 늘고 있다. 기업들의 지원은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된다.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고 전략적인 조언이나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큐베이팅하는 기업들에게 혜택을 준다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 스타트업까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Lisa와 이계원 튜터의 수업 화면/사진=세이글로벌 제공
-액티브 시니어층이 확대되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젊은 층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어떤 문화 혹은 가치관이 정립돼야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
▶시니어와 젊은 층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1차적으로 시니어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창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젊은 층이 앞으로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시니어층이 점차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 후반~60대 초반의 시니어들은 충분히 일을 할 의향, 의지, 능력이 있다. 시니어들은 오히려 아무리 찾아도 할 수 있는 활동이 없다고 한다. 시니어들이 그들의 경험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욱 많이 만들어진다면 그런 세대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일자리를 얻고 사회 안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들과 소통도 이뤄질 것이다.

-개인적인 인생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세이를 하면서 크게 느낀 점이 있다. 무엇을 할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에게 좋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좋은 직장이었지만 ‘내가 이 사회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지?’라고 자신에게 물었을 때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세이를 하면서 ‘내가 튜터분들의 인생을 바꾸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보면서 ‘단순히 한국어 교육이 아니라,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주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그런 날은 더욱 힘이 난다. 무슨 일을 하든 좀 더 사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조연정 세이글로벌 대표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졸업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마케팅 인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Investment Banking부서 애널리스트
2019 포브스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 선정
2019 까르띠에 여성 창업가 대회(Cartier Women’s Initiative Awards) 우승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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