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돌파구’ 영문계약서, 허점 있다면 무쓸모...법무법인 태영 김종현 변호사 “중소기업일수록 법률 자문 적극 활용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정민규 기자 입력 : 2020.03.16 12:03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과거 공산품에 치중됐던 해외 수출이 이제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데이터 네트워크, AI(인공지능) 등으로 다양화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영문계약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거래 당사자가 사업의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선 법적 효력을 갖춘 문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제업무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간단한 영문 계약서 작성부터 국제 계약, 국제 소송까지 모든 절차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에 법무법인 태영의 김종현 변호사와 기업 경영에서 반드시 필요한 영문계약서 검토와 이를 위한 기업 법률 자문 활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 ‘해외 유학파’ 직원이 쓴 영문계약서, 과연 완벽할까?

대부분의 사업이 시작되거나 일정 궤도에 오르는 경우 각종 계약서를 작성하여 프로젝트를 체결한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별도의 법무팀을 조직하거나 외부 로펌을 고용해 사무를 처리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법률 서비스 이용이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채용 공고에 ‘영어 어학능력 우수자 우대’라는 조건을 달고, 해외에서 학업을 마쳤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가진 직원에게 영문계약서 작성 및 검토를 지시하곤 한다.

법무법인 태영의 김종현 변호사는 “법률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단순 영어 능통자에게 영문계약서 검토를 맡기는 것은 경영자가 가장 피해야 하는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에 이르는 사업에 대한 계약서를 체결하면서 이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법률 분쟁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기업과 첫 계약을 개시하는 국내 기업은 각종 영문 계약서 체결 과정에서 정확한 검토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후 ‘계약위반(A breach of contract)’에 연루되기도 한다.

영문계약서를 두고 법률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계약서의 구성과 형태, 내포된 단어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호한 단어를 사용할 경우 원래 합의된 내용 이상의 의미가 부여돼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기업과 기업이 체결하는 계약서에는 각종 권리 및 의무가 기재된다. 이때 가장 주의할 점은 체결되는 업무의 범위, 쌍방의 권리의무(Rights&Obligations), 계약위반(Breach), 손해(Damage) 발생 시 해결방안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상대방이 보내온 초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단 기업 법률 자문을 맡는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기업 법무팀 출신 김종현 변호사 “기업의 눈으로 계약서 살펴야”

삼성물산과 SK 등에서 기업 법무팀을 거친 김종현 변호사는 효과적이고 확실한 영문계약서 검토를 위해선 법률적 지식과 더불어 ‘기업의 시각’까지 고려하는 범용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약서의 번역과 이해는 계약서 전체를 대상으로 파악해야 하며, 실제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영업비밀·지식재산권 등과 관련된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사전 기업 법률 자문을 통해 해외기업과의 업무 수행 중 자사의 영업비밀이 노출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허술한 계약 체결로 경제적 손실을 입는 것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방위사업청은 미국 방산업체 A사와 전투기의 성능 개량을 위해 1조 8000억원대의 사업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A사 측이 가 비용 8000억원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이에 방위사업청이 합의각서에 명시된 대로 입찰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A사는 이를 거절했다.

국문 계약서에 명시된 ‘업체 측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입찰보증금을 대한민국 국고에 귀속한다’는 내용이 영문 계약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문 계약 우선 조항’도 없었다. 계약 체결에 앞서 영문계약서를 검토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분쟁은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김종현 변호사는 “계약에 앞서 법률자문을 받으면 해외기업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독소조항을 수정·삭제해 분쟁을 예방하는 등 중소기업의 영업활동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변호사의 조력을 구해 계약서에 의뢰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위험 부담을 낮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thelead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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