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 구축 필요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차동길 교수 입력 : 2019.09.02 09:56

◇한반도는 기울어진 운동장

북한은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위해 실시하는 연합연습에 대해 전례없이 강도 높은 비난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적 도발로 한•미연합연습의 중단을 요구했다. 군사적 위협에 따른 행동이라기보다 한반도의 주권자임을 과시하는 전략적 행동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거나 이에 관한 해명 등을 하기 전에는 남•북 간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군사연습의 이름이나 바꾼다고 이번 고비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잘못 짚었다며”, “앞으로 대화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꼭 계산할 것이며 남조선당국의 처사를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머리를 조아리고 나오라는 대남 강압 전략이다.


이처럼 북한의 대남전략은 도발과 타협에서 강압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상의 동력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북한의 어떤 비난과 군사적 도발에도 참고 인내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한•미관계를 갈라치기에 성공하고, 미국과의 소통창구를 확보한 상태에서 한국을 강압하여 조국 통일전략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한반도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즉 북한이 핵 무장한 상태에서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대북 억제력을 완화한 가운데, 남•북 간 군사력을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한 것이다. 사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정에서 미국 핵우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는 핵우산 정책이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은 한•미•일 협력체계의 균열, 그리고 한•일 갈등문제와 맞물려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과 북한 간의 비핵화 협상이 현재와 같이 진전됨 없이 장기간 지속하거나, 핵 동결 상태에서 미•북 평화협정체결 등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핵 무장한 북한과 평화체제 구축 가능할까
북한이 핵 보유 상태에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과연 남북 평화체제 구축이 가능할까. 지금도 그렇듯이 북한은 핵 무력을 기반으로 한국의 정책에 사사건건 개입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강요할 것이다. 만약 한국이 북한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군사적 도발로 위협하고, 한국 내 북한체제 추종세력(혁명세력)을 결집하여,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를 압박할 것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한다 해도, 북한은 한국 내 혁명세력을 조종하여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나서게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적대적으로 북한을 대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향후 제기되는 모든 남•북 문제에서 북한이 주도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조국 통일전략에 따라 북한체제로의 적화통일을 추구할 것이다. 이것이 북한 핵무기 독점의 절대적 위험성이고, 남•북 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한 이유이다. 물론 북한 내 급변사태 등으로 인한 핵무기 통제력 상실도 배제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가.

◇한•미 전술핵 공유로 쌍균형 안보태세 구축해야…
쌍균형(雙均衡) 안보태세란 남•북 간 재래식 군사력 균형과 핵 균형을 의미한다. 한반도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북한의 핵 독점으로 인한 핵 불균형을 의미하며, 한국의 핵 보유를 통해서만 복원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핵 보유가 가능한가이다. 한국이 핵 개발능력이 있다 해도, 핵 개발은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한국은 나토(NATO)의 전술핵 공유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5개 나토(NATO) 회원국(독일•이탈리아•터키•네덜란드•벨기에)과 전술핵 공유협정을 체결하고, 이들 나라의 6개 공군기지에 약 160기의 전술핵 폭탄(B61)을 배치해놓았다. 평상시에는 미군이 핵무기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사 시(핵전쟁 발발 시) 각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및 자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이들 회원국은 ‘핵 계획단(NPG, Nuclear Planning Group)’을 구성하여 핵전략과 핵무기 운용정책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전술핵 공유를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핵전략 변화이다. 즉 저강도 핵무기 사용에 유연성을 보인다는 점인데,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6월 ‘핵 운용(Nuclear Operation)’ 지침에서 “전투 중 한정적인 핵무기 사용”을 적시함으로써 제한적이지만 전장에서 전술핵 사용이 가능토록 했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핵무장하는 방법은 1991년에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고, 그 방식은 나토(NATO)국처럼 미국과 공유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한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본질적 의미는 핵 군비경쟁이 아니라, 남•북 간 핵 균형을 이루어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핵 군축을 통한 실질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즉 지지부진한 미•북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다.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국가 존망의 문제라는 점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로 중국의 개입을 허용했던 사드 사태를 교훈 삼아 분명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술핵 재배치의 궁극적인 전략목표가 핵 군축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논리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여부는 핵무기를 평시에 미국이 관리하고, 전시에 북한이 핵 공격을 하여 사실상 조약이 효력 정지되는 경우 사용한다는 점에서 위반이라 할 수 없다. 아울러 비핵 국에 핵무기 반입문제도 조약 체결 시점인 1970년 전에 배치된 것을 재배치하는 것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론통합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 생존이익의 관점에서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의 필요성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겠다.


차동길 단국대학교 교수
예비역 해병 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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