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활성화를 위한 상임위원회 지원체계 구축 방안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3.02 13:37
▲정재룡 입법 칼럼니스트 전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5년 3월 3일 331회 국회 8차 본회의에서 어린이집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별도의 찬성토론 없이 제안설명과 반대토론만 실시된 가운데 표결이 이루어진 결과, 재석 171인 중 찬성 83인(48.5%), 반대 42인, 기권 46인으로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본회의에서 1인의 반대토론으로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는 한다. 그 경우 반대토론을 한 의원은 의원들과 언론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날의 사례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당시 반대토론자는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었는데, 법안이 부결되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고, 정진후 의원 본인도 CCTV 설치는 아동학대의 해결책으로는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었을 뿐, 실제로 부결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사실 그 법안은 그해 1월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계기가 돼 여야 합의로 추진된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부결의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 법안의 부결 직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찬성토론을 하지 않은 게 부주의였다고 말했고,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여야 합의 법안이 부결돼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결국 학부모들의 반발이 빗발치는 가운데 여야는 다시 신속하게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게 됐는데, 그 내용은 어린이집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뿐 아니라 부결된 법안에는 없던 것으로서, 보호자 및 교직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 CCTV의 실시간 중계도 가능하도록 했고, 교직원의 기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준수사항을 구체화했으며, 보육교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교사와 대체교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법안은 그해 4월 30일 332회 국회 8차 본회의에서 재석 190인 중 찬성 184인, 기권 6인으로 통과되었다. 앞선 회기에서 반대토론을 해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부결시켰던 정진후 의원은 웬일인지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어린이집의 CCTV 설치 의무화가 입법과정에서 시행착오와 비효율을 거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마지막에 제시된 정보가 기억 속에 강하게 남거나, 혹은 판단 직전에 접한 정보에 강한 영향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친근효과’라고 한다. 본회의에서 찬성토론 없이 반대토론만 실시되면 ‘친근효과’가 작용하게 된다. 더구나 토론자는 자기 의견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과장도 하고 부정확한 얘기도 하게 된다. 정진후 의원도 당시 법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 CCTV의 실시간 중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친근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대토론에 대응해 찬성토론을 실시해야 한다. 한 사람만 얘기하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 두 사람 이상이 찬반 의견을 제시해야 비로소 토론이 된다. 반대토론에 대응해 찬성토론을 실시하는 것은 형식화돼 있는 본회의를 활성화하는 의미가 있다.

본회의 상정 안건에 대해 반대 또는 찬성토론을 하려는 의원은 국회법 106조에 따라 의장에게 그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토론 신청은 의장의 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가능하고, 현재 토론 신청의 대부분은 본회의 당일 회의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실무상 국회사무처 의사국은 토론 신청이 있으면 이를 각 당 원내대표단에 통지하고 토론 순서를 정하는 등의 절차에 들어간다. 토론 순서는 반대토론을 먼저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심사보고 및 제안설명을 통해 안건의 통과 필요성이 일차적으로 진술된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안건에 대해 반대토론 신청만 있고 찬성토론 신청이 없을 경우 찬성토론을 준비하는 것은 각 당의 역할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당론투표가 주로 이루어져 안건의 통과를 위한 찬성토론도 당연히 정당이 준비하는 것으로 인정되던 때와 달리, 2002년 3월 국회법 개정으로 자유투표(크로스보팅)가 명문화돼 일반적으로 의원 각자의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확립된 이후에는 찬성토론도 의원 개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복잡한 내용의 법안에 대해 미리 준비된 반대토론과 달리 의원들이 준비되지 않은 채 찬성토론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331회 국회 8차 본회의에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찬성토론이 실시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본회의가 형식화돼서 그런 것이지만, 사실 반대토론만 실시되는 경우가 꽤 많다. 따라서 의원이 반대토론에 대응해 찬성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해당 안건의 소관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이 이에 대한 실무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은 소관 의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이후의 심의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의안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논의가 이루어진 소관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이 가장 효과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반대의견에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반대토론 신청이 있을 경우 의사국은 이를 해당 의안의 소관 상임위원회에 즉시 통지하고, 소관 상임위원회는 반대토론에 대응해 찬성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업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반대토론의 신청이 있음을 통지받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은 이를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찬성토론을 할 의원을 섭외하는 한편 찬성토론문을 작성해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대부분의 반대토론이 해당 의안의 상정 직전에 신청되고 있으므로, 소관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은 쟁점법안 등 반대토론이 예상되는 의안에 대해 찬성토론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업무체계를 통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의안에 대해 상임위원회의 전문위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심의과정을 지원함으로써 입법과정의 시행착오와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상임위원회의 심사 절차를 통과한 안건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므로 여야 중 어느 특정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상임위원회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실의 업무 부담 가중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반대토론이 실시되는 의안 자체가 많지 않고 반대토론이 실시되는 경우에도 모두 찬성토론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쟁점법안 등 주요법안에 한해 제공하는 것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전문위원실이 현재 폭증하고 있는 법안 모두에 대해 획일적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주요법안에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해 대처한다면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필자는 2015년 3월 이러한 내용의 업무개선 방안을 당시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등에게 건의해 긍정적 언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필자의 건의는 명확한 이유 없이 실현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회사무처는 관행과 타성에 안주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풍토에서는 필자의 건의를 적극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결코 토론이라고 볼 수 없는 일방적인 반대토론을 지양하고 본회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업무개선 조치를 적극 강구하기 바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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