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이 말하는 연정…“공을 쌓아 성과를 낸다”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김하늬 김상준 기자 입력 : 2020.02.11 16:00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이인영 원내대표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자유한국당을 엄중히 비판하던 매서운 눈빛도, 본회의장을 점거한 의원들에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던 분노의 표정도 사라졌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운영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등 문재인 정부의 중대 개혁과제 후속입법을 이뤄낸 덕분이다. 그 주 주말엔 아내와 산책을 하는 ‘꿀 휴가’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가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만든 ‘4+1협의체’ 가동은 헌정 사상 첫 가치중심 정치 연합의 성공으로 20대 국회에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 이인영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지난달 2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지난 8개월, ‘원내대표 이인영의 시간’을 직접 들었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마무리짓고 개혁입법을 완수했다. 이인영 리더십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많다

▶제 원래 모습을 보여드린 것일 뿐이다. 난 ‘단타치기’를 못한다. 전술적 기민함이나 아이디어만 던지는 방식의 정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꾸준히 시간과 공을 들이는 편이다. 공을 쌓아 성과를 나타내는 스타일이다. 협상의 과정에서 한국당과 협의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

-‘4+1 협의체’로 본회의를 이끈 점이 인상적이었다. 당내 설득은 어떻게 했나

▶검찰개혁 입법과 같은 크고 무거운 주제라면 그만큼 긴 시간 동안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의 공감과 단단한 신뢰를 바탕으로 처리해야 했다. 두 달간 상임위원회 간사들과 정례모임을 하면서 설득과 협의점을 찾는 데 주력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부터는 매주 의원총회를 열고 사안을 하나씩 논의하면서 내부 컨센서스(의견 합의)를 단단하게 다지는 과정을 밟았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본회의를 앞두고 일주일 만에 후다닥 해치운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내 방식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한국당은 협상거부와 장외집회,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협상을 피했다
▶황교안 당대표의 리더십은 너무 경직됐다. 예컨대 검경수사권 조정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은 개정 방향이나 대책에 있어 우리와 한국당 안이 비슷했다. 수사지휘권과 종결권을 제외하면 내용적으로 80% 가까이가 일치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개혁법안 통과) 된다. 안 된다”식의 단순한 논리로만 접근하다보니 협상 타결에 결정적 장애가 됐다.

선거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통과된 선거법 내용은 결과적으로 한국당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구 의석 253개, 비례의석 47개인 점, 석패율 도입 포기, 선거 연령 18세로 낮추는 내용 등은 한국당의 의견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한국당은 선거연령 하향 조정에 학제 개편과 같은 조건부를 걸었을 뿐이다. 한국당도 내부적으로 연동형비례제 도입시 비례의석 상한선(캡) 논의까지 진행했었다. 30개냐 20개냐의 숫자 차이였다.

한국당은 이런 점을 함께 풀어나가려 하지 않고 장외 투쟁하고, 삭발하고, 단식하고 심지어 국회에 수천 명을 난입시켜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정치가 실종됐다. 그런 상황까지 치닫다 보니 제가 결단을 내리고 선거법 개혁과 검찰개혁을 밀고 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협치’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 ‘4+1’ 공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연정((聯政)의 낮은 차원 경험치를 쌓았다는 의미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당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셨다. ‘차라리 그때 소연정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당시에도 개혁입법을 위한 연정을 제안이었다. 정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대연정이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개혁 입법은 중연정 내지는 소연정으로 하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검찰 개혁 입법을 완수한 뒤 ‘경찰 개혁의 시간’을 또다시 화두로 던졌다

▶굵직한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개혁이 완수된 건 아니다. 여진으로 남은 권력의 불균형성을 더 온전히 마무리하기 위해 경찰개혁도 마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경찰개혁은 권력 재편의 마지막 ‘테트리스’ 조각이다.

-총선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공약이 모두 ‘민생’을 향하고 있다

▶개혁 입법을 해냈다고 우쭐할 시간이 없다. 이제 민생의 현장으로 납작 엎드려 경제 활력의 불씨를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진보도 능력 있고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민주당다운 성장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대민 성장의 길은 박정희 모델만 있는 게 아니다. 민주당다운, 더 새롭고 좋은 성장의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까지 가야 우리 세대의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이른바 ‘진보적 성장의 길’을 인정받고 싶다.

-21대 총선을 결정지을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공정과 혁신, 그리고 미래다. 집권여당의 안정감과 미래를 향한 역동성을 동시에 주기 위한 균형감각이 필수적이다. 공정의 기준이 법의 기준보다 더 깊고 넓은 차원에 적용되기 바란다 국민의 요구를 지난해 ‘조국 사태’ 때 확인했다. 혁신은 경제와 정치, 과학 등 많은 영역에서 물리적•공간적•시간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여러 위대한 도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럴 때 미래 세대의 등장과 새로운 삶, 그리고 새로운 정치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86 세대’의 리더로 꼽히다 보니 이 원내대표의 성과는 ‘86 그룹’ 재평가로 이어진다
▶‘86세대’는 다음 대선의 키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고 메인 플레이어로 등장할 수 도 있다. ‘86세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항상 예리한 칼날처럼 언제나 우리를 겨누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더 경각심을 갖고 잘 하겠다며 ‘일신우일신’을 마음에 새기는 이유다. 잘못했다면 언제든 떠날 준비도 하고있다. 후배들에게 언제든 미련없이 전략적 저검을 내줘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있다면 후배들과 경쟁도 하고, 멋지게 협력도 하면서 세대의 문제를 넘고 싶다. 우리 시대의 가치를 함께 풀어가는 한 축이 되고 싶다.
-정치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반도 평화’에 바쳤는데 최근 냉랭한 남북관계가 아쉬울 것 같다
▶한반도 평화 모멘텀이 다시 돌아올 때를 대비한 ‘신념’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난관과 교착이 닥치면 이성과 합리성으로만 돌파하기 어렵다. 신념의 불덩이 같은 부분이 위기 극복의 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그런 게 필요한 시간이다.

지금은 남북 간 교착을 뚫어 북미 간 교착을 풀어줘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한반도 비핵화의 프로세스를 북미대화 진전의 토대로 나머지 남북 문제 해소를 연계하려 했다고 본다. 더 지체되고 더 방치되면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우리의 담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강산 관광 같은 건 빨리 시작해야 한다. 조만간 개별 관광 시작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 힘들이 더 커지면 북미관계를 개선하거나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남북 철도나 도로 건설 협력 등 계속 남북관계 개선책을 던져야 한다.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이나 동시입장, 2032년에 한반도 올림픽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원내대표를 마치기 전 5월 마지막 회의는 비무장지대(DMZ) 안에 들어가서 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있다. 그 전에 금강산 가는 길이 열리면 함께 가면 좋겠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964년 6월 28일, 충청북도 충주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언론대학원 정보통신학 석사
제20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제1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한반도재단 동북아전략연구소 소장
제17,19,20대 국회의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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