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한 이해와 오해

[안민호 여론객설(輿論客說)]

숙명여자대학교 안민호 미디어학부 교수 입력 : 2019.09.02 09:50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내가 참 다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열리면 특별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외부로부터의 비판에 직면할 때 “당신들이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알아”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있다. 일상적으로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자기 이해의 주체는 자신이라는 생각,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본인 스스로라는 생각의 반영이다. 타자의 개입을 배제한 자기중심적 자아관이다. 이런 생각은 인간의 행위를 유발하는 것이 마음인데 그 내부의 숨겨진 마음은 다른 사람들이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다. 타자 이해의 어려움에 대한 말이다. 당연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자신의 행동은 자신만이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적 과제로 그리스의 어느 철학자가 언급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경구만 떠올려도 이런 자기중심적 자의식에는 분명한 한계와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거짓 없이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의 날카로운 직관적 언급 또한 자신을 제대로 알고 진실되게 설명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임을 일깨운다.

◇본인보다 더 정확한 주변 사람들의 예측과 설명

조세프 월풀이라는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 한 적이 있다. 한 클래스의 10대 학생들에게 20년 후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지를 적어 내도록 하면서, 비교의 목적으로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친구의 미래에 관한 동일한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을 추적해 그들이 실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결과가 어떠했을까? 본인 스스로의 예측과 가장 친한 친구의 예측 중 어느 것이 20년 후의 실제 상황과 더 부합했을까? 답은 후자, 즉 친구의 예측이 훨씬 더 정확했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미국의 한 메이저 자동차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자신들의 차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구매 동기와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자동차 구매 행위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차세대 모델의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실망스럽게도 그렇게 조사된 결과를 적용해 생산한 새로운 모델은 기대와 달리 잘 팔리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해 발생하자 조사팀은 고민 끝에 설문을 수정해 자동차 구매자의 친구나 주위사람들에게 구매 이유가 무엇인지를 추정해 답하도록 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후속 모델의 판매 증대로 이어졌다. 자동차 구매의 진짜 이유를 구매자 본인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이 더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자신의 일탈을 우연한, 특정상황이 만든 실수나 해프닝으로 설명하는 오류
설명해야 하는 자신의 행위가 일탈적 성격을 가질 때 스스로의 해석은 더욱 편견과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럴까?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정보 과잉에 의한 편견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흉악한 범죄자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유사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지만, 범죄자 본인 스스로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과잉정보로 인해 본인의 일탈적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수많은 이유를 마음에 떠올릴 수 있는데 이때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자연스레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적 정보에 주목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일탈적 행위는 우연한, 특정상황이 만든 실수나 해프닝일 뿐 자신의 일반적 성향이나 특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오해된다. 일탈적 행위에 대한 다른 이들의 설명은 자신을 모르는 자들의 무지함이나 복잡한 원인과 상황에 대한 단순한 일반화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된다.

◇인간 행위의 본질에 관한 존재론(Ontology)적 질문
사실 이런 문제는 사회과학자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존재나 현상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존재론(Ontology)이라고 하는데, 앎 또는 지식이 무엇인가에 관한 철학적 질문인 인식론(Epistemology)과 함께 존재론적 질문은 사회과학 방법론의 타당성 논쟁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된다. 인간에게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 선택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나 가능한가. 인간은 매일, 매달, 매년 여러 상태를 거쳐가며 변화되는 존재인가 아니면 어느 정도 지속성을 가진 개인적 성향으로 설명 가능한 존재인가. 인간의 삶과 행위라는 것은 일반적 요인들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 설명 가능한가. 아니면 단지 상황 조건적일 뿐인가. 존재론과 관련된 이런 주요한 질문에 사회과학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독립적 선택은 제한적이고, 그래서 인간의 삶과 행위는 사회적이고 보편적이며 지속성을 가진 개인적 성향과 일반적 요인들에 의해 설명, 예측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객관적 자아와 주관적 자아
이런 사회과학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데 기여한다. 내가 생각하는 특수한 나와 남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나 사이의 상호작용과정을 연구하는 대표적 이론 중의 하나가 ‘상징적 상호작용이론’이다. 이 이론은 타인들이 나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나의 인식을 ‘일반화된 타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일반화된 타인’이 내재화를 통해 통합되고 조직된 것이 자아개념이다. 자아는 객관적 자아(me)와 주관적 자아(I)라는 두 가지 양상을 가지는데, 주관적 자아는 개인의 충동적이고, 무지향적이며, 비예측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객관적 자아(me)는 일반화된 타인으로, 타인들과 공유된 조직적이고 일관성 있는 패턴으로 구성된다. 객관적 자아는 일생에 거친 타인들과의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는데 그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중요한 타인(significant others)’이다.

◇중요한 타인
앞서 소개한 미래를 더 잘 예측한 친구들이나, 자동차 구매 동기를 더 정확히 파악한 주변사람들이 바로 중요한 타인이다. 개인에 따라 중요한 타인은 다를 수 있는데, 어떤 이에게는 가장 친구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다.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신념 결사체의 동지일 수도 있다. 신앙인에게는 하나님일 수도 있고 부처님일 수도 있다. 롤 모델이 되는 유명인이나 위인일 수도 있고, 소셜 미디어의 일촌 친구일 수도 있다. 더 넓게는 일반 대중일 수도 있고, 대중 매체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이런 중요한 타인들은 인간 행위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중요한 타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객관적 자아고, 그것이 결국 그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공직자의 중요한 타인
공직자의 행위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타인은 매우 중요하다. 인사 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중요한 타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만약 공직자의 중요한 타인이 일반 시민들과는 동떨어진 매우 특수하고 협소한, 편향적 소수라면 그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 바로 소통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소통에 능해야 하고 그래서 그 간극이 다른 이들에 비해 좁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설명만이 진실이고, 스스로가 동의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평가나 설명은 가짜 뉴스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모습을 접하다 보니 쓸데없이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안민호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언론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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