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제도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입력 : 2019.10.01 10:59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국회의 교섭단체는 국회의원 20인 이상으로 조직되어 국회의원의 좌석 배치, 위원회의 위원 배정, 국회 본회의 및 위원회의 의사일정이나 회의진행방법에 관한 협의 등과 같은 국회운영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국회 안의 단체로서 원내정당 또는 원내정파를 말한다. 

교섭단체제도는 원래 정당 및 정치집단의 과도한 분열로 인해 의회의 원활한 운영이 저해될 수 있으므로 필요최소한의 의원들로 하나의 단체를 구성하게 하여 각 단체별로 소속의원의 의사를 사전에 통합, 조정하도록 한 후 각 단체 간의 교섭을 통하여 국회의 의사를 원활히 운영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교섭단체를 통하여 국회 내의 의제형성에 관한 논의가 전개되고, 교섭단체가 존재함으로써 국회의 의정활동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본회의와 위원회의 원만한 의사진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간 권한과 위상의 차이는 무척 크다. 교섭단체에 대해서는 국회운영의 협의권 이외에 교섭단체 전체에 국고보조금 50% 우선 균등배분, 위원장 배정 및 위원 선임권,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간 배정, 교섭단체용 사무실 제공, 정책연구위원과 행정보조요원 배정,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비롯해서 각종 위원회의 위원 추천권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즉,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또는 의원과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 또는 의원 사이에 차별이 크다. 그래서 2001년에는 새천년민주당이 우호관계에 있는 자유민주연합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4인의 의원을 임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18대 국회에는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연합하여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구성하였고, 지난해 4월에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구성하였다.

지난 17대 국회 총선에서 10인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킨 민주노동당은 2004년 7월 8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교섭단체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교섭단체정책연구위원 임용 등에 관한 규칙’을 표결 통과시키자,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제도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을 차별한다는 이유로 국회법 제34조 등의 위헌확인을 위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8년 3월 27일 국회에서 세계관 및 가치관 그리고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의원들을 하나의 교섭단위로 인정하여 자체적으로 하나의 공통의견을 내도록 한다면, 그러한 의사의 통합·조정 작업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고, 신속하고 능률적인 의사진행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인데, 국회의원 개개인보다는 그들의 결사체인 정당 등 교섭단체가 입법활동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국회 입법활동의 활성화와 효율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섭단체의 전문성을 제고시켜야 하므로, 교섭단체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공무원 신분인 정책연구위원으로 임용하여 그 소속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보좌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교섭단체는 정책연구위원을 배정받을 수 있는 데 반하여 비교섭단체는 정책연구위원을 배정받지 못하게 되므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국회의원과 그렇지 못한 국회의원 간에, 교섭단체인 정당과 비교섭단체인 정당 간에 각각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섭단체에 정책연구위원을 배정하는 데에는 앞서 본 것처럼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고, 비교섭단체인 정당도 다른 비교섭단체인 정당 또는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함으로써 정책연구위원을 배정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규정이 입법재량을 넘어 비교섭단체인 정당을 불합리하게 차별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기각하였다.

원래 제헌국회 때 교섭단체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정당의 난립으로 인하여 의회의 원활한 운영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에 무소속과 군소정당·단체의 소속의원이 총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였고 그들은 원내활동에 있어서 수 개의 그룹을 형성하여 각기 행동을 통일하였다. 이에 따라 이를 양성화하여 국회운영의 능률을 도모하기 위하여 1949년 7월 9일 국회법에 의원 20인 이상으로 단체교섭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우리나라에서 교섭단체가 시작된 연원이다. 그러나 단체교섭회는 그리 활성화되지 못하다가 6대 국회의 개시(1963년 12월 17일)와 함께 의원 10인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이어 9대 국회의 개시(1973년 3월 12일)부터 최소 의원수가 20인으로 상향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가에 따라 교섭단체의 지위는 매우 다양하고 교섭단체의 최소 의원수도 국가별로 다르다. 예컨대, 프랑스 20인, 독일 재적의원 5%, 캐나다 12인, 이탈리아 20인, 인도 30인 등이다. 일본의 경우는 2인 이상이면 ‘회파’라는 원내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데, 요구되는 최소 의원수가 적다는 점 외에는 회파의 기능은 교섭단체와 다를 바가 없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은 최소 의원수가 1인이고, 대표적인 의회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아예 교섭단체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교섭단체제도는 그 토양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의회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제도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개별 의원들은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지, 정치·경제·사회·지역 등 특정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섭단체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개별 의원들은 개인의 자격으로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에 참여하며 그들의 발언이나 표결은 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서만 행해져야 하며, 그 밖의 다른 요소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섭단체제도는 교섭단체 대표의원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바, 이로 인해 의원들은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섭단체제도의 이러한 폐단을 들어 2005년 1월 여야 초선의원 70여 명으로 구성된 ‘국회개혁을 위한 초선의원 연대’는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교섭단체 소속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이 발생하고 그것이 심화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본다. 특히, 교섭단체의 구성요건이 높으면 높을수록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소수정당의 차별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회법 제79조 제1항은 10인 이상의 의원이 의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10인 이상 20인 미만의 의원이 소속된 정당은 입법발의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정책연구위원의 보좌를 전혀 받을 수 없게 되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판시했듯 교섭단체제도는 세계관 및 가치관 그리고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의원들을 하나의 교섭단위로 인정하여 자체적으로 하나의 공통의견을 내도록 함으로써 의사의 통합·조정 작업을 수월하게 하고 신속하고 능률적인 의사진행을 도모하고자 하는 제도인 바, 하나의 정당이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과 연합하여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섭단체의 구성 및 운영이 정치적 소신을 같이하는 동일한 정당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정당국가 현실에서는, 정치적 색채를 달리하는 서로 다른 소수정당들이 교섭단체의 혜택을 노린 거래는 가능할지언정 전반적인 정책의 공조를 위하여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는 것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겠다. 나아가 비교섭단체인 정당이 정강정책, 기타 정치적 소신을 달리하는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의원들과 연합하지 않고는 입법활동의 보좌,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의 매개체 및 입법활동의 실질적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우리 헌법은 정당을 다른 결사에 비하여 특별히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관련 법령들에서도 정당에 대하여 여러 가지 혜택을 부여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런데 관련 법령들이 정당을 특별히 보호하는 규정을 두면서도 교섭단체인 정당만을 우선으로 삼아 비교섭단체인 정당을 그 보호대상에서 배제한다면 그 보호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우리 헌법질서에서 소수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로의 발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비교섭단체인 정당의 보호는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교섭단체제도는 국회운영의 편의성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으로서, 대표적인 의회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아예 이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고, 교섭단체 최소 의원수를 1~2인으로 운영하는 나라도 여럿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제도가 의회민주주의에서 필수적인 제도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점, 교섭단체제도는 소수파의 발언권이나 의원들의 소신 있는 활동을 제약하는 폐단도 존재하는 점, 정책연구위원의 경우 당초 1988년 6인에서 출발하여 현재 67인으로까지 증가하여 국회의 의사운영에 관련된 사항을 벗어나서 활동하게 됨으로써 당초 취지가 본질적으로 변화되었다는 점, 입법활동에 관한 보좌는 비교섭단체인 정당도 필요하다는 점, 비교섭단체인 정당이 다른 비교섭단체인 정당 또는 무소속 의원들과 연합하여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교섭단체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이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현재 국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현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모든 표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선거제 개편의 방향은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표의 등가성 향상에 맞춰져 있다. 민주주의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다수 시민의 지배라고 할 수 있는데, 선거제는 그런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이 던지는 표의 가치가 실질적으로 동등하도록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표의 등가성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만약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다수의 원내 정당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선거제는 표의 등가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면서 의원은 여전히 소속 정당의 규모에 따라 활동에 차별을 받게 되는 모순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 그런 정치환경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현재 교섭단체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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